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
10월 첫 날인데, 띄엄띄엄 학교를 오게 되니 뭔가 집중력이 떨어진다. 아침에 책을 간단히 읽힌 뒤에는 곧바로 지난 주에 아이들 요구에도 하지 못한 되박산에 피난처를 만든 곳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이들이 들살이 때 만들어 놓은 피난처는 아직 건재했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자주 찾아보게 해야 하는데, 연휴가 이어지니 그럴 수도 없다. 이렇게 지나가면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으면 대개 아이들은 다 까먹는다. 잊고 말아버리는 거다.
자기들이 직접 만든 피난처에 각자 가 있으라고 하고 사진도 찍었다. 뿌듯해 하는 아이들 모습이 보기 좋았다. 피난처를 떠나 산책길로 들어서며 다시 돌아 내려왔는데, 나도 모르게 아주 살짝 아이들은 도토리를 챙겨 놨었다. 그 도토리는 산에 사는 동물들이 겨울 내내 먹고 살아야 할 식량이니 다시 돌려주고 오라고 했다. 도토리 묵은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이지만, 도토리는 챙기고 싶어 하는 아이들. 뭐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이런 반전의 욕구들은 다 가지고 있으니...
첫 국어시간은 온작품읽기 수업에서 다룰 동화책 <한밤중 달빛식당>으로 시작을 했다. 한 권씩 나눠주며 앞으로 3주 동안 이 책으로 수업을 할 것인데, 함께 잘 읽고 공부하자 했다. 오늘은 표지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표지를 보니 먼저 뭐가 보여요?"
"달이 보여요."
"그렇지, 달."
"제목도 보여요. 한밤중 달빛 식당."
"그렇지, 그럼 여기서 한밤이라는 게 뭘까?"
"......"
"모르는구나. 한밤이라는 건 깊은 밤이라는 뜻이야. 아주 깊은 잠에 빠져 드는 시간이라는 거지. 그러면 중은?"
"---하는 중 아니에요?"
"그렇지 00이가 잘 말해 주었네. 자 우리가 밥을 먹는 사이는 밥 먹는 중이라고 하잖아. 선생님 지금 저 화장실 가는 중이에요. 선생님, 저 똥 누는 중이에요. 이렇게 말이지. 한 번 돌아가면서 00하는 중이라고 말해보도록 할까?"
이렇게 표지를 보며 제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집 안에 여유가 있다는 것, '영업중'이라는 팻말이 보인다는 것. 그리고 속표지에는 어떤 한 아이가 걸어가는데, 송전탑 주위를 걸어가고 있어 '송전탑'의 뜻도 알려주면서 주인공 남자 아이와 식당 속 여우의 관계라든지, 무슨 일이 벌어 질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또 보냈다. 뒤표지에 나쁜 기억을 사라지게 한다는 문구에서 아마도 이 식당에 가면 음식을 먹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나쁜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좋은 식당이 아닐까 하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막상 읽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첫 쪽도 한 번 읽어 보았다. 읽고 싶은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했더니 생각보다 더듬 거리며 읽는다. 읽기 연습이 필요했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예를 들어 보이고 연휴라 집에서도 읽어오라고 숙제를 내주었다. 아이들은 더 읽고 싶어했지만, 집에서 더 읽어오는 것으로 부탁을 했다. 아마도 이 과정을 통해서 좀 더 읽는 연습과 쓰는 연습, 책을 읽고 생각하는 연습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어지는 시간은 수학이었고 세 수의 덧셈을 10이 되는 수를 이용하여 해결하는 법을 가르쳤다. 전체적으로는 무난했다. 마지막 시간에는 10월의 통합교과 새로운 주제 '약속'을 교과서로 확인하며 무엇을 배우고 생각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날씨가 참 좋아졌다. 물론 갑작스럽게 떨어진 기온이 우리 아이들 감기를 들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도 드는 날씨였다. 아무도 아프지 않고 이 시절을 이 좋은 시절을 잘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14일째였고 94일을 남겨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