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개학이다...

_2024.8.20.

by 박진환

오늘 개학을 앞두고 몸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개학이 임박할 때까지 국외연수(싱기포르)로 시간을 보내야겠기 때문이다. 신청 뒤에 후회를 했다. 일정이 개학 전 일요일까지 이어진 터였다. 예상대로 어제 오후 3시가 되어서 집에 들어오니 몸도 무겁고 피곤함에 짐을 풀고 씻고 잠시 낮잠을 청하고 다시 밤에 일찍 잤는데도 뭄은 한정없이 무가웠다. 여독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일어나 씻고 챙기니 어느새 몸이 풀려 있었다. 직장인의 관성은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했다. 차에 몸을 싣자 비로소 아이들 생각이 났다. 만나면 무척이나 반가울 듯 싶었다. 역시나 아침에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얼굴은 밝았고 나를 반기며 안기는 모습이 고마웠다. 특히 다*이가 내 옆으로 달려와 끌어 안는데, 어찌나 기쁘던지.


오늘 첫 시간은 지난 방학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게 했다. 칠판에 기뻤던 일, 슬펐던 일, 무서웠던 일, 떨렸던 일, 아팠던 일, 걱정스러웠던 일, 아쉬웠던 일, 재미있었던 일, 즐거웠던 일, 행복했던 일, 놀랐던 일 따위를 써서 세 가지 정도를 고르게 했다. 그리고는 왜 재밌었는지, 놀랐는지, 아쉬웠던 지를 말하게 했다. 저마다 말하는 것이 방학이 참 아이들에게는 필요한 것이고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만히 보니 3주 사이라도 아이들이 3주 전과 조금은 아주 조금은 달라지고 자랐다는 느낌을 준다. 첫 날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음으로는 아이들에게 8절 도화지로 문어발 접기로 만든 종이를 나눠주며 방금 말한 것을 글과 그림으로 나타내게 했다. 1학년을 맡은 첫해(2016년)부터 해마다 2학기 첫 날에 하는 활동이다.


글을 쓰는 폼이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1학기를 거치면서 조금은 단단해진 모습으로 보였다. 일단 거침이 없다는 게 좋았다. 방향만 주어지면 이제는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게 어렵지 않은 모습이다. 1학기 때 그 많은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아트 문어발 접기에 나는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를 뚫어 주곤 한다. 이번도 그랬던데, 수학 도형과 연관을 짓기 위함도 섞여 있고 문어발 뒤에 그릴 그림을 비추게 하는 효과도 나타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신신당부하며 설명을 몇 차례 했는데도 막상 그릴 땐, 뚫린 도형 그림만큼만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있다. 그런데는 다 이유가 있어 어떻게 해서든 챙겨야 하는 지점에 그 아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각자 발표하고 그림을 그리고 내게 확인을 받고 뒤에 전시를 하고는 중간놀이시간으로 이어졌다. 마침 오늘은 지난 방학 동안 1학년 교실 뒤편에 (자작나무로 만든)다락방이 마침내 아이들에게 공개되는 날이기도 했다.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본척 만척 다락방으로 뛰어 올라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중간놀이 시간에도 점심을 먹고도 아이들은 다락방에 대한 기대를 잔뜩 뿜어 내었다. 처음이라 더 그랬겠지만, 아이들이 놀 공간이 교실 한 켠에 새롭게 만들어진 것만 해도 나도 아이들도 무척이나 기뻤다. 2년 전부터 기획한 그림이 이렇게 완성이 된 것에 뿌듯하기도 하고 다행이다 싶었다.


중간놀이 시간 이후에는 방학에 있었던 일을 크고 예쁜 책으로 만들어 온 예*의 발표를 듣고 전시를 먼저 했다. 다음으로 하*이의 작품도 소개하며 전시를 했다. 그런 와중에 승*가 막 노래를 흥얼 거리길래, 나와서 해 보라고 농을 쳤더니 옆에 있던 진*가 서슴없이 자기가 나와서 노래도 춤도 보여주고 싶다 해서 허락을 했더니 어찌나 신나게 하던지. 그 모습을 보는 아이들이 오히려 부끄러워 얼굴을 감출 정도였는데 진*는 아랑곳 하지 않고 구애 받지 않고 당당히 노래와 춤을 추었다. 곡은 HOT의 '캔디'. 그러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때는 이렇게 당당하게 하는 거라 큰 소리를 치며 들어간다. 어찌나 재미있고 우습던지. 대견하기도 하고.


그렇게 즐기고 오늘 첫 수업으로 '한 문장 쓰기'를 하려 준비를 하려는데, 누군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선생님은 방학을 어떻게 보냈어요?" 하지 않는가? 그래서 지난 3주 동안 학교 나와서 일하고 공사 관련 사항 챙기느라 없다고 하려다 어제까지 다녀온 싱가포르 국외연수 이야기를 안내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구글에 담겨 있는 지난 연수 사진들을 꺼내 놓았다. 그랬더니 어찌나 다들 재밌어 하던지. 3박 5일을 사진을 보며 좀 자세히 설명해주었더니 어느새 4교시 마칠 시간이 다 되었다. 처음에는 국외연수 신청한 걸 후회했는데 피곤했지만, 이번에 다녀오고 느낀 게 좀 있었고 이렇게 아이들에게 소개도 해 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다 끝났는데도 아이들은 다시 보여달라 했지만, 점심이라 했더니 이제는 오랜만에 학교 식사를 한다고 좋아라 한다. 다행이다 싶었다. 이렇게 학교 오는 걸 좋아하니.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69일이 되는 날이었다. 144일로 방학식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25일이 흘렀다. 한 명씩 돌을 주어 담으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169번째 돌을 넣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했다. 이제 200일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 200일 기념으로 아이들을 위한 선물도 이미 준비했다. 무척이나 좋아할 거라 확신한다. 이렇게 2학기 첫 일기를 쓰고 주절거리니 언제 피곤했나 싶을 정도다. 이제 곧 직원회의가 있다. 에효~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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