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는 사춘기?

(2024.9.3.)

by 박진환

오늘 아침은 준* 교실에 들어서자 앉혀 책 읽기부터 시작하게 했다. 늘 할 일 없이 돌아다니거나 그림 그리는 것으로 아침을 보내고 이따금 책을 꺼내 들어 만나기는 했지만, 지속성이 없었던 준*. 이제는 1학년도 북스타트를 한다는 명분으로 자리에 앉혀 책을 만나게 했다. 그림책 세 권, 동화 두 권을 책상자에 담아 놓고 시작을 한 1학년 첫 북스타트. 가정에서 아직 경험이 없는 듯, 준*는 공책에 기재하는 방식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를테면,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쓰라고 하는데, 집에서 읽은 어떤 거를 생각해서 써도 되냐고 했던 것. 좌충우돌, 삐걱 대기도 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책을 읽고 공책에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연극이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실 지난 주에 아이들이 극본을 잘 읽지 못해서 미리 연습하고 들어가려 했는데, 앞 시간에 아이들 글쓰기가 원활하지 않아 결국 하지를 못했다. 그럼에도 준비를 잘 해오신 연극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은 극 속에 들어갈 노래를 확인하고 잠깐 불러보기도 하고 즐기기도 했다. 특히 '강아지똥' 주제가를 부르는데, 아이들 목소리가 꽤나 아름답게 들렸다. 막상 극으로 올리게 되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면서 기대도 불러 일으켰다. 아직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선생님과 의논해서 다음 주쯤에는 역할을 배정을 해야겠다는 것으로 결론을 짓고 마무리를 했다.


오늘 3-4교시는 <어린이 시 따라 쓰기>와 <맨 처음 글쓰기>로 들어갔다. 어린이 시 따라 쓰기는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의 글씨 크기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작년 아이들은 크게 문제가 없는데, 이번 아이들은 이 책의 글씨가 작아 아이들 글씨연습에 큰 도움은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그런데, 좀 더 지켜 볼 생각이다. 내가 직접 이런 책을 만들면 저학년에게는 살짝 조금 더 큰 글씨체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다음으로는 <맨 처음 글쓰기> 오늘의 주제어는 '몸'. 각자 '몸'에 얽힌 이야기를 쓰는 시간.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몸으로 겪었던 아팠던 것, 재미났던 것을 이야기하며 그것을 글로 쓰려 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맞춤법과 띄어쓰기...이런 것 상관없이 내용이 중요하니 그냥 쓰라고 하는데, 많이 틀리는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읽기 총량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어서 꾸준한 지원과 관심, 본인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아직 석 달 넘게 남았으니 학교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가정에서 관심도 무척 필요할 시기이다.


점심을 다 먹고 난 뒤 교실로 들어와 마지막 5교시는 통합교과의 주제 '하루'로 시간을 보냈다. 일단 교과서 전반을 훑어 보면서 하루에 대한 감을 잡았다. 통합교과 주제로 '하루'를 한 달 동안 이어가는 일이 쉽지도 별로 흥미롭지도 않는데, 그걸 따로 차시별로 나눠 익히면 하루의 개념을 어린 아이들이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오늘은 쭉 훑어보며 아이들 생각을 듣고 앞으로 공부할 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1학기와 달리 의외로 노래가 많아서 함께 듣는 시간으로도 보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려고 하니 요즘 유독 자신감에 충만해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이 자꾸 눈에 띄었다. 그래서 아이들 보고 "00 달라지지 않았니?" 하니 아이들이 맞다고 맞장구를 친다. 그러더니 쟤가 벌써 사춘기니, 중2병이라느니...어디서 들었느지 희한한 소리를 한다. 00는 요즘 1학기에 비해 한글 익힘 상태가 좋아지면서 칭찬도 많이 받고 격려도 받는 아이이다. 그래서였을까. 1학기와 달리 자신감이 충만한 채로 자세나 몸짓이 1학기보다 훨씬 커졌다. 목소리도 달라지고. 어쨌든 보기는 좋은데, 학습태도가 살짝 안 좋아지는 면도 있어 지켜 보고 있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 지 184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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