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5.)
출근하면 늘 교실에 있던 준*가 어제 오늘 계속 책을 읽고 있었다. 스티커 붙이며 간단히 글을 읽는 게 싫지 않는 모습니다. 들어조자마다 공책에 적힌 글을 보니 모르는 낱말에 '달만'이라고 적혀 있길래 뭔가 싶었더니 '몇 달만'에서 '달만'만 빼 놓은 것... '몇 달만'이라는 말을 알고 있는데, '달만'만 떼 놓고 보니 낯선 모양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대게 이렇다. 부정적이라기 보다 읽기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정말 별 것 아닌 것을 건드리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고 그러면서 새롭게 읽기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는 모습을 눈 앞에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공부가 된다.
배움은 나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서울서 전학 온 상*이는 '하루 한 문장쓰기' 공책에 마치 일기를 쓰듯 잔뜩 글을 써 놓고 있었다. 틀린 문장이나 막힌 문장, 띄어쓰기나 맞춤법 등에서 거의 흠을 잡을 데가 없을 만큼 촘촘히 자기가 생각한 것을 글로 잘 쓰고 있었다.
"상*이는 한 문장만 써도 되는데, 열 문장은 쓰고 있네."
"그래요? 어디? 어디?"
갑자기 아이들이 우르르 상*이 곁으로 간다. 상*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글 마무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나중에 상*이는 서울 자기 반 아이들은 자기만큼 하는 애들이 많다고 특히 여학생들은 더 잘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이들은 잘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그게 더 귀엽기만 했다. 첫 날 상*이가 글 쓰는 거나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거나 모두 척척 해내니, 아이들 중 한 아이가 "와~ 천재다." 하는 말이 튀어 나왔다. 어찌나 우습던지.
그런데 그 말에 부러움이나 경쟁심은 섞여 있지 않았다. 그냥 전지적 관찰 시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이런 우리 반 아이들 모습이 맘에 들고 좋았다. 아직 읽기도 쓰기도 셈하기도 사교육으로 일찍부터 시달리는 도시 아이들보다 한참 뒤에 있지만, 아이들만이 가지는 정서와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이 세상 어떤 아이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상*이는 사교육을 거의 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냥 자연스럽게 빨리 터득한 아이인 걸로.
오늘 두 번째 블록 시간에는 수세기 한 마당으로 시간을 보냈다. 1단원 100까지의 수를 모두 익히고 복습하는 차원과 환기 시키는 차원에서 1학년을 맡으면 늘 마무리 활동으로 준비하는 수업이다. 내가 존경하는 놀이수학의 대가 조성실선생님의 훌륭한 실천사례이기도 한 이 수업은 우리 1학년 아이들은 1학기 때 이미 경험하기도 했다. 오늘 우리 반은 완전체로 12명이 이 활동에 모두 참여했다. 과자도 챙겨 먹어가며 이동해 100까지의 수를 다양한 물건으로 10개씩 묶어 세기 시작했다.
이 놀이를 하게 되면 아직 서툰 아이가 보이고 가르친 대로 혹은 배운 대로 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을 고집하는 아이도 보게 된다. 특히 우리 반 아이들은 이전에 만난 아이들과 달리 딴 짓을 곧잘 하기도 하면서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대게 두 시간 정도면 절반 넘는 아이들이 12개를 모두 확인하고 채워가야 하는데, 우리 반 아이들은 중 다 마친 아이는 없었다. 아직 가야 할 길 이 멀다는 생각이 하하하.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85일째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