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그런 월요일

(2024.10.14.)

by 박진환

월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아니 내렸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이지 싶다. 이번주 금요일에는 현장체험학습도 있는데, 그날 특히 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단다. 날씨가 제발 바뀌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는 그러고 보니 현장체험학습날에 비가 자주 내렸던 것 같다. 오늘부터는 혁신학교 개방주간으로 다음주까지 학교를 여는 날이기도 하다. 딱히 올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바쁜 사람은 바쁘다. 교육청이 혁신학교 하겠다는 학교를 찾아 지원을 하고 성과를 기대했는데, 사실 학교는 너무도 바쁘다. 학생 가르치는 일만으로도 바쁘다. 그런데 그 성과를 보여달라고 준비하란다. 그냥 와서 어떤지 보면 단 번에 모를까. 언제 누가 어떻게 오는 걸 학교가 받아서 학교가 안내를 해야 한단다. 지원을 받았으면 그렇게 해야 한단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조차 힘든 학교에게 시키는 일은 너무도 많다. 그렇다고 교사들에게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별로 없다. 오로지 사명감이어야 한다. 요즘에 누가 이런 체제로 일을 하려 할까? 그냥 오는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판단하면 되지 않을까? 학생 가르치는 일로 바쁜 학교가 다른 일로 바쁘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간다. 교육청에서 일하는 사람은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하는 방식은 예전과 같다. 학교는 교육청의 하부기관이 아니어야 한다. 모든 걸 교육청이 지원하고 학교는 그냥 문만 열면 되지 않나? 이건 기본이 아직까지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 그야말로 무늬만 혁신이다. 헛도는 정책 12년의 결과는 혁신정책의 일몰 밖에는 남지 않았다.


오거나 말거나 나는 우리 아이들과 책을 읽었고 글자를 익히고 책 내용을 살펴보고 느낌을 나눴다. 읽으면서 모르는 낱말과 흉내 내는 말, 감정이 섞인 말을 찾아내는 것도 했는데, 아이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재밌겠단다. 그걸로 충분하다. 중간놀이 시간에는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갔다. 오늘부터 임시로 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공사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마침내 학교에 도서관이 생겼다. 너댓명의 아이들과 도서실에서 책 찾는 걸 안내하고 다시 꽂는 것도 가르치며 시간을 보냈다. 너른 공간에서 자유롭게 책을 보는 아이들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음악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예산을 확보해서 내년에 할 일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다시 데리고 오늘의 3,4교시 수업을 들어갔다.


맥락이 도무지 없는 이번 개정교육과정의 통합교과 1학년 2학기 두 번째 주제 '약속' 중 물을 아껴 쓰는 일과 뜨거워지는 지구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망가져 가는 그래서 우리마저 사라지게 할 지 모르는 기후위기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 지를 살펴보게 했다. 교과서 내용을 간단히 훑은 뒤에는 토드 파의 <내가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고래이야기)이라는 그림책을 보여주었다. 함께 읽으면서 우리가 왜 물을 아껴야 하고 전기를 아껴야 하며 나무와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지를 이야기 나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알고는 있다. 다만 실생활에서 실천을 하지 않을 뿐. 이런 이야기로 두 시간을 보냈는데, 아이들은 하나도 지루해 하지 않는다.


질문과 답, 그것에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들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2학기 통합교과 공책 표지를 꾸며가며 내용으로는 우리가 오늘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 10가지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까지 확인을 해 보았다. 아이들도 자기 삶과 관련된 이야기는 서슴없이 말을 하고 집중을 한다. 활동 수업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26일째 되는 날이었고 이제 아이들과 80일을 보내면 헤어지는 걸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매거진의 이전글가을 햇볕 따뜻한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