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넘긴 한글날

(2024.10.10.)

by 박진환

연휴의 마지막 한글날을 넘기고 다시 모인 날. 책을 읽고 난 뒤, 북스타트 공책을 채운 뒤 곧바로 <한밤중 달빛식당>으로 온작품 읽기 수업을 했다. 주인공 연우가 다시 달빛식당을 찾아 두 개의 나쁜 기억으로 값을 치르고 푸딩을 먹게 되는 장면. 그때 나타난 술 취한 아저씨, 그 아저씨는 아내를 잃고 와 그 기억을 지우고자 했다. 오늘은 거기까지였다. 1학년이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아직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전학년이 같은 책을 읽고 나서 함께 활동을 하기로 하다 보니 우리 1학년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책이 됐다. 하지만 곧잘 읽으며 함께 생각하며 천천히 나가는 게 딴에는 괜찮다는 분위기다. 그래도 재밌단다. 그저 다행인데, 다음주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다음 시간은 하루 넘긴 한글날 기념를 위한 활동으로 넘어갔다. 타일러라는 미국인이자 방송인이 세운 회사에서 만든 제품인 '한글과자'로 영어권 못지 않게 우리 말이 얼마나 활용도가 높은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단군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쑥맛과 마늘맛으로 제품을 만든 것도 신기하긴 한데, 그 맛을 느껴보는 아이들 표정도 재밌었다. 짐작한 대로 역시 쑥맛보다는 마늘맛이란다. 조금 이따 6학년들과 점자 명함을 만들기로 했는데, 마침 찾아온 선배들과 우리 반 아이들은 한글과자로 한동안 시간을 보내며 즐겼다. 자기 이름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아는 글자를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마침내 시간이 됐고 우리들은 훈맹정음을 만들어 낸 박두성할아버지의 한글점자로 명함 혹은 책갈피를 만들고자 짝을 지어 즐겼다.


선배들과 우리 반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그렇게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던 두 아이도 이번 시간만큼은 충분히 즐긴 듯했다. 나름 만들어낸 작품으로 사진도 찍고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나누며 인사를 한 뒤, 곧바로 우리 아이들은 다목적실로 향했다. 다목적실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꼴대전'이라 하여 아이들 예쁘고 바른 글쓰기 대회가 치러졌다. 각 학년마다 주어진 텍스트를 옮겨 바르게 예쁘게 쓰는 활동을 시작했는데, 사뭇 진지하다. 어린 아이들도 정성들여 글을 쓰는 데, 우리 반 준*는 "자꾸 손이 떨려요~" 한다. 한동안 우리 아이들의 글씨가 우리 학교 곳곳에 붙어 있을 예정이다.


우리 영화와 음악, 영상이 세계 여러 나라에 퍼지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이라 한다. 한 사람의 언어가 그 사람의 사고를 지배한다고 한다. 한글로 사고하는 우리 아이들이 한글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과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읽고 쓰는 것에 중요함을 깨닫는 시간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우리 학교에서도 한글날을 기념하며 꾸준히 행사를 열었다. 올해는 다른 행사도 많아 충분한 준비가 되지 못해 아쉬웠지만, 내년에는 좀 더 잘 준비를 하길 바랄 뿐이다.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와 보니 오늘은 우리 아이들과 만난 지 222일째 되는 날이었다. 헤어질 날도 이제 84일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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