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20.)
“아, 비 내리는 소리가 좋다.”
“지*아, 비 내리는 소리가 왜 좋아?”
“우산에 비가 부딪혀서 내는 소리가 좋아요.”
“저두요. 비 내리는 소리가 듣기 좋아요.”
“선생님도 그래. 너희도 그걸 아네.”
“알죠. 비 내리면 얼마나 좋은데.”
오늘 비가 내린다는 예보.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집에서 챙기지 못했는지 비를 맞고 들어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어제 오지 않은 재*이는 파마를 했는데, 비를 맞아서 더 머리카락이 가라앉아 꼬부라져 있었다. 더 귀여워 보였다. 아이들은 책을 먼저 읽었다. 우리 아이들은 읽기 유창성이 부족한 아이가 꽤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서 읽는 아이들이 있다. 덕분에 아이들이 책을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비 내리는 날에 음악을 틀어 놓고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를 듣는 특권은 아마도 초등학교 담임에게만 있을 것이다. 중간놀이 시간에 비가 오자 교실에서만 노는 아이들에게 우산 쓰고 산책나가자는 소리를 아니 몇몇 아이들이 따라 나왔다. 유치원 쪽 건물로 걸어 내려가는데, 제법 내리는 비속을 우산 쓰고 가다 뒤를 돌아보니 졸졸 따라오는 아이들이 참으로 예쁘고 사랑스럽다.
유치원 쪽 건물 찻길 좁은 밭에는 우리 아이들이 입학할 때 받은 꽃이 있다. 옮겨 심은 지 석 달은 지난 것 같은데, 어떻게 됐는지 아이들도 잘 보지 않았나 보다. 같이 가서 보니 너무 잘 자라고 잎도 풍성했다. 요즘 내가 참 바쁘다. 아이들도 볼 게 많고 놀 게 많고 할 게 많으니 바쁘다. 그러니 이렇게 자기가 심은 것을 잊고 살아버린다. 진짜 교육은 이런 게 아닌데, 무엇을 생각하며 사는 걸까. 아이들 탓도 아니다. 어른이 챙겨야 한다. 우리 아이들 보면 교실에 들어올 때 신발 챙기는 거나 우산 챙기는 거, 밥 먹는 거, 사물함 정리하는 게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혼을 내서 될 일이 아니라, 연습을 시켜야 하는데, 나를 비롯해 우리 어른들이 정말 잘 해야 하는 게 무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오늘은 다모임도 있는 날이었다. 오늘은 모둠 깃발을 만들어 보고 모둠원들이 각자 챙길 것들을 확인하는 작업이 있었다. 제법 1학년도 이제 같이 참여를 한다. 여전히 겉도는 아이들도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겠나 싶다. 잠시 시간이 남은 상태로 다모임은 끝이 났다. 다른 학년은 텐트 치는 연습을 했고 우리 아이들은 교실로 갔다. 조금은 일찍 들어와 아침에 하지 못했던 하루 한 문장을 쓰게 하고 중간놀이를 할 수 있게 했다. 문장 쓰기는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직도 격차가 있는 아이들이 꽤 있다. 어찌했든 줄여야 한다. 마지막 시간은 맨처음 글쓰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집’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자세히 풀어 쓰는 것에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모든 걸 재미있다, 놀았다고 퉁 치고 넘어가려 한다. 어떻게 재밌게 지냈는지,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남이 알도록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계속 가르쳐야 한다.
가을을 알리는 비가 내리던 날, 오늘도 난 참 많은 일을 했다. 아이들과 만난 지 202일째 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