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1.)
오늘 같은 날이 참 난감하다. 아이들이 내뱉었던 그 말들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세월이 흐를 수록 심해진다. 예전에는 그 예쁘고 귀엽던 말을 순간 메모라도 했는데, 이젠 그런 힘도 잘 나지 않는다. 아이들 말 하나 만으로도 이야기를 꺼내어 글을 쓸 수 있는데 말이다. 고작 기억 나는 건 몇몇 아이들이 6학년 때까지 나랑 같이 공부할 수 없냐고, 담임으로 쭉 계속 같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지금은 진심일지나 한 해만 지나도 이런 말들은 쏙 들어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딱히 이거 가지고도 글을 쓰기가 어렵다. 예전에는 큰 감동이었지만,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이 마냥 좋아서 순간 내 뱉는 말들이라 거기에 현혹(?)이 되지 않기로 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였다.
오늘 아침 시작은 창가에 있는 책을 모두 다락방으로 옮기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다락방이 워낙 넓어서 기존 창가에 억지로 올려놓았던 책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뒤 맞은 우리 아이들. 첫 시간은 차를 마시며 하루 한 문장으로 시작을 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또 어떤 걸 쓰고 싶어하는 지를 물었다. 그런데 너나할 것 없이 마구 손을 든다. 지금껏 만난 아이들과 사뭇 다르다는 건 여기서도 드러난다. 글쓰기에 대한 선입견이 덜한 편으로 보였다. 이전 아이들은 쓰기 싫어하거나 어려워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아이들은 또 다르다. 서로 쓰고 싶어한다. 물론 문장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데도 원인이 있지만, 일단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게 해서 오늘 하루 한 문장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달라질지 아직은 예측을 하기는 어렵지만, 부디 잘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지난해 한 아이가 그렇게 학교를 오고 싶어 하던 아이가, 이 하루 한 문장 시작하고 나서 학교를 가기 싫다고 했다는 말을 뒤늦게 듣고서 어찌나 웃었던지. 그런데 그 아이는 지금 엄청 글을 잘 쓰고 있다는...어쨌거나 읽기보다 힘들다는 쓰기에서 우리 아이들이 내가 기대한 바 대로 잘 커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다음으로는 어린이시 따라 쓰기로 이어졌다. 암송까지 하겠다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전체적으로는 조금씩 적응해 가는 것 같았다.
잠시 쉬는 시간을 보낸 뒤에는 수학. 오늘은 100까지의 수를 읽는 법을 50까지읫 수를 배웠던 데서 다시 복습하면서 시작을 했다. 한 아이가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한 듯...혼자서 애를 써야만 했다. 겨우 모든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지점에서 100까지의 수를 블록을 가지고 확인하며 갔다. 이전에는 블록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가급적 멀리했는데, 손근육도 키울 수 있고 10이 가진 묶음의 개념을 나름 잘 정립해 나갈 수 있는 교구여서 크게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요즘엔 들고 있어 쓰기 시작했다. 오늘은 수를 읽고 세는 법을 확인하고 공책에 100까지의 수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수학 시간 뒤에는 <맨 처음 글쓰기>라고 김영주교장이 만든 <어휘 맞춤법 띄어쓰기> 책을 내가 다시 개량한 공책으로 시작을 했다. 오늘은 명사, 즉 이름씨로 어휘를 불려 나가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첫 주제어는 '손'. 이름씨 '손'으로 만들어진 파생어를 생각해 내며 칠판에 손과 낱말을 쓰는데, 그것을 그대로 공책으로도 옮겨 쓰게 했다. 처음에는 힘들어 했지만, 차츰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3-4명의 아이들은 조금 어려워하고 시간이 걸렸다.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면 능숙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 마무리는 통합교과 '하루'였다. 1학기에도 그랬지만, 난 도무지 이 통합교과의 정체성을 모르겠다. 교육과정이 특정한 이들의 연구결과나 소유가 아니려면, 현장교사들과 더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마음이 아픈 일도 있었다. 우리 교실 창 밖에는 머지 않은 날에 생태놀이터가 들어올 예정인 곳이 있다. 그곳에 엊그제부터 기초 공사를 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노동자 서너 분이 계속 작업을 하고 있었다. 퇴근 무렵 난 야근을 준비하며 교실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매우 힘겨워 보였다. 연이은 고온 다습한 날씨에 밖에서 일하시는 게 너무 힘들어 보였다. 벽 하나로 난 에어컨을 킨 교실에서 있었는데, 순간 마음이 불편하고 괜히 미안해졌다. 그런데 순간 119 구급차가 코 앞으로 들이닥쳤다. 1층 창밖으로 바로 코 앞에 들이닥친 119 구급대에서는 소방대원들이 나오고 이내 우리 교실 창문 턱에 기대어 있던 노동자 한 분을 부축하기 시작했다.
아, 결국 무더운 날씨에 일하다 온혈질환을 앓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비털 몸을 가누지 못하는 분의 몸은 이미 땀으로 모두 범벅이 돼 있었다.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어설프게 벽에 기대 선 그분은 휠체어를 겨우 타고 구급대에 탑승했다.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다. 빨리 회복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오늘은 태풍이 불어 작업을 하지 못한 터는 덩그러니 무거운 벽돌만 가득하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 지 171일이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