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지 200일 되는 날

(2024.9.19.)

by 박진환

연휴 끝에서 만난 아이들은 별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떠들고 장난치고 신난 얼굴들. 녀석들은 오늘이 201일, 아니 200일 잔치를 하는 날인 걸 전혀 모르는 눈치다. 그러고 보니 200일을 어느새 달려왔다. 이제 100여일 정도만 지나면 아이들과 헤어져야 한다. 곧 날을 세는 것을 또 하나 늘일 작정이다. 차서 올라가는 날만 있는 게 아니라, 거꾸로 세어 내려가는 날도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세기와 수감각은 일상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헤어지기 100일 전이 언제인가 찾아봤더니, 9월 24일이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이 난데없이 임시휴일이 되는 바람에 방학일이 늦춰진 때문이다. 안 그래도 세상이 예측 불허인데, 이런 것까지 뛰어드니 정신이 없다. 언제쯤 세상이 제자리를 잡아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추석을 떠올리는 하루 한 문장쓰기로 시작을 하고 책을 읽고 나서는 오늘의 글쓰기 주제인 '집'으로 첫 블록 수업을 시작했다. 집과 관련된 낱말들을 꺼내어 말놀이를 해 보았다. 그 낱말을 다시 칸 공책에 옮겨 쓰고 나자 어느덧 첫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훨씬 수월하게 글을 쓰는 모습이 다행이다 싶은데, 당장 10월에 있을 일기쓰기에 우리 아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때마침 두 분의 어머님이 조심스레 교실에 오셔 케이크와 음료를 놓고 가신다. 그제야 아이들이 200일 잔치가 있는 날인 걸 떠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껏 들뜬 아이들은 여기저기 방방 뛰고 난리다. 고작 케이크 하나에 음료수이고 소박하게 200일을 자축하는 것인데도 아이들은 갑자기 힘이 나나 보다.


케이크를 교실 가운데 놔두고 아이들을 둘러싸게 했다. 100일 기표 두 개를 케이크에 꼽고 초에 불을 붙이자 절로 생일 노래가 나온다. "200일 축하합니다~"로 시작한 노래를 부르고는 촛불을 끄고 아이들은 저마다 잘라 준 케이크를 받아 먹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나는 100일 이후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어찌나 반가워하고 추억하며 웃던지. 새로 전학 온 상*이가 오롯이 지난 200일을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지만, 함께 축하해주며 200일 잔치를 즐겼다. 이후로는 아이들에게 지난 1학기부터 준비해 놓은 캐리커처 액자를 선물해주었다.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캐리커처 액자를 받아들고는 어찌나 신나하던지. 그렇게 우리 1학년 하고 남은 100일을 잘 지내보자 약속을 했다. 물론 그 약속의 결과는 내가 하기 나름이겠지만...


다음으로 남은 시간에는 잠시 텃밭을 다녀왔다. 8월말에 심은 무를 솎아 주어야 한다고 해서 갔더니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여 그냥 들어왔다. 끝으로 수학시간으로 마무리 했다. 시계읽는 법을 배웠던 것을 복습하며 다시 물었는데, 모든 아이들이 잘 해내 주었다. 오늘 두 아이가 빠져 다시 확인해야겠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시계 빙고도 하고 시계 읽기 평가도 하면서 오늘 하루도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9월 하순으로 접어드는데도 아직도 날씨는 한 여름이고 습기는 가득하다. 이번 주말을 고비로 가을로 접어들 거라는데, 가을 바람 부는 날에 아이들과 여기 저기 산책을 다니며 다른 추억을 쌓고도 싶다. 이제 불과 100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 괜히 짠하고 찡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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