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리 드는 자리

(2024.09.02)

by 박진환

오늘 새 식구가 왔다.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새 친구에 눈이 꽂혀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전학을 받는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아버지와 2학년인 형, 다섯 살 난 동생을 데리고 들어오는데 아이들은 수군 수군. 우리 반 아이들도 그랬지만, 전학 온 아이의 머리형태는 꼭 수*를 닮았다. 아버님 말씀으로는 굉장히 씩씩하고 활달하다고 한다. 올해는 아이의 엄마를 대신해 육아를 책임지기로 했다고 하셨다. 마을로 이사를 오셨다고 하니 이제 서울 아이 상*이는 시골아이 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아침에 정리를 하는 대로 하고 사물함에 물건도 챙겨 넣게 하고는 인사를 시켰다. 예상은 했지만, 이름은 *상*. 친구들의 질문과 받고 대답을 간단히 해주었다. 좋아하는 동물을 묻는 친구도 있었는데, 상*이가 '뱀'이라고 하자 기뻤다고 하는 아이들이 참 많았다. 나도 그 순간 상*이는 우리 반에 최적화된 아이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오늘 아침은 전학을 온 아이를 주제로 '하루 한 문장'을 쓰게 했다. 상*이도 쓰게 했다.


그랬는데, 왠걸? 5분도 안 돼서 전학 온 아이는 완벽하게 글을 써내는 게 아닌가. 끙끙대며 20-30분을 걸려서 그것도 글자를 고쳐서 내는 과정과 문장 수정까지 꽤나 시간이 걸리는데, 그때 우리 반 아이가 '천재다!'라는 말을 했다. 하하하. 다행이도 읽고 쓰는 게 원활한 아이였다. 책을 즐겨 읽냐고 하니 그렇다고 했다. 역시나 그랬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두 부부가 참 애를 많이 썼겠다 싶었다. 나중에 <맨 처음 글쓰기> 공책과 <어린이 시 따라쓰기>까지. 상*이는 척척해냈다. 수학은 어떤가 3-4교시에 알아보니 그것도 척척...


친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아이들은 잠시 이어졌던 중간놀이 시간에 어색하지만 상*이랑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좀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질 것 같은데 상*이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다른 친구들은 어떨 지를 봐야겠다. 나는 자리는 알아도 드는 자리는 모른다고 했었나? 오늘 전학 온 아이는 나는 자리 못지 않게 드는 자리를 가득 채워주었다. 여학생들에게는 상*이가 여학생이 아니어서 섭섭해 했지만, 더불어 함께 살아갈 넉 달이 오늘 드는 자리를 채워준 상*이 덕에 풍성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9월 첫 날이다. 만난 날 수로는 183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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