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왜 와요?

(2024.10.17.)

by 박진환


"선생님, 내일 소풍가요."

"맞아, 소풍 가지! 하하하. 근데 비와 온다고 해서 걱정이네."

"비가 온다고요? 근데 왜 비가 와요?"

"어? 비가 왜 오냐고? 그러게 말이다."


참, 질문이 이럴 땐 그냥 웃는다. 1학년 다운 질문 아닌가. 오늘 아침 오자마자 수*가 내일 소풍 간다고 기대가 되는 듯 말하는 과정에서 돌아온 답이었다. 이번 소풍은 정말 소풍을 기획했다. 지난해 하지 못한 엄마 혹은 아빠랑 떠나는 소풍. 6년을 함께 갈 식구들이 첫해 함께 모여 아이들 손 잡고 나들이 가는 풍경을 나는 늘 꿈꾸었다. 그들은 자기 자식의 행복을 위해 이 학교를 보냈겠지만, 나는 내가 있는 학교가 내후년에 떠날 이 학교가 진정 지속 가능한 학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그들이 6년을 잘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들도 아마 6년을 보내면서 아이들 손잡고 학교 소풍을 떠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내일 비가 오더라도 추억만큼은 한아름 가져오는 시간이길 바랄 뿐이다. 근데 정말 왜 비가 올까나~~


오늘도 수업은 이어졌다. 아침은 책 읽고 <맨 처음 글쓰기> 하는 날. 오늘은 '해'를 주제로 파생어와 낱말익히고 단문까지 학습하는 흐름으로 이어갔다. '해'를 주제로 삼으니 '태양'과 '일몰', '일출'도 알게 됐는데, 우리반 상*'이가 나도 잊고 살았던 낱말을하나 골라 주었다. 그것은 바로 '햇무리'. 해 주변으로 구름이나 후광처럼 비치는 부분을 가리키는 말. 오랫동안 잇고 살았던 이 낱말을 어떻게 알았나 싶었더니 집에서 국어공부하다가 알게 됐다고 한다. 누구는 기억도 하지도 못할 말을 이 아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또렷이. 뜻을 설명까지 하며. 덕분에 여러 낱말을 학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익히고 마무리를 지으니 어느덧 첫 블록이 다 지났다. 이제는 중간놀이 시간.


오늘 중간놀이 시간에는 오랜만에 텃밭에 같이 나가서 둘러보았다. 어느덧 무는 초록 머리를 내밀며 흙 바깥으로 튀어 나왔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외치며 빨리 뽑아 먹자 한다. 우리 반 개구쟁이 재*이는 뽑아서 먹고 싶다고 해서 깍두기 싫어하지 않냐고 했더니 자기는 쇠고기 뭇국이 그렇게 맛있단다. 나중에 하나 뽑아서 집으로 가져가게 해야 하나 싶었다. 아이들과 텃밭에서 자란 무와 배추를 둘러보고 살펴본 뒤로 중간놀이 시간을 주었다. 저마다 뛰어 노는데, 혼자 남아 쓸쓸해 하는 노*를 데리고 그네를 타게 하고 나중에는 도서관도 같이 가주었다. 어느덧 시간은 지나 다시 이어지는 수학시간.


이번 수학시간은 어제 그렇게 조작물로 덧셈 개념을 익혔는데도 감이 올라오지 않은 한 아이를 위해서 새로운 교구로 다시 시작을 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며칠 전 준비한 수학교구용 바둑알. 아이들은 새로운 교구에 눈을 반짝거렸다. 오늘은 이것으로 어제 이어세기에 이어 10을 만들어 더하기를 하는 것을 복습해 보았다. 자꾸 또 하자는 걸, 다음으로 이어가야 해서 블록을 꺼내어 더해서 10을 넘는 답을 얻는 덧셈을 하는 두 가지 방법을 새롭게 익혔다. 몇몇 아이는 머리로만 하려 해서 그래서 틀려서 다시 하게 하고 머리로만이 아니라 손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반복해 알려주었다. 끝으로 교과서에 실린 덧셈빙고놀이를 끝으로 오늘 수학수업을 마무리 했다. 다음주에는 덧셈구구활동을 할 예정이다. 부지런히 익히게 해야 2학년에서 힘이 덜 들 것이기에...


내일은 비가 온다는데, 오늘은 너무도 맑다. 속상하지만, 부디 내일 날씨가 오후 4시부터 비가 내렸으면 한다. 내일 1학년 새싹반 식구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29일째 되는 날이었고 헤어지는 날을 77일 앞둔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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