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 식구가 되기

(2024.9.6.)

by 박진환

어제는 보호자들과 하는 다모임이 있었다. 밤 9시 가까이 이어졌던 모임에서는 2학기 학급 운영 계획과 국어 수학 중심으로 교과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다. 어느새 2학기, 그리고 9월이다. 어제 아버님 두 분은 아들 녀석들에게 쪽지에 편지를 쓰고 가셨다. 참 보기 좋고 부럽다. 내 아들은 그렇게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지만, 우리 아들 어릴 적 나는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였고 더 큰 일을 하는 것처럼 싸 돌아 다녔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내 아이에게는 글쓰기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는데, 다른 이의 아이들에게는 애를 써서 가르친다. 직업이지만, 어제 군대에서 생일을 맞았던 아들, 내년이면 서른을 바라보는 아들에게 난 어떤 아버지였을지 오늘 문득 두 아이가 아버지의 편지를 받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아침에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오늘은 다모임 일정이 있었는데, 역시나 나는 1학년만 생각하고 수업을 준비하다 보니 또 놓쳤다. 한창 아이들 글쓰기 지도를 하다가 불려 나갔다.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이기도 했다. 조만간 있을 들살이(야영)에서 모둠별로 어떤 음식을 저녁과 아침에 준비해야 되는 지 의논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모둠별로 들어간 1학년 아이들. 잘 섞여 보이는 모둠도 있고 그렇지 않아서 딴짓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직은 쉬 섞이지 못한다. 어쨌거나 1학년은 모든 면에서 시간이 필요한 학년이다. 특히 우리 반 녀석들은 더 그렇다. 다모임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에게 하던 것을 마무리 하도록 했다. 그리고 중간놀이 시간을 주었다. 마무리를 해 오는 녀석들의 모습이 분명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요령을 피우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것과 과정이다. 이런 저런 과정이 없이 성장은 없다. 직진은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다.


오늘 이런 직진이 3-4교시 몸놀이시간에 나타났다. 유독 오늘따라 내 지도를 듣지 않고 마구 뛰어 놓는 녀석들이 많았다. 흥분의 도가니들. 오늘은 고양이 쥐놀이에 이어서 밤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이 두 놀이 모두 몸을 움직여 가며 해야 하는데, 걸을 때도 직진, 뛰어갈 때도 직진만 생각하지 게임의 규칙을 생각하지 않는 녀석들 때문에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한 녀석은 규칙을 지키지 않고 직진으로 뛰어다니기만 해서 잠시 퇴장을 시켰더니 '나이스'라고 했다. 그래서 또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모르고 계속 흥분상태로 뛰어 다니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때때로 이럴 때가 있는데, 요녀석이 오늘 좀 심했다. 겨우 겨우 한 시간 넘게 놀이를 한 뒤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는 오늘 하루를 마무리 했다.


어제 다모임 끝에 승*아버님이 질문을 하나 하셨다. 아이들을 늘 서서 이렇게 바라보고 지도하시다 그 자리에 부모들이 앉아 있으니 어떤 기분이 드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별 생각이 없다고 말씀드리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서 말씀을 드렸다. 그건 학년별 아이들 특징이 있다는 것. 이를 테면, 1학년은 교사가 소리를 치건, 화를 내건, 혼을 내도 이내 쫓아와 앵기며 언제 그랬냐는듯 풀어내는 기질이 있다는 것. 그런데 6학년은 그랬다가는 큰 일 난다는. 이 얘기는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 한 분이 말씀해 주신 건데, 꽤 일리가 있었다. 내 경험으로도 그랬으니, 그런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6학년보다 1학년은 담임을 한 식구로 생각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이 지점에서 나는 어제 한 자리에 앉은 부모님들이 한 식구로 여겨진다는 그래서 편하게 대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정작 보호자들은 딴 마음일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런 식구 같은 마음으로 우리 보호자들과 나는 10월에 함께 아이들 손잡고 보호자와 교사가 나들이를 가자고 합의를 했다. 그게 진짜 식구니까.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96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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