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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l 24. 2024

같이 한다는 것, 함께 한다는 것

(2024.7.24.)

방학을 하루 앞둔 날.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오늘도 야근을 피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내일이 방학이다. 정말 시간은 빨리 간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 아기 같다. 방학이 지나고 나면 보통 훌쩍 자라고 오던데, 이번에는 또 어떨지 모르겠다. 한 학기 동안 열 둘의 아이들과 지내온 시절을 돌아보면 참으로 이전과 달랐다. 남자 아이 열 명에 여자 둘이라는 성비 균형의 차이도 많이 났던 것에서부터 챙길 것이 많았던 정서적으로 어린 아이들, 그래서 더 귀엽고 사랑스럽고 때로는 어이가 없어도 하고 그것 때문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


또 다른 특색은 열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온전히 하는 시간들이 점점 줄어들더라는 것. 가정마다 사정이 있고 아픈 아이들도 늘어나면서 이번 7월에는 고작 3일 밖에는 완전체가 된 적이 없었다는 걸 오늘 수* 결석을 처리하려 가서 확인하게 됐다. 함께 하는 경험, 같이 하는 경험이 잦아야 그래서 서로를 알게 되는 기회가 많아지고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에게 배울 기회가 많아지는데,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되지 못했다. 2학기는 부디 아픈 아이들도 줄어들고 학교에서 함께 하는 아이들이 늘어 충분히 2학기 교육과정을 잘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첫 시간은 각기 다른 조각 그림을 가져 가서 색을 자유롭게 칠하고 다시 모아 한 편의 협동화를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해 보았다. 16조각인데, 두 아이가 오지 못해 두 장을 그려야 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잘 완성을 해주었다. 조각그림을 다시 붙여 보자, 어울리는 한 편의 그림이 되는 걸 보고 아이들은 놀라워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이 그림이 자신들의 모습이라는 걸 알지 못할 거다. 각기 다른 성격과 각기 다른 가정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이렇게 한데 모여 살면서 한 편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걸. 그것이 아름다운 그림이 되려면 자신들이 얼마나 노력을 하고 마음 을 주어야 하는 지를. 물론 이 아이들의 보호자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두 번째 이어지는 블록시간에는 그동안 50까지의 수를 배운 것으로 수 세기 놀이 한 마당을 열었다. 열 두 가지의 수세기 꼭지를 만들어 돌아가면서 과정을 거치고 확 도장을 받아 완성해 가는 놀이였다. 새우깡 28개를 모아 보고 확인 받고 봉지에 담아 먹으면서 놀이도 하고 바둑알 50까지 세고 확인 받고 선생님에게 묶어 세기 방법을 말로 표현할 줄 알게 하는 등 12가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그동안 배운 것을 복습하면서 다지게 되었다. 역시나 부족했던 아이들이 이런 놀이 마당에서도 드러났는데, 다행히 놀이 방식에서 보완하고 다지게 된 아이들도 있었다. 생각했던 결과가 나와 다행이었다. 한창 과정을 즐기던 재*이가 한 마디 한다.


"선생님, 너무 재밌어요."


아이들과 재밌게 보낸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43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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