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1.)
요즘 흔한 아침 풍경은 아이들이 책상자에 있는 책을 달 읽고 난 뒤에는 다른 책을 찾으러 움직인다는 것이다. 일종의 루틴이 생긴 것이라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에 크게 부담을 갖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어 고맙기도 하다. 책을 일고 난 뒤에 북스타트 공책에 기록은 한 뒤에는 오늘의 오랜만에 시따라쓰기를 해 보았다. 각자 진도에 따른 시를 낭송해 보게 했다. 다들 나도 그랬다며 나도 이런 시를 쓸 수 있을 거라며 너스레를 떤다. 조만간 꼭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11월부터는 겪은 일 쓰기(일기쓰기)도 병행을 하고 시도 써보게 할 작정이다. 우리 아이들이 꺼내 줄 수 있는 자기 삶이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다.
2교시에는 연극수업을 했다. 연극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한 번 훑어 보려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오늘은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몇 분 오셔서 이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앞서 사전 정비가 되지 않은 탓과 일주일 만에 하게 된 것이 뭉쳐져서 오늘 아이들의 집중력은 아쉬울 따름이었다. 연극을 하면 집중을 하며 전체 대본을 함께 읽어가는 것. 그리고 내 차례를 기억해야 하고 짝이나 함께 해야 할 동작에 대해 익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과정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다짐과 좀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결과 보다는 나는 늘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이 배우길 바란다. 1학년이라고 저만큼만 하겠지 않는 건 금물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지금보다 잘 할 수 있다.
3-5교시는 모두 통합교과 '약속'에 드러나는 환경보호, 생태전환교육에 관한 요소로 학습을 했다. 오늘은 바다 등 우리 주변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제품 등 일회용품에 관한 질문과 의문에서 시작했다. 첫 번째로 <할머니의 용궁여행> 등 두 권의 그림책으로 오늘 학습에 대한 환기를 시키고 우리가 해야 할 것에 대한 질문과 답을 내 놓도록 했다. 아이들이 지식으로는 잘 알고 있는데, 몸으로 움직인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도 꽤 있었다. 부모가 대신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이었는데, 온 가족이 함께 하고 온 국민과 세계인이 함께 해야 할 일이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가 아닐까 싶다. 불과 몇 년 뒤에 벌어질 무서운 기후 재난을 우리 아이들이 겪을 거라 생각하니 오늘 수업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오늘 할 수 있는 수준은 우리가 일상에서 하고 있는 분리배출에 관한 것. 그리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마무리 활동으로는 분리배출 방법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팝업북을 만들어 연습을 하는 정도였다. 다음 시간에는 직접 아이들과 일상에서 분리배출 방법을 학교에서 가정에서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떻게 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 실천을 하는 방법을 찾아 볼 예정이다. 다섯 시간 모두 지나고 나니 어느덧 비가 멈췄다. 오늘 밤에 다시 내리고 내일 오전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이번이 아마도 10월에 내릴 마지막 비가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이제 10월도 열흘도 남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교실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는데, 문득 어제 5년 전 코로나 때 1학년을 맡았을 적 아이, 재*이가 톡으로 연락이 온 것이 생각이 났다. 뜬금없이 그것도 5년 만에 연락이 온 재*이. 글씨 바르게 쓰고 차분하게 마치 여자 아이처럼 생활했던 남자 아이. 왜 갑자기 연락을 했냐 하니 폰을 뒤지다 우연히 내 이름이 뜨더란다. 그래서 보냈단다. 그리고 한동안 문자를 주고 받았다. 이제는 어엿한 5학년. 녀석은 학원을 가야 한다며 다시 연락하겠다고 "그때 고마웠어요."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는 게 아닌가.
코로나때 만났을 적이라 1년을 충분히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헤어진 아이들. 그래도 그 아이들과도 세 권의 문집을 냈더랬다. 나름 애를 썼는데, 이 아이는 무엇을 내게 고마워 했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20년 전 중학교로 갔던 한 남자녀석도 반 카페에 나중에 남긴 말고 이런 말이었다. "선생님, 그땐 고마웠어요." 그때는 그 댓글을 보고 괜히 눈물 짓고는 했는데...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34일째이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72일 앞두고 있던 날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