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마지막 날의 착각

(2024.9.30)

by 박진환

어느새 9월의 마지막 날이다. 지난 주 들살이(야영)으로 금요일을 아이들과 보낸 뒤라 아침부터 몸이 무거웠다. 그날 금요일 당일만 2만 7천보를 찍을 만큼 많이 움직였다. 어제부터 발바닥 왼쪽 앞부분을 디디기 힘들 게 아팠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오늘도 낫질 않아서 살짝 절뚝거리며 다녔다. 티가 나지 않게. 당일은 정말 무리였다. 1학년도 참가하는 일정을 자정까지 운영한 건, 학교측도 진행측도 모두 아쉬운 조처였다. 평가 때 이야기 하겠지만, 1학년 아이들 중 몇몇은 다음에는 안 오고 싶다고 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일정으로 지쳐 나온 말인데, 주변 6학년 아이들은 더 쎈 반응이었다.


나도 웬만한 건 참으라고 하는데, 이번 건은 지나쳤다 싶었다. 아이들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진행, 그 진행을 조절하지 못한 학교 측 모두 잘못했다. 사진으로야 좋게 나왔겠지만, 여러 가지로 아쉬운 들살이였다. 개별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지적은 하고 싶지 않다. 내년에는 학교가 주관하고 필요한 인력을 프로그램마다 투입하는 방식이 좋을 듯하다. 적절한 시간 운영의 묘는 학교가 주관했을 때라야 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반성들이 되었으면 하는데, 그렇게 될려나 모르겠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늘 나만 미운 오리 새끼가 된다. 합리적인 평가가 되길 바란다.


오늘 아침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책 읽기 시작한 하루. 10월부터는 좀 더 계획적으로 접근해야하지 싶었다. 9월은 책과 편한 만남을 했다면, 10월은 좀 더 의도적인 독서와 접근으로 우리 아이들의 책읽기 능력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에서 도움이 필요한데, 10월 상담을 통해서 협조를 구할 작정이다. 오늘은 10월 2일로 마무리 할 '하루 한 문장'쓰기도 이어갔다. 내용은 풍성해졌는데, 여전히 맞춤법에서 자주 틀리는 걸 고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곧잘 보인다. 읽기가 충분하지 못한 티가 난다. 어쩔 수 없다. 꾸준한 읽기와 쓰기, 그리고 시간에 맡길 밖에. 난 받아쓰기 같은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학습은 거부한다. 자연스러운 읽기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시 따라 쓰기와 맨 처음 글쓰기로 이어졌다. 오늘의 이름씨는 '신'. 아아이들은 '신'과 '신발'을 구분하지 못했다. 아예 '신'이라는 말을 낯설어 했다. 그렇게 겨우 뜻을 알고 다양한 신의 세계를 경험한 아이들은 조사 확인과 단문을 쓰는 것으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 했다. 수학시간은 지난 시간에 10에서 빼기 놀이를 콩주머니로 했었는데, 그걸 다시 하자고 해서 아이들과 다시 하면서 오늘의 학습내용을 확인하고 들어갔다. 나중에는 뺄셈식으로 나타내는 연습을 한 뒤에는 오징어 다리 떼기 놀이로 10으로 뺄 수 있는 식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언제나 이 수업을 하게 되면 나는 오징어 다리를 뜯는 잔인한 선생이 되곤 한다.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이기면 내가 그려온 오징어 다리를 하나씩 뜯고 아이들이 이기면 그 속도를 늦추게 되는 것인데, 뜯을 때마다 살아있지도 않은 오징어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실 가득히 번진다. 결국 모든 다리를 떼면서 하나씩 10에서 빼는 수를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교과서 문제와 수학익힘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여전히 한 녀석이 방황을 하고 있다. 걱정이다. 학습에는 관심 없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녀석의 습성을 단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오늘은 이렇게 9월의 마지막날을 보냈다. 점심을 먹고 교실로 들어오기 전 도서실에 들러 3년 전 내가 졸업시킨 아이들의 앨범이 뒹굴고 있길래 챙겨왔다. 그랬더니 내 껌딱지 예*와 노*가 묻는다.


"선생님은 3년 전에 몇 학년 했어요?"

"6학년."

"음...그럼 2년전에는요?"

"그때도 6학년."

"그럼, 1년 전에는?"

"그거야, 지금 2학년이지."

"야, 그럼 2년씩 6학년, 1학년 이렇게 했네요?"

"응, 그랬지."

"왜요?"

"그래야 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지."

"그럼, 다음에는 2학년 하면 되겠다."

"안 할 거야."

"왜요, 그냥 2학년 해요."

"그래요. 그냥 하면 되지 뭘 생각해요."


이렇게 마무리 짓고 아이들과 헤어지려는데, 승*가 내게 와서는 엄마가 아침에 준 캔디라며 4개 중에 두 개는 날 주겠단다. 군것질 거리 가져오지 말랬는데, 하며 잔소리를 하며 마지 못해 받아들었는데, 나중에 보니....텐텐이었다. 캔드 포장 상단에는 성장과 발육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난 하나 꺼내 먹어 보았다. 요즘 의욕을 크게 잃은 내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착각이라도 하고 싶어서....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12일째 되는 날이고 D-94일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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