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3.)
혁신 학교 개방 기간이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 입학 설명회도 있었고 다른 학교 교직원들도 방문을 하고 있고 우리 학교 보호자들도 찾아오고 있다. 오늘은 네 가족 일곱 분이 교실 수업 참관을 했다. 사실 난 외부 손님들에게 대해 지난 2주 동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럴 경력도 아니고 그렇게 한들 달라질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하루 하루 아이들 수업과 학급 생활에 집중할 뿐. 오히려 아이들이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보호자가 찾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찾아온 보호자의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신경을 쓴다. 오늘 보호자들이 찾아온 아이들은 전에 없이 쑥스러워 하다가도 때때로 집중력을 발휘한다. 다른 아이들도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인데,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마련이다. 덕분에 오늘 국어수업과 수학수업의 집중도는 매우 높았다. 마지막 시간을 빼고는 말이다.
오늘 국어수업은 온작품읽기 마지막 지점에서 느낀 점을 표현하는 날이었다. 먼저 아이들에게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의 그림을 선택하게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그림을 선택하면서 이유를 들어주었다. 이전에 재밌었다. 감동적이다라는 흔한 표현을 넘어서서 왜 이 그림을 선택했고 그림을 선택하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도 덧붙여주었다. 이전과 다른 분위기였다. 내심 만족했다. 이렇게 시작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서툰 부분도 있지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어떻게 할 지를 알게 됐다는 것이 중요했다.
오늘 수업의 핵심은 감상표현하는 길에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 오늘처럼 말로 시작하기, 그리고 그림으로 다음으로는 몸짓, 특히 몸짓이 있다는 것을 지*이가 말해주어 놀랐다. 지*이는 요즘 깜짝 깜짝 놀랄 만큼 내 질문의 의도와 답을 정확히 짚어낸다. 손장난과 자세와 집중력이 아직은 아쉽지만 들어 생각하고 자신이 아는 바에 따라 답을 내 놓는 과정은 꽤 놀랍다. 하여간 마지막으로 글쓰기가 있다는 것. 여기까지 설명을 하고 오늘은 자신만의 표지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안내했다. 공책 처음을 비워두었던 까닭을 이제 알게 된 아이들은 신 나게 그림을 그려주었다.
다음 시간은 수학. 오늘은 지난 시간 마무리 못한 덧셈을 마감 짓고 뺄셈으로 들어갔다. 처음은 아이들도 어렵지 않은 이어서 빼기. 이어 더하기의 반대 개념인데, 여러 교구를 써서 나름 안정적인 답을 얻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나도 순간 헷갈려 해서 10을 이용해 뺄셈을 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순간 덧셈 하듯이 뺄쎔을 하게 된 것. 그때 도움이 선생님이 지적을 해주어서 어찌나 민망하던지.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다시 정비해서 10을 이용한 뺄셈 과정을 연거푸 설명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 순간만큼은 덧셈과 달리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밥을 먹고 와서 다시 하겠다고 했는데....
점심을 먹고 돌아와 이어진 수학 수업시간. 나는 다시 10을 이용한 뺄셈 과정을 설명했다. 점심놀이 시간을 열(?)나게 보내고 돌아온 재*이는 뜬금없이 덥다고 에어컨을 들어달란다. 지쳐 멍해지기 시작한 아이는 옆짝꿍 다*도 마찬가지. 이 둘은 마지막 시간 내내 집중력이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두 아이를 타켓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내 목표는 와르르 무너진 셈이었다. 그러나 우리 반 다른 두 아이도 한동안 헤매기는 마찬가지였다. 블록을 사용하여 여러번 연습했는데도 아직 감이 오지 않는 듯했다. 다음 시간에도 다시 해서 완벽하게 이해해서 넘어가야 할 듯하다. 덧셈 구구를 반복해서 익히게 해야 할 작정이다.
오늘이 아마도 우리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이 제일 많은 날인 듯 했다. 한적했던 거산이 북적북적했다. 내년 입학생이 18명으로 정원을 채웠고 대기자까지 있다고 한다. 새롭게 학교가 지어지고 새롭게 교육과정이 출발하면서 벌어지는 일인 듯하다. 그러나 지속가능 하려면 지금이 아니라 3-4년 뒤가 더 문제이다. 공립학교의 한계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이제 공식적으로는 내년 뿐이다. 많이 지치고 힘든 상황인데, 적어도 내년은 오래보다 좀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35일째이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71일 앞두고 있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