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2024.10.7.)

by 박진환

올해 연휴도 이번이 끝. 마치 지난 주는 오래 전 봄방학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제는 그런 방학은 사라졌지만... 오랜만에 집에 있는 책장을 정리하고 나니 내년에 이사할 준비가 거진 된 것 같았다. 오래 묵은 책, 추억이 가득한 책, 이제는 버려도 되는 책, 왜 이 책을 샀는지도 모르는 책들. 괜한 허무함과 공허함도 밀려 드는 것이 나도 이제 나이를 정말 많이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가 40대였는데 말이다. 정말 1학년 아이들 앞에서 나는 '도사'로 다시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일지도. 오늘도 아침에 교실로 들어선 아이들은 책을 들고는 읽기 시작했다. 이따금 아이들은 자랑삼아 지난 연휴에 읽어오라고 했던 동화책을 두 번이나 읽었다는 아이도 있었고 다 읽었다고 자랑삼아 이야기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첫 수업은 모레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날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정도로 돌아보는 영상을 함께 보고 목요일에 있을 점자이름표 만들기 활동을 대비해서 '훈맹정음'을 만드신 박두성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다며 조잘 대는 아이들. 훈민정음과 더불어 훈맹정음이 누구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건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 교실 뒤편 어딘가에는 박두성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있다고 했더니 예*는 찾아내서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후로 수학 2단원을 정리하는 평가까지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무난히 해결하고는 있지만, 복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이 몇몇 보인다. 이어진 수업은 아이들에게 연휴 때 미리 읽어오라 했던 <한밤 중 달빛 식당>을 함께 읽고 수업하는 온작품읽기수업시간.


읽으면서 내용도 살펴보고 낱말과 문장도 톺아보았다. 책을 그냥 읽어버리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 1학년은 하나 하나 살펴 읽어갈 게 많다는 걸 확인 시켜 주는 시간으로 보냈다. 내용은 물론 살펴보면서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지점과 낱말, 문장부호, 흉내 내는 말, 문장의 표현 독특함. 색다른 문장표현의 의미도 살펴가면서 작가의 표현이 우리가 쓰는 글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도 알아보았다. 이를 테면,


'어느새 내 얼굴이 식당 유리창에 딱 붙어 버렸지.'


위 표현이 무슨 뜻인지를 생각해 보게 했다. 그런데 의외로 꽤 많은 아이들이 궁금해서 바짝 유리창에 다가선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 정도의 문해력이면 앞으로 큰 걱정 없겠다 싶은데, 그만큼 상대적으로 이해를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가르쳐가며 확인해 가며 글을 읽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즐긴다. 하나 하나 공책에 옮겨 써가며 기록하며 돌아가며 읽는 과정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돼 버렸다. 점심시간을 마치고 돌아와 다섯 명을 줄 세워 지난 4일의 연휴 뒤에 이어진 날을 살피고 돌을 넣게 했다. 오늘부터는 보호자 상담도 한 달 간 이어진다.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울 방법과 길을 함께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 지 219일 째 되는 날이었다.

아이들과 헤어질 날도 이제 87일 밖에는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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