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이렇게 될 거야

(2024.9.4.)

by 박진환


아침 일찍 교실로 들어오는데, 어김없이 준*는 교실에 들어 앉아 있다. 어? 그런데 웬일? 매번 그림만 그리거나 교실을 배회(?)하던 준*가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옆에 북스타트 공책을 두고 말이다. 그래서 물었다. 책 읽는 게 재밌냐고. 재밌단다. 1학기 때는 그렇게 아침에 책을 던져 주어도 건네 주어도 본 척도 안 하고 마지 못해 내 권유에 읽었던 아이였는데 말이다. 준*가 사실 2학기에 들어 달라진 건 있다. 늘 시선을 다른 데 두고 멍하니 있었던 적이 곧잘 있었던 준*. 2학기에 들어서는 그런 면이 줄어들면서 목소리도 커지고 표정도 엄청 밝아졌다. 내가 묻는 질문이나 말들에 씩씩하게 답을 하고 해맑게 웃어준다. 제법 달라진 준*의 2학기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하고 고맙다.


개학하고 3주째 각종 글쓰기로 아이들 쓰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하루 한 문장은 두 세 문장으로 늘기 시작했고 여전히 맞춤법이 틀리지만, 몇몇 아이는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기는데 큰 무리가 없다. 아직은 무미건조한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조만간 좋은 글을 들려주며 감각을 끌어 올리려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속도가 늦은 편이다. 속도를 빠르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기대하는 최소한의 지점이 있는데, 거기까지 가지 못할까 살짝 걱정이 드는 아이들이 있다. 한 달 정도 더 지켜보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이 글쓰기를 마치고 '흉내내는 말'을 공부했다.


아이들이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해야 할, 하지만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흉내내는 밀'이 무엇인지 일단 교과서로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는 내가 아는 흉내내는 말을 떠올리고 말을 해 보게 했는데, 역시나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적어도 오늘 만이라도 하는 말에 흉내내는 말을 넣어서 하도록 했다. 이를테면, 화장실에 갈 때, 선생님 허락을 받을 때 흉내내는 말을 써야 나갈 수 있고 그거 말고도 흉내내는 말을 써서 선생님에게 말을 건네면 과자를 주기로. 그랬더니 화장실을 드나들며 내내 흉내내는 말을 쓰기 시작힌다.


"선생님, 화장실에 폴짝폴짝 다녀올 게요."

"선생님, 오줌 누러 엉금엉금 기어 갈 게요."

"선생님, 과자 듬뿍 듬뿍 담아 주세요."

"선생님, 덩실 덩실 걸어갈 게요."


조금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재미삼아 흉내내는 말을 붙여 다니는 걸 보니 귀엽고도 우스웠다. 내일은 아침에 쓰는 하루 한 문장에 넣도록 지도해 볼 것이다. 이렇게 자주 만나야 바뀌고 달라진다. 마무리로는 그림책 <테푸할아버지의 요술테이프>를 보여주었다. 그 책에도 몇 가지의 흉내내는 말이 있었고 오랜만에 그림책을 들려주며 아이들이 바라는 요술테이프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도 싶었기 때문이다. 예*는 역시나 나한테 붙어 다닐 수 있는 테이프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수*는 배를 안 아프게 해 주는 요술 테이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런 저런 테이프로 이야기를 나누다 수학시간을 맞았다.


오늘의 수학시간은 수카드로 이어서 끊어지지 않고 수를 세는 놀이로 시작했다. 여전히 수를 읽는 법을 까먹는 아이가 있어 다시 복습을 하고 시작을 했다. 몇 번이고 규칙을 알려주며 천천히 틀리지 않도록 했는데, 세 번 만에 겨우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1단원 평가로 마무리를 지었다. 한 녀석이 따라오지 못한다. 고민이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오늘의 마지막 시간으로 통합교과 '하루'에 어울리는 공책을 나눠주며 자기 소개를 하고 자기가 지킬 일을 써보게 했다. 그런 와중에 숨을 돌리는데, 나에게 확인을 받고 뒷정리를 하던 아이들 몇몇이 내게 달려어 붙어서는 장난을 친다.


이 모습을 보자 다른 아이들도 달려와서 앵겨 붙는다. 애고 애고 내가 못 산다. 아이들을 억지로 떼어 냈는데도 틈만 주면 다시 달라 붙었다. 그래서 새로 전학을 온 상*이에게 이전 학교에서도 이렇게 선생님에게 달라 붙는 아이들이 있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없었단다. 내가 보라고 너희들처럼 이렇게 선생님 괴롭히는 애들 없다고 했더니 또 달려든다. 또 겨우 겨우 떼내어 놓고 또 물었다.


"상*아, 정말 너가 다니던 지난번 학교에는 이런 애들 없었지?"

"네, 없었어요."

"봐라, 봐. 너희들 정말 왜 이러는 거니. 이상해. 선생님에게 왜 이렇게 달라 붙어."


그러자. 우리반 예*가 상*이에게 한 방을 날린다.


"야, 너도 조금 있으면 이렇게 될 거야."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84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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