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1.)
오늘은 아침 일찍 나왔다. 그것도 새벽 6시 반에. 아내가 일본으로 혼자 열흘 넘게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해서 역까지 일찍 데려다 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새벽 6시 대에 움직였다. 입동이 지났으니 당연 이른 아침은 어두울 터. 역에다 아내를 내려 놓고는 난 학교로 향했다. 물론 학교로 바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가다가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는 아침 신문을 보다가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는 8시 반쯤 교실로 들어섰다. 들어서기 직전 준* 할머님의 문자를 받았다. 오늘 아파서 결석을 해야겠단다. 요즘 환절기에 아이들이 곧잘 아프기 시작한다.
오늘 첫 시간은 책읽기로 시작하고 아이들 일기를 그새 읽었다. 아직 서툰 아이들 몇몇을 빼면 꽤나 잘 쓴다. ㅇ*가 일기쓰기 싫다고 일기를 누가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다며 글을 쓴 게 눈에 띈다. 그래 놓고 옆에는 엄청 잘 써 놓았다. 꿋꿋하게 나가야 한다. 이런 저런 투정 봐 줄 때가 아니다. 일기를 훑어보고는 맨 처음 글쓰기로 들어갔다. 오늘의 주제어는 움직씨 첫 글자 '가다'였다. 가다에서 파생한 낱말을 찾아보는데 집중을 먼저 했다. '가다 갔으니 가니 걸어가다 갔습니다 갔나요' 따위를 살펴보았다. 아이들이 자주 틀리는 움직씨 중에 하나가 '갔다'여서 이를 집중 살피도록 했다. 아무리 1학기 때 'ㅆ'의 쓰임을 배웠다고 해도 실제로 자기가 삶에서 쓰는 언어에 적용을 할 때 잘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지난 두 달 동안 자주 틀리고 익혔던 '갔다'에 대해 아이들도 적지 않은 관심과 호응을 보인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우고 가는 거다. 중간놀이 시간에는 도서관에 14일 신축도서관 행사 준비로 지원단 어머님들이 오셨다 하여 인사를 드리러 갔다. 그리고는 14일 진행행사에 대한 논의를 잠시 하고는 다시 교실로 돌아와 이어질 수학수업 준비를 했다. 오늘은 덧셈과 뺼셈을 공부를 하면서 부족했던 말로 덧셈과 뺄셈하는 법을 집중적으로 익히게 했다. 이를 테면, '먼저 7을 10으로 만들기 / 7이 10이 되려면 3일 필요해. 뒤에 6을 3과 3으로 가르기/ 7과 3이 10이 됐으니 답은 13! 이라는 문구를 외우는 거였다. 물론 수는 바뀌는 것인데...
역시나 어려워 한다. 직접 손으로 종이에 푸는 거는 어렵지 않아 하는 아이들인데, 말로 하라는 건 정말 어려워 한다. 시를 외워 보기도 하고 긴 시를 외우는 것도 하는 아이들이 이것만큼은 어려워 한다. 경기도 수원 유*샘이 만들어 올린 문구였는데, 그 반 아이들은 곧잘 한다는데, 우리 반 아이들은 매우 어려워 한다. 그럼에도 반복해서 뺄셈까지 만들어 익히게 했다.
15-8
먼저 15를 10으로 만들기
15가 10이 되려면 5가 필요해
뒤에 8을 5와 3으로 가르기
15에서 5를 빼니 10
10에서 남은 3을 빼니 답은 7
덧셈 한 시간, 뺼셈 한 시간 이렇게 넉넉하게 잡고 연습 시키고 외우게 했는데, 어느 정도 하는 것 같은데, 완전히 외워 해결하는 건 몇몇 아이들의 몫이었다. 특히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이것은 더 어려워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어서 수학시간마다 한 번씩 연습하려 한다. 입으로 말로 생각하여 문제를 푸는 연습이 10을 이용해 푸는 방식의 덧셈과 뺄셈에 빨리 익숙해지는데 도움을 준다는 선배교사들의 말을 믿고 꾸준히 해 보려 한다.
오늘은 빼빼로데이, 아니 가래떡데이였다. 우리 학교 4학년 아이들이 한 해 농사를 지어 수확한 쌀로 만든 가래떡. 따듯하고 길게 뽑힌 가래떡과 꿀을 선물로 받은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었다.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떡을. 맛나게 배불리 먹어 놓은 탓일까.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오늘이 회사가 상술로 만들어낸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땀흘려 농사 짓는 농부의 마음을 생각하는 가래떡데이로 삼기에는 충분한 경험이었다. 하~ 이번주까지는 따듯한 가을이라고 한다. 충분히 즐길 수 있기를....
오늘은 아이들을 만난지 254일째 되는 날이었꼬 헤어질 날을 52일 앞둔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