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2.)
엊그제가 2024년이었는데, 2025년을 표기하기가 무척 낯설다. 그럼에도 오늘은 2024년을 마침내 떠나 보내야 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바빴다.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아이들은 급식실로 가서 6학년을 맞아야 했다. 졸업식 전, 선후배 만남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꽃도 전달하고 6학년 소감도 듣고 후배들의 응원도 전하며 시간을 보냈다. 1학년은 이틀 전에 연습한 '안녕'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연습을 했지만, 막상 6학년 앞에서 전교생 앞에서 부르려니 부끄러웠던 모양. 소리는 줄어들고 멍하니 앞만 보는 녀석도 있고. 하지만 6학년은 귀엽다며 고마워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6학년을 보내주고 교실로 돌아온 뒤에는 통지표도 나눠주고 겨울방학계획표도 나눠주며 함께 읽으며 겨울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초등학교에서 처음 맞는 그것도 61일이나 되는 기간을 어떻게 보낼 지는 아직 우리 아이들에게는 가늠할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 할 것과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아이들에게 전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선물 몇 가지를 건넸다. 양말과 과자가 담긴 작은 선물 상자랑, '도사 박진환'이 찍힌 자, 연필, 그리고 테이프 풀까지 종합선물을 주었다. 부디 오랫동안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중간놀이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난 아이들. 아이들이 뛰어 노는 동안 나는 살짝 졸업식장을 다녀왔다. 졸업생들을 위해 교직원들이 노래를 불러주기로 했기 때문. 재미나고 짓궂은 가사로 모두가 재밌어 하고 즐거웠던 시간. 교실로 돌아온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지난 주 읽어주다 잠시 멈추었던 동화 <쿵푸 아니고 통푸>의 마지막 이야기 '라면 한 줄'.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든 아이들. 이제 이렇게 동화를 읽어주고 들려주는 일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책을 읽어주고는 몇몇 아이들이 건넨 선물을 꺼내보고 편지도 읽어보았다. 다들 아쉬워 하는 편지.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한 어머님의 긴 편지는 지난 일 년의 힘듦을 싹 몰아내어 주었다. 역시 또 고마울 따름.
12시가 넘어가면서 각 학년 교실은 분주했다. 책상과 의자를 옮겨야 했기때문이다. 2학년 교실로 가기 싫다는 아이들 잔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아이들을 재촉했다. 2학년 교실로 우리 아이들의 책상과 의자를 모두 옮겨 놓고 교실로 돌아와 보니 텅빈 곳에서 1학년 아이들만 뛰어 놀고있었다. 다시 아이들을 다잡아 간단히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1학년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교실에 모여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아쉽게도 오늘 준*가 결석을 해서 완전체가 되지 못했다. 아이들을 다 돌려보내고 나니 텅빈 교실. 뭔가 허하다. 문득 몇 시간 전 책을 읽어주고 나서 각자 1학년을 보내는 소감들을 나누게 했던 장면이 떠 올랐다.
가장 먼저 손을 들고 지난 1학년이 어땠는지를 자신 있게 말한 아이는 다름 아닌 다*이었다. 다*이는 거침없이 지난 1학년 자신 없고 말도 없고 조용했던 자기가 2학기 들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새우깡도 큰 거 받으면서 잘 지냈다고 나중에는 까불고 장난도 쳤지만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고 재밌었다고.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다*이에게 힌트를 얻었는지 저마다 지난 일 년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다들 잘 지냈고 고마웠고 그리울 거라는 말들이었다. 마냥 어려서 2학년을 어떻게 올려 보내나 싶었던 아이들. 이제는 제법 자기 생각을 뚜렷이 말하고 학습에도 진지하고 놀 때는 몰입하며 뛰어 노는 아이들이 됐다. 아무쪼록 2학년 가서도 건강하고 세상 모든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길 바란다.
텅빈 교실에서 지난 2024년 1학년 새싹마을의 교사 일기는 오늘도 끝을 맺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뭐라도 그날 일을 쓰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5년 1학년 맡으면서 한 번도 놓지 않은 이 작업을 이제 마무리를 한다. 하~ 다시 언제 또 1학년을 맡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점점 자신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또 다시 1학년을 만나게 되면 재미나고 신 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얘들아~ 너희들을 만나서 반가웠어. 지난 일 년 선생님 많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또 너희들에게 많이 배웠단다. 겨울 방학 잘 보내고 다시 만나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