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참관자가 있던 날

(2024.10.16.)

by 박진환

오늘은 교실에 손님이 오셨다. 보호자 세 분이 교실로 오신 것. 작년에는 그렇게 교실로 오셔 수업 좀 보시라 해도 한 분만 오셔 아쉬웠는데, 올해는 학교열기주간에 세 분이 오셨다. 한 분은 열기 주간 봉사활동을 하셔야 해서 급히 나가셔야 했다. 나도 모르게 보호자 세 분이 오셨는데, 난데없이 등장한 세 분의 어머님들 때문에 아이들은 살짝 놀란 듯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난 뭐 좋았다. 늘 밴드에서만 지켜보던 아이들 모습을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중간놀이도 없는 6시간을 달려야 하는 수요일이었다. 그래서 아침 책도 스티커만 붙이게 하고 날마다 먹던 차도 오늘은 생략했다. 텃밭에 나가려 했는데, 날씨가 꾸리한 상태라 오늘은 그냥 넘겼다.


첫 수업은 온작품읽기 수업 <한밤중 달빛 식당>. 마침내 주인공 연우는 나쁜 기억이라 팔아버린 그 기억을 되살리려 한다. 왜 그랬을까를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직 1학년이 소화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어 내가 설명해 주기도 했다. 물론 정답은 아니다. 이것도 내 생각이니.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자신이 지켜 본 한 아저씨의 모습때문이기도 했고(이건 몇몇 아이들의 생각), 여기에 멈춰 있어 나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본 좌절하고 아파하고 주저앉은 아빠의 모습 때문에 그렇기도 했다 했다. 교사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게 어쩌면 그게 정답처럼 보일 수도 있어 조심스럽지만, 문학읽기와 국어수업은 다르다고 생각해서였다. 다른 관점에서 읽을 수도 있다는 경험과 연습은 수업시간에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서로 다른 생각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해주어야 했다.


오늘은 읽기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살펴봐야 할 낱말들이 꽤 있었고 그림도 그리면서 내용파악도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마침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도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나쁜 기억'이라는 키워드. 각자에게도 나쁜 기억이 있지 않겠냐고 물론 좋은 기억도 함께. 그러나 역시나 1학년 아이들은 딱히 나쁜 기억이 없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엄청나게 나쁜 기억이라기 보다는 생각하면 아쉽고 떠올리면 후회가 되는 기억, 살짝 기분 나쁜 기억도 있을 거라고 했더니 몇몇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그때 난 일단 생각만 해두라고 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하자 했다. 다음 번에 아이들은 어떤 나쁜 기억을 이야기 할지...그날은 들어주기만 할 거다. 25일에 전 학년이 함께 진행하는 수업에서는 자신들의 기억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을 거기 때문. 그렇게 오늘은 몇 장을 남겨두고 다음 시간에 마무리 하기를 기약했다.


오늘은 중간놀이 시간이 없어 쉬는 시간 이후에 곧 수학수업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덧셈과 뺄셈(2)의 첫 시간. 이어 더하는 방법으로 주로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가 흔히 세는 방법일는 걸 강조했지만, 몇몇 아이는 헷갈려 했다. 교과서로 확인하고 1학기때 제작해서 나눠 준 수셈판으로 이어더하기 방법을 익혔다. 새삼 오랜만에 만져 본다며 반가워 하던 아이들이 몇몇 하더니 재밌단다. 세 번 정도만 하고 끝내려 했는데, 더 하자고 해서 세 번 더 했다. 그리고는 에그블록으로 이어더하기 방법을 또 익혔다. 아이들은 1학기 때도 그랬는데, 에그블록이 더 재밌단다. 그렇게 이어더하기 방법을 익혔는데, 여전히 헷갈려 하는 아이가 있어 따로 지도를 해야만 했다. 도우미 선생님의 도움으로 계속 익혔는데도 여전히 해맨다. 나중에 연습으로 알게 된 것 같은데, 역시나 모르는 듯한 얼굴이다. 이후 두 수의 합을 10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하고는 이것은 내일 다시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쉬워 한다. 물론 빨리 점심을 먹자는 아이들도 있었다.


끝으로 통합교과 '약속' 중 지난 번 다루지 못한 지구를 지키는 10가지 방법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림책 <전기 도둑>을 보여주었다. 이 책을 빌려가겠다고 나서는 아이들이 꽤나 많았다. 이후로는 10가지 방법 중 아홉가지 방법만 익히고는 오늘 하지 못한 바다 쓰레기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참 오늘 참관 수업하신 보호자 분들은 국어시간을 마친 뒤에는 퇴장하셨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28일째 되는 날이었고 이제 아이들과 헤어질 날이 78일 남은 날이기도 했다. 오늘 낮부터는 날이 맑아졌다. 이런 날씨가 금요일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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