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읽는다는 것

(2024.9.12.)

by 박진환

오늘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은 뒤에 스티커만 붙여 읽은 걸 확인하게만 하고 곧바로 하루 한 문장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시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한 달 더 하게 되면 나아질까? 가늠을 할 수 없는 지점에서 무언가를 할 때가 제일 걱정되고 두렵다. 이쯤이면 이렇게 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게, 아닐 때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음 방법이나 길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분명 4주 전과 다른 것과 달라진 것이 있으니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 오늘 첫 시간의 절반은 국어공책을 준비해서 지난 번에 익혔던 '흉내 내는 말'을 다시 확인하고 글로 쓰면서 정리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이것도 꼬박 한 시간을 해야 겨우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고 했다. 공평한 시간을 어떻게 나누어 남은 넉 달을 이어갈 것인가가 내게는 큰 과제로 남겨진 상태이다.


오늘 남은 시간은 그 공평한 시간을 읽는 법을 아이들과 해야 했다. 우리 반 아이들 12명 중 2/3가 아직은 시계를 정확히 읽을 줄 몰라했다. 딱히 시간을 읽을 줄 몰라도 살 수 있기도 한데, 사실 학교에서 일상을 보내려면 시계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안내를 할 때, 시간을 빼고 설명해야 할 경우가 많아 번거롭기도 불편하기도 할 때가 많다. 교육과정에서 1학기에는 아직 수세기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에게 시계읽기 개념을 익히는 게 맞지 않을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1학기 말에 해도 될 정도의 시계 읽기를 2학기로 넘기는 건,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는 생각만 든다. 나 또한 예전에는 1학기 때 미리 시계 읽기를 가르쳐 보기도 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1학기에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는 교과서에 나온 대로 정시를 읽는 법과 30분을 읽는 법을 익히고 나서 공책에 배운 것을 그림으로 그려가며 확인시켜 나갔다. 두 아이가 설명을 해도 이해를 핮 못해 도우미 선생님에게 부탁을 드리고 다른 아이들은 다음을 이어갔다. 10여 분 지나면서 모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시계를 읽을 줄 알게 됐을 때, 칠판에 붙인 시계 앞으로 모이게 해서 가리키는 시간을 먼저 읽어내는 놀이도 했다. 생각보다 노*가 빨랐다. 나중에는 각자 자기 공책에 있는 빈 시계에 내가 불러 준 대로 정시와 30분이 들어간 시계 바늘을 직접 그리게 했다. 한 아이만 여전히 헤매고 있어 시간이 더 필요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난히 읽는 법을 익힐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다음 주에 할 시계 빙고판을 완성해 놓는 것으로 오늘 수업은 그렇게 마무리를 했다.


그러고 보니, 참 시간이 빨리 간다. 며칠 전, 6학년 후배 교사와 야근을 하게 돼서 저녁을 내가 샀는데, 밥을 먹으면서 그 후배 교사는 요즘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순간 깜짝 놀란다는 말을 해서 나도 놀랐다. 이제 갓 20대 후반의 교사가 내가 요즘 느끼는 그 빠른 시간을 느끼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각자가 느끼는 체감 속도는 다를 것이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이제 적어도 정시와 몇 시 30분 정도는 알게 됐다. 우리반 아이들은 4교시 끝 무렵 시계를 같이 읽으면서 '12시 30분'을 확인했다. 그때가 점심 시간인지도 확인했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 그 시간을 물리적으로 읽어낸다는 것과 체감하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하루 하루 이 소중한 시간, 나는 어떻게 살지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한숨이 나온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94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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