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쓰기교육의 허상

효과적이지 못한 교육과정과 교과서, 오래되고 낡은 언어관과 지도경험

by 박진환

초등 공립학교에서 다루는 국어교육과정은 6년간 12학기에 걸쳐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언어 기능을 담은 교과서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교사는 국가 교육과정과 교사용 지도서를 살펴보고 교과서를 참고해 학생들의 언어 성장을 돕는다. 하지만 앞서 쓴 글에서처럼 초등학생들의 쓰기 능력은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쓰기를 싫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써야 할 지를 모른다. 1학년 1학기만 해도 글쓰기에 호기심을 보이며 쓰기에 크게 부담을 갖지 않던 학생들은 1학년 2학기부터 점차 부담을 갖기 시작한다.


가장 큰 문제는 낱자와 문장을 익히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린 학생들이 쓰기를 익힌다는 것이다. 1학년 학생들을 3년간 가르치면서 2학기 국어교육과정과 국어교과서에서 문장 쓰기를 제대로 다루는 단원은 3단원 12차시이다. 9단원 겪은 일 쓰기 단원에서 4차시에 걸쳐 겪은 일을 쓰게 가르치고는 있다. 1학년 2학기 국어교육과정의 기본 시수가 106시간이라고 볼 때, 20%도 되지 못하는 시수로 어린 학생들은 문장을 익혀 한 편의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낱자에서 낱말학습을 거쳐 본격적으로 쓰기의 즐거움과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문장을 배워 익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1학년을 3년 동안 가르치면서 어린 학생들이 문자의 세계로 입문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렵게 여긴 영역이 바로 문장쓰기였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단 한 문장으로 나타내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것이 1학년이었던 것. 극히 몇 명의 아이들을 빼고는 한글을 일찍 익혀 입학한 아이들조차도 문장쓰기를 처음에는 무척이나 힘들어 했다.


그런데, 1학년 2학기 교과서로 문장쓰기를 가르치는 단원은 단 한 단원 12차시. 이 12시간(초등 수업의 한 시간은 40분) 동안 낱말을 넣어 문장을 완성해야 하고(2차시) 문장부호의 쓰임을 알고 문장을 바르게 쓸 수 있어야(2차시) 한다. 자기 생각을 문장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하고(2차시) 여러 개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2차시), 받침에 주의하여 문장을 쓸 수 있어야 하고(2차시)글을 읽고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써야(2차시)한다.


혹자는 저런 과정이 2차시 안에 1학년들이 한글을 익혔으면 어느만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하겠지만, 1학년을 만나 지도한 교사라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고 저 시간 안에 가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인정할 것이다. 1학년 학생들의 언어발달은 그렇게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지속적이고도 통합적인 학습을 통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시점이 오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자신만의 읽기와 쓰기 능력을 만들어 간다.


1학년과 지내다 보면 어느 수업시간에서든 한글에 대한 익힘 상태가 충분하지 못한 학생과 아직 읽기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쓰기에도 쩔쩔매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런 학생들은 읽기 못지 않게 쓰기가 몹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상태를 배려하지 않은 다른 교과에서 쓰기 과정을 요구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상당수의 교사들이 연수나 지도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글익히기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보니 쓰기교육을 교과서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1학년 국어교육과정과 교과서, 한글익히기 수준의 오래되고 낡은 교사의 경험은 받아쓰기와 같은 경쟁적 쓰기교육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상태를 오히려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쓰기능력은 개인의 역량 혹은 가정환경의 문제로 치부되기까지 한다. 교육청과 학교, 교사가 준비하고 학습하여 좀 더 노력하면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문제와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노력하고도 있지만, 오늘도 내일도 우리 어린 학생들의 쓰기능력은 각자도생의 길에 머물러 방황하고 있다.


"입학하자마자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받아쓰기를 시키시더라구요. 다행히 저희 아이는 한글을 익혀서 들어가서 문제는 크게 없었는데, 그때부터인지 받아쓰기도 싫어하고 쓰는 걸 싫어하기 시작해서 걱정이 많았어요."


1학년을 처음 맡아 어설프게 언어지도를 하던 그때, 2학기 시작하자마자 한 여학생이 전학을 왔더랬다. 한 달 뒤에 어머님과 상담을 하면서 들었던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가 2016년이고 교육청에서도 1학기만큼은 알림장이나 받아쓰기를 강요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담임교사는 이런 지침을 어기고 소신(?)을 가지고 경쟁적 받아쓰기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것. 효과적이지 못한 교육과정과 교과서, 부족한 쓰기교육 시간, 오래되고 낡고 비과학적인 교사들의 언어관과 경험이 학생들의 쓰기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는 진정 학교와 교사가 어린이들의 언어교육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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