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글쓰기와 국어교육과정 1

- 쓰기의 세계로 입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국어교육과정과 교과서

by 박진환

"쓰기는 쓰기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며 의미를 구성하고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행위이다."


2015 교육과정은 국어과 교육내용 체계에서 핵심개념인 '쓰기의 본질'을 위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참으로 어렵게 다가서는 개념들의 나열이다. 이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고 교사는 학생들의 쓰기를 도와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반적인 수업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주어진 텍스트를 읽고 질문에 답한 뒤, 질문에 대한 답을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써 학습목표나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기계적인 과정이 더 우선이다. 질문을 해결하면서 쓰고 쓰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의미를 구성기도 하고 주어진 학습목표, 이를 테면 '마음을 전하는 글쓰기' 정도의 내용을 만나면 형식적으로나마 사회적 소통의 과정을 거치기는 한다. 그러나 다분히 기계적인 이른바 진도빼기 수준의 국어수업은 쓰기 행위를 학생들이 수행했다는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또 다른 영역과 내용의 수업으로 빠르게 바뀌고 학생들은 쉽게 이전의 학습을 잊어버리곤 한다.


이런 배경에는 초등 국어교육과정의 난해하고 복잡한 구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과정이 수차례 개정되면서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교육과정의 변화와 발전과정을 개별교과의 교육과정에 반영을 해 왔다. 2015년에는 마침내 역량중심교육의 변화에 맞춰 국어교과에도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비판적 창의적 사고 역량(다르게 생각하기), 자료 정보 활용 역량(자료 찾아보기), 의사소통역량(함께 이야기하기), 공동체 대인 관계 역량(마음나누기), 문화향유역량(누리며 즐기기), 자기성찰 계발역량(자신 알아보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교과역량이라 이름붙인 이런 역량들은 이전의 교육과정에서도 요구하고 바라여 왔던 것이다. 다만 개념이 구체화되면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 명확해졌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교과역량을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구체화시키면서 매우 기계적인 배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5 국어교과서의 개발방향에 '통합적 언어활동을 강조한 교과서'를 강조하고 있다. 즉 단원별 두 개 이상의 영역(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을 성취기준과 통합해 구성했다는 것이다. 단원별로는 이 영역이 유기적인 통합이 되어 기본적으로 읽기가 중심이어도 모든 언어사용 능력을 사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분명 이전 국어교육과정과 교과서와 달리 이런 점을 배려하고 발전시킨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언어기능을 익히기에 바탕을 둔 관계가 불분명한 나열식 단원배치와 제한된 텍스트 중심의 학습활동 구성은 가르치는 교사나 학생 모두, 스스로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 지를 쉽게 알아채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1단원의 학습목표는 '감각적 표현의 재미를 느끼며 작품을 읽을 수 있다.'이다. 이와 관련 된 차시별 학습목표는 무려 10개. 이런 틀로 무려 열 한 단원 99개의 학습목표를 익혀 가야 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초등국어교육과정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언어의 기능을 잘개 쪼게 차근차근 익혀가면 초등학생이 갖춰야 할 언어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언어의 기능을 차근 차근 익혀가면 말글살이를 잘 해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교과서를 제작한 분들의 기대와 달리,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수많은 성취기준과 학습목표에 기대어 진도를 나가는 오래되고 낡은 수업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학년에서 학생들이 갖춰야 할 언어능력을 제대로 길러주지 못한 채 진도만 나가고 평가하기에 바쁘다. 독서단원을 뺀 3학년 1학기 교과서의 구성만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일단 1단원에서 감각적 표현을 배우나 2단원은 문단 짜임을 알아야 하고, 3단원에서 높임표혐을 익혀야 하며, 4단원에서 편지쓰기, 5단원 설명하는 말과 글에 대한 이해와 적용, 6단원은 서사글의 특징인 원인과 결과 알기, 7단원은 국어사전, 8단원 의견(주장)파악하기, 9단원 낱말의 뜻 이해, 10단원 작품 감상하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내용을 한 학기에 익혀야 한다. 교육과정을 만든 이들이 현행 초등국어교과서에 두 가지 이상의 성취기준을 통합하고 단원안에서는 모든 영역이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했다지만, 단원으로는 전혀 통합성을 띄지 못하고 각기 다른 내용을 익히게 돼 있다. 이렇다 보니 진도를 나가는 기존의 수업방식에서는 가르치는 교사나 학생이 앞만 보고 가는 상황에서 지금 자신들이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저 진군하고 또 진군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쓰기를 제대로 가르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2학년 1학기에는 5단원과 6단원 20차시(쓰기만을 위한 시간은 각각 4차시), 2학기에는 5, 6, 7단원 30차시(쓰기만을 위한 시간은 각각 4차시)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배당해 편지, 겪은 일 쓰기, 미래 일 쓰기, 인상 깊은 일 쓰기, 작품 속 인물의 마음을 생각하는 글쓰기, 소개하는 글쓰기 등 다양한 갈래의 글쓰기를 지도하지만, 단원별로 기계적으로 할당하는 글쓰기로는 이런 다양한 갈래의 글을 충분히 익히기가 쉽지 않다. 글쓰기가 삶이 되지 않고 특정한 시기에 배워야 하는 학습으로는 학생들의 능력을 키워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그냥 써 보았다 수준,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교사는 평가하는 수준에서 또 다른 단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 학생들의 글쓰기를 질적으로 높이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학생들의 언어발달상태와 삶, 읽기와 쓰기에 대한 교사와 어른의 안목 있는 진단을 바탕으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다시 구성하여 가르치지 않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언어 교육에 있어우리의 문제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언어 '기술(skill)'을 학습하고 나서 이 기술을 읽기나 쓰기에 적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뇌의 활동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의미를 위한 읽기, 우리와 관련 있는 것에 관한 읽기가 문자 언어 발달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크라센의 읽기 혁명》


기계적이고도 양적으로 그리고 기능(기술)을 익혀 언어 능력을 익혀가는 체제와 관점인 현 초등국어교육과정. 우리는 이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학교현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는 어떻게 대처를 하고 대안을 마련할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글은 바로 우리 어린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 특히 쓰기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가로 막고 있는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한 분석과 이해 없이 글쓰기를 가르치려는 것이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다음 주에도 현행 언어 기능학습 중심의 국어교육과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한 번 더 살펴보고자 한다. 모두를 위한 언어학습, 모두를 위한 쓰기학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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