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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l 26. 2024

드디어  '방학'

(2024.7.25.)

마침내 방학을 하게 된 날. 일이 있어 어제 1학기 마지막 일기를 쓰지 못하고 이제야 쓴다. 어제는 아침 일찍부터 교실 뒤편 책과 짐, 책장을 옮기는 것부터 시작을 했다. 아이들과 했는데, 제법 해 낸다. 다 컸다 싶다. 뒤에 저 짐들을 아이들과 옮길 수 있을 만큼 지난 5개월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 싶었다. 짐을 치운 까닭은 당장 오늘부터 뒤편 복층 다락방 공사를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짐을 다 치운 뒤, 첫 블록시간은 아이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우리 음식을 클레이로 만들어 차례상을 차리는 활동이었다. 미리 내가 준비해 두었는데, 그만 잘 둔다는 생각으로 구석 사물함에 둔 것을 잊고 있다 아이들의 바람과 요구로 오늘에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너무도 재밌어 하며 제법 차례상을 잘 차려 주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중간놀이 시간 뒤로 방학계획서를 같이 읽고 통지표를 나눠주며 떠나 보낼 준비를 했다. 시간이 잠시 남아 아이들과 그동안 익혔던 몸놀이도 해 보았다. 그리고 마무리는 간단히 사물함, 책상 속을 정리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아이들을 돌려 보냈다. 버스를 타고 보내며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몇몇 아이들이 가고 싶지 않다며 아쉬움을 보여준다. 그저 고마울 뿐. 방학동안 잘 지내고 돌아오길 바라며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눴다. 물론 돌려 보내고서는 '만세!'를 외쳤다. 이제 비로소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쉰다기 보다는 남은 일들이 방학동안 있어 내내 부담이었다. 이번 방학은 특히 학교 공사 때문에 내가 관련이 돼 있어 이따금 나와야 하고 각종 출장, 연수 때문에 제대로 쉬는 방학은 없다. 그나마 잠시 아이들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할까?


그래도 이번 아이들은 은근히, 괜히 보고 싶을 것 같다. 좀 다르다. 많이 어린 아이들, 그래서 더 귀엽고 사랑스럽고, 몸은 힘들었지만 좀 다른 결로 친해지고 애틋한 무엇이 생긴 아이들. 아마도 방학 중 보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제 바쁜 일이 있어 차를 타고 움직이는데, 음악을 듣다 아이들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튀어 나왔다.


"한동안 헤어졌다 다시 만날 친구들....다시 만날 땐 얼마나 더 어른이 되어 있을까..."


다름 아닌, 김민기의 '방학'이라는 노래였다. 엊그제였나 내가 존경하던 예술가이지 이 시대의 어른이었던 김민기씨가 결국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래서 대학시절과 교사 발령초 그의 목소리가 담긴 시디를 사서 듣곤 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어제부터 그의 음악 전체를 차에서 듣고 출퇴근을 했는데, 마침 '방학'이라는 노래가 있어 깜짝 놀랐다. 아마도 어느 공연에서 만들어져 불린 노래인 것 같은데...놀라서 검색해 정보를 찾아도 딱히 나오지 않는다. 내레이션만 보면 아마도 7--80년대 시절에 제작된 노래가 아닌가 싶다. 그때 그 시절 방학 풍경과 교실와 아이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 왠지 마음이 포근해졌다.


그리고는 다가올 겨울 방학에는 앞부분만 다뤄 아이들과 이 노래를 방학노래로 아부르고도 싶었다. 정말 여름방학, 물론 짧지만 다시 만날 녀석들은 얼마나 커 있을까. 정말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잘 가, 잘 가, 몸 건강히 안녕...



방학 - 김민기


한동안 헤어졌다

다시 만날 친구들

다시 만날 땐 얼마나 더

어른 되어 있을까

안녕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잘 가 잘 가 몸 건강히 안녕


(내레이션)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탄이 아버지께서 일을

하시다가 많이 다치셨어요.

그래서 탄이가

학교도 못 나온 거예요

오늘 선생님하고

탄이 아버지 문병 갈 사람

손을 들려다가 순이를 보았다

순이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탄이가 전에 못살게

굴었던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은

집에 갈 생각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때 순이가

손을 슬그머니 들었다

그래서 나도 저도요 선생님


선생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여러분들도 공부하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안녕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잘 가 잘 가 몸 건강히 안녕


(내레이션)

선생님께서 귤을 한 봉지 사셨다

새하얀 옷을 입은 간호원 언니가

우리를 병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탄이 아버지는

온 몸을 붕대로 감고

다리는 공중에

매달아 놓으셨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괴물 같았다

순이가 병원 냄새가 싫은지

얼굴을 찡그렸다

탄이 어머니께서

귤을 하나씩 주셨다.\

우리는 복도로 나와서

귤을 먹었다

탄이는 귤도 안 먹고

다른 데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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