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 학교 최고다!

(2024.10.24.)

by 박진환

오늘은 우리 학교 뒷산(되박산)으로 가을산행을 나서는 날. 초록잎담뿍이라는 생태협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전문가와 함께 길을 나서는 세 번째 체험날이기도 했다. 봄에 가지 못했던 되박산을 나서는 길에 아이들은 어제부터 아니 며칠 전부터 기대가 컸다. 우리 1학년 전담생태선생님인 일명 달팽이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서자 어찌나 반갑게 맞이하던지. 오늘 무엇을 할 지, 이야기 나눈 뒤에 바깥으로 가서 간단한 체조를 하고 곧바로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지난 봄에 고작 100미터 정도 오른 것으로 정상에 올랐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오르다 지난 들살이 때 피난처를 만들었던 흔적을 발견하고 어찌나 자랑을 해대던지, 오르던 길이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올라가는 길에 만난 첫 번째 나무는 가문비나무. 아이들이 소나무랑 헷갈리는 걸 아는 생태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며 열매를 꼭 기억해서 소나무와 구분하라 덧붙이셨다. 다음으로는 (미국)소나무도 안내해 주셨다. 우리나라 기후에 맞지 않아 옆으로 삐져 나오는 잎을 설명해 주시며 우리나라 소나무와 다른 개수의 잎을 설명도 해주었다.


올라가다 참나무를 발견하고는 아이들에게 참나무혹벌이라는 것도 설명해 주신다. 참나무 혹벌은 조그만 알이나 애벌레를 보호하려 충영을 만들어 보호와 먹잇감을 주비하며 알을 많이 나아서 종족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데 기주식물인 참나무는 알낳은 부위를 부풀려 열매처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참나무가 열매처럼 맛있는 색을 내어 새의 먹이가 되도록 만들어 벌레를 제거하는 노력이라고도 하는데, 이걸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혹벌이 빠져나간 빈 벌레집은 누런색ㅇ로 변해 땅으로 떨어져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도토리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나도 아이들도 이런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가파른 되박산은 초반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랜 전 우리 학교 선배들의 아버님들이 밧줄을 이어 두 지점에 길게 만들어 놓았다. 10년 가까이 됐다는 그 밧줄은 아직도 튼튼했고 1학년인 우리 아이들도 거뜬히 오를 수 있었다. 힘은 들었다. 초반에 아이들은 힘들다며 어찌나 엄살을 피던지. 그나마 천천히 올라가며 나무와 나뭇잎을 공부하면서 가게 돼, 그 엄살들을 줄일 수 있었다. 되박산은 이렇게 올라가야 하는 것 같기는 했다. 그리고 이번에 타보니 봄보다는 가을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봄에도 오고 가을에도 오면 더 좋겠지만. 이젠 내가 더 맡기 어려운 학년이니 그 다음 학년이 선택할 일이지만.


두 번에 걸쳐 긴 밧줄로 산을 타고는 비교적 평평한 길을 걷자 너무 편하다며 산을 걷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아이들의 말도 들렸다. 어떤 녀석은 긴 밧줄을 타고 오르며 성취감을 느꼈던지 모험을 하는 것 같다고도 했는데, 흥에 겨운 우리 반 준*는 "우리 학교 최고다!"를 외치기도 했다. 그래 맞다. 이렇게 수업시간에 산행을 하고 나무와 나뭇잎, 나무에서 겨우살이를 하게 될 생물들도 관찰하고 두더지가 파 놓은 구멍도 발견하게 되고 떡갈나무와 굴참나무도 만져보고 특징을 알아가며 방귀버섯도 발견하고 놀라워 하는 시간이라는 선물을 주는 학교가 전국에 얼마나 될까. 정말 준* 말대로 우리 학교는 최고이다.


그렇게 어느덧 산 중턱까지 가서 커다란 바위 앞에서 간식을 먹으며 반환점에서 쉬었다. 정상까지 가는 길이 그리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이들 체력상,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오는 길보다는 물론 시간이 덜 결렸다. 내려오는 길에 밧줄을 잡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였다. 힘들었지만, 아이들은 다음에도 또 되박산을 오자고 한다. 그러나 1학년만 올 수 있다고 하니 실망한다. 우리 학교는 학년마다 아산 지역의 대표적인 산을 모두 한 번씩 돌아보는 활동을 한다. 학교에서 학급에서 학년에서 이렇게 되박산을 타는 건 오늘이 마지막인 셈. 아이들에게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산행이었지 않나 싶다.


오늘은 가을다운 날씨였다. 아침에 조금 쌀쌀하기는 했지만, 해가 비치면서 조금씩 기온이 올라갔다. 하늘은 파랗고 더할 나위 없는 산행이었고 하루였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36일째 되는 날이었고 헤어질 날을 70일 앞둔 날이기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매거진의 이전글애들 속은 누구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