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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l 22. 2024

마냥 기쁘지만은...

(2024.7.22.)

지난 주말 바깥에서 자면서 때 아닌 여름 감기에 걸린 듯했다. 마른 기침에 목이 칼칼.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목이 더 안 좋아졌다. 오늘 아침은 <고양이 학교> 1권을 모두 마치는 날. 다 읽고 나니, 몇몇 아이들이 2권을 읽고 싶다 한다. 하지만 내가 들려주기에 읽었지, 이 책은 4학년 이상의 문해력을 가진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나중에 방학 때 혹시 읽어보던지, 나중에 커서 다시 만나보라 했다. 책을 읽어줄 때마다 그 사이에 끼어든 삽화를 보여주고는 했는데, 그게 적절하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나 보다. 나도 오랜만에 아이들 덕분에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게 됐다. 우리 아들 어렸을 적, 그러니까 15년 전에 만났던 책이었는데, 다시 보니 또 새로웠다.


차를 다 한 잔 마신 뒤에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했던 <어린이 시 따라쓰기> 공부를 했다. 오늘은 '꽃'이라는 시와 '봄'이라는 시, 그리고 학기초에 만났던 노래의 원본인 시 '제비꽃' 그리고 '민들레'까지 만나 읽고 낭송하고 외우고 쓰는 과정을 거쳤다. 아직은 아이들이 시를 온전히 내용파악까지 다 하면서 감정을 살려 읽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읽고 외우는데 급급하다.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경험을 살려 이야기를 나누려 해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읽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느린 두 아이도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충분히 연습만 하면 가능한데, 그게 집에서는 쉽지 않게 보였다. 나름 열심히 외우고 열심히 읽고 열심히 썼던 시간이었다. 방학 전까지 한 꼭지만 채우고 나머지는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하려 한다.


마지막 블록수업에는 내일 당장 서울로 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버스 안에서 지켜야 할 것과 서울로 가면서 가져 가야 할 것, 공연 관람 예절, 박물관 예절, 식사예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가서 먹을 것도 정하여 보았다. 아무래도 박물관 푸드코트라 미리 정하고 가야 키오스크에서 빨리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역시나 녀석들은 밥은 저 멀리 버리고 간식류와 튀김음식을 고르기 시작했다. 면류도 있었지만, 그 자리에 밥은 없었다. 늘 먹는 밥이라 이번에는 예외를 두었지만, 아이들 식사 습관과 식성에 대한 것은 가정에서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혹자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종류와 질에 따라 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적인 성장 상태와 지적 발달이 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여러 가지 가정의 문제로 제 때 밥을 먹이기도 힘든 상황인 건 미루어 짐작을 한다. 그래도 생각해 볼 일은 분명하다.


끝 마무리는 내일 뮤지컬로 만날 백희나의 <댤 사베트> 그림책. 엄청 무더운 여름날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과다 전기 사용으로 정전을 맞을 때, 하늘에서 녹아 떨어지는 달의 물을 받아 샤베트를 만들어 나눈다는 이야기. 달이 다 녹아 그 곳에서 살던 옥토끼가 내려와 하소연을 하자 주인공 반장할머니가 달맞이꽃 씨앗에 달물을 넣어 금세 키워 다시 달을 만들어 낸 다는 환상적인 이야기. 오늘은 이 책의 의도를 말할 시간이 없어 지나갔지만, 내일은 뮤지컬을 본 뒤에 꼭 물어보려 한다. 내일, 아산은 비가 안 다는데, 서울은 내린단다. 쉽지 낳은 1학기 마지막 현장체험학습이겠지만, 무사히 그리고 아이들과 즐겁게 보내고 내려 오려 한다. 오늘 예*가 우리 학교는 참 좋은 학교라 한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다른 학교에서는 하지 않는 걸 많이 하니 그렇단다. 애고...그렇다 그렇긴....그런데...그런 말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게 요즘 시절이다. 그래서 괜히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41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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