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7.)
출근길부터 눈이 내렸다. 눈비가 섞여 내려 기온이 영상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왔다. 그리고 눈도 이따금 내린다고 하여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으로 바뀌면서 싸락눈처럼 바뀌기도 하고 갑자기 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나기도 하고 그러나 비가 내리다 다시 눈. 어제처럼 바람만 덜 불었지 정말 예측불허의 날씨였다.
그렇게 오늘 첫시간을 시작했다. 주제어 움직씨 '찾다'로 시작해서 무엇을 찾았던, 그렇지 못했던 이야기들로 겪은 일을 써내려갔다. 제법 잘 쓴다. 아직은 맞춤법이 춤을 추는 두 아이도 내용은 괜찮게 쓴다. 그거면 됐다. 형식은 시간과 의지가 해결해 줄 것이니까. 오늘은 중간놀이 시간이 없었지만, 잘 해낸 아이들에게 놀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다음 시간은 수학. 이제 오늘로 덧셈과 뺄셈을 마무리 하려 했다. 먼저 공책에 16칸 빙고칸을 10을 이용해서 풀어야 할 덧셈과 뺄셈 문제로 채워 놀이를 해 보았다. 아직은 느린 두 아이가 모든 문제를 시간이 걸렸지만 해결해 겨우겨우 함께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어느덧 모두가 한 학기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을 듯하여 마음은 편안했다. 나중에는 트라이 펙타라는 수학보드게임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을 먹고 마지막 시간은 원래 책을 함께 읽기로 했는데, 우리 반 한 아이가 빠져 다음 주에 함께 읽기로 했다. 그래서 다른 책을 가지고 와서 아이들과 읽었다. 8년 전 문집에서 좋은 글들만 뽑아내 생활글모음집을 단행본으로 펴낸 <내 꿈이 어때서>(휴먼 어린이, 2016)를 함께 읽었다. 한창 일기를 쓰고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서너 편을 읽고 있는데, 우리 반 지*이가 책을 보다 말고 한 마디 한다.
"선생님, 창 밖에 눈이 엄청 내려요."
그래서 창 밖을 봤더니 정말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세상은 어둑어둑해졌고 2학년을 수업을 마치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으로 내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따듯한 교실에서 어떻게 책만 읽고 있겠나 싶어 아이들에게 나갈까 제안을 하니 소리를 지르며 좋아라 했다. 우리는 그렇게 교실 밖으로 나가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다. 얼마 안 되는 눈을 모으는 아이, 머리에 하얗게 눈이 쌓이는 게 좋아라 하는 아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먹겠다는 아이, 상관없이 놀이터로 달려가는 아이, 우산을 언제 준비했는지 쓰고 노는 아이까지 그야말로 첫눈은 아이들에게 잠시 축제의 시간을 주었다.
하얀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다 나는 이렇게 거산에서 눈을 맞으며 아이들과 뛰어 놀 시간도 내년이면 끝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 한 켠이 찡했다. 벌써 4년이 흘렀다. 50대 초반의 나는 이제 50대 중반을 넘어섰다. 소리를 지르며 내 주변을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도 곧 6학년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눈 오는 날에 울적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70일이 되는 날이었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36일 앞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