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0.)
"선생님, 저는 모든 하루가 다 좋아요."
"그래, 애고~ 부럽다~"
우리 반 예*가 오늘 마지막 시간에 '하루'를 주제로 제일 떠오르는 '하루'를 그림으로 그리자고 하자 한 말이다. 얼마나 부러운 말인가. 날마다 행복한 하루라. 나는 언제 그랬던 적이 있었을까? 물론 나만 이런 말에 부러워하지는 않을 게다. 이 세상 모든 어른들은 이 말이 참 부러울 거다. 개정한 1학년 통합교과 2학기 첫 주제는 '하루'다. '하루'를 잘게 쪼개서 한 달을 가야 하는 교육과정이다. 영 마뜩치 않다. 그들이 틀렸다기 보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하루는 평범한 일상이다. 일상을 잘게 쪼개 분석하듯 주마다 주제를 상기시키며 하루를 돌아보는 일이 과연 필요할까 싶다.
이렇게 교육과정으로 가지 않아도 하루를 돌아보며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일은 일상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기 떄문이다. 심지어 다음 주제는 '약속'이다. 이것도 한 달을 익혀야 한다. 차라리 3월초에 '하루'라는 일상과 '약속'이라는 주제가 나왔으면 좋으련만...뜬금없이 '우리나라'라는 주제가 1학기에 나와 당장 추석이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교육과정과 동떨어진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할 판이다. 어쩌자는 교육과정인지 모르겠다. 아이들 삶의 리듬과 전혀 닿아 있지 않다. 내 생각은 그렇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오늘도 하루 한 문장과 북스타트로 시작을 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편해지고 아주 천천히 삶에서 흔히 쓰는 낱말과 문장의 맞춤법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나는 일부러 1학년 아이들에게 경쟁적 받아쓰기를 시키지 않고 있다. 딱히 효과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삶에서 흔히 쓰는 말을 자연스럽게 글로 옮기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익히는 것이 가장 아이들 삶에 와 닿는 가르침이라는 걸 경험과 학습을 통해 확인을 했기 때문이다. 재미난 받아쓰기는 2학년 이후에 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고 아예 안 해도 좋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자주 쓰면 대부분은 해결이 되기에.
오늘 두 번째 블록 시간에는 밥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했더니 각자 재미났던 자기 이야기를 거침없이 말한다. 모두 발표를 시키고 좀 더 보충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글로 옮겨 쓰게 했다. 그렇게 하면 훨씬 자연스러운 글을 쓰기 때문이다. 여전히 틀리는 글자를 틀리고 음절 어절 상관없이 글을 붙여 쓰는 아이들이 있지만, 어제도 말했지만 표현이 우선이다. 표현을 재밌게 하고 즐기면 일단 글쓰기를 거부하지 않게 되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훌륭한 자극이 된다. 그렇게 '밥을 주제로 글을 쓰고는 수학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수학나라 공책에 각자 가지고 있는 평면도형 모형으로 공책에 대고 따라 그리게 하여 세 가지 유형의 도형으로 재미나게 꾸미고 익히는 시간으로 보냈다.
사실 오늘 하기로 했던 '문장부호' 공부는 내일로 미뤘다. 오늘 결석한 아이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니 내일 또 따른 아이가 교외 체험학습으로 긴 시간 빠지게 됐다. 애고 이러나 저러나...나중에 다 챙기면 되겠다 싶은데...오늘 하루도 이렇게 또 흘러간다. 나의 하루는 고단한데....아이들의 하루는 마냥 행복해 보여서 그것으로 위안이 그나마 된다. 오늘 연극시간 때 몇몇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보호자들에게 톡으로 노래 부르는 장면을 보내며 우울할 때 꼭 보시라 했는데... 내가 다시 그 영상을 봐야겠다. 오늘은 그동안 날짜를 잘못 세어 아이들과 만난지 192일째 되는 날로 고쳐 둔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