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14)
오늘 아침 첫 수업을 어제야 비로서 깨닫고 바꾸었다. 세월호사건 4.16을 앞두고 무심하게 시간표를 짰구나 하는 반성을 좀 했다. 다음 주에 생태수업 이후에 봄을 마무리를 하는 활동에 손바닥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조정을 하고 오늘은 언젠가 해 보려 했던 수업을 해 보기로 했다. 시간도 부족해 오늘 아침에는 옛이야기를 생략하려 했더니 난리다.
"오늘은 다른 수업을 해야 하고 시간도 부족해서 옛이야기는 다음에 할 게요."
"안돼요. 옛이야기 재밌는데. 해요~"
"아니, 너희들 처음에는 재미없다고 투덜대더니 요즘 왜 이래?"
"아니, 그때는 처음에는 재미가 없었는데, 자꾸 들어보니까 재밌어요."
"맞아요. 무서운 이야기도 있고 슬픈 이야기도 있고 웃긴 이야기도 있고."
"알았어, 알았어. 다음에 꼭 해줄 테니 오늘만 좀 봐죠. 오늘 너희들에게 할 이야기는 4.16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야."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에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들어주었고 내 질문에 자세히 대답해 주는 아이도 있었다. 세월호의 안타까운 이야기에 주목하는 1학년 아이들 표정이 사뭇 진지해서 자연스럽게 그림책으로 안내할 수 있었다. 내가 꺼내 든 책은 <노란 달이 뜰 거야>. 내용은 세월호와 직접 관계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식구들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 슬픔을 껴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이다.
"뭐가 보여요?"
"나비가 보여요."
"높은 곳에 집도 보여요."
"맞아요. 뭔가 사연이 있는 분위기지."
"아빠가 없나봐요."
"엄마도 없나?"
"그럼 고아인데?"
"아빠와 추억을 기억하는 아이인 것 같지."
"엄마랑 같이 누워 있네."
"추억이 나비가 된 것 같아. 아빠랑 추억이."
"나비가 둥근 달이 된 것 같아요."
어려워 보일 듯한 그림책을 자기들 나름 해석하고 읽어내면서 작가의 의도에 다가가는 과정이 꽤 신기했다. 그렇게 책을 다 보고 너희들도 오늘 4.16을 맞아 세상을 떠난 언니, 오뺘, 형, 누나들에게 하늘에서 편히 쉬라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라고 노랑 나비에 글을 써주면 어떻겠냐 했다. 그랬더니 다들 하겠단다. 한글을 모르겠다는 아이들도 나름 비장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우리 아이들의 글쓰기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한 문장을 쓰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직 읽기의 세계에서 한참 머물러야 하겠다는 진단을 내릴 수 있었고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가기엔 한참 시간이 더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을 모르는 아이나 글은 읽을 줄 알아도 문장 쓰기가 안 되는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해서 그 말을 그대로 대신 써주었다. 그것을 그대로 옮겨 쓰라고 한 것인데... 맞춤범과 띄어쓰기가 다 틀린 글에 담긴 아이들 맘이 너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비는 내가 그린 세월호 배 위에 붙여 끌어올리는 형태로 게시판에 붙였다. 아이들은 너무 멋지다 한다. 아이들과 나중에 게시판을 향해 외쳤다.
"언니, 오빠, 누나, 형아~ 하늘에서 행복해. 우리가 꼭 기억할 게."
3-4교시는 주말 국어 숙제 거리를 10칸 공책에 옮기게 하고 곧바로 바깥으로 나갔다. 오늘의 봄 놀이는 우리 학교 뒷산을 조금 더 올라보기로 하였다. 올라가기 전 길목에 있는 멋있는 돌무더기에서 잠시 올라보기도 하고 좀 더 올라가 전에 보았던 진달래가 있던 자리도 가보았다. 하지만 이제 진달래는 자취를 감추고 내년을 기약하고 있었다. 이쯤해서 되박산에 오르는 길에 심은 줄을 잡고 가며 올라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허용하는 것만큼만 가자고 하였는데, 거부할 줄 알았던 아이들이 신나게 오르기 시작한다. 조금 전 힘들다고 했던 아이들조차 다른 아이들이 올라가자 덩달아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분 지났을까?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는 탓에 그만 내려 가자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더 올라가야 한다고 난리다. 이건 또 무슨 소리?
"선생님, 정상에 올라가요."
"선생님, 산을 더 타고 싶어요."
"산 탄다는 말도 하네."
"선생님, 좀 만 더 올라가요."
"안돼~ 지금 안 가면 점심 못 먹어요."
그렇게 끌고 내려온 아이들과 아래 돌무더기 길목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것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했다. 점심을 먹이고 난 곧바로 출장을 잠시 다녀 다시 상담으로 학교를 들어와야 했기에 맘이 좀 급했다. 그런데 오늘 아이들은 배식을 받다가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귀여운 캐릭터가 들어간 과자 마카롱 때문이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규*이가 효*이에게 마카롱을 줬다고 두 개가 됐다고 부럼 반 시샘 반 투정 반으로 난리였다.
"선생님, 효*이는 마카롱이 두 개예요."
"왜?"
"규*이가 줬어요."
"그래? 오~ 효*이는 좋겠네. 규현이가 사랑의 마음을 그렇게 전한 거네."
"아니에요~"
"뭐, 맞는데, 규*이. 사랑을 마카롱으로 전달할 줄도 알고...오~~"
"그러네. 규*이는 효*이 사랑하나 봐요."
"와~"
그때 시선이 내게로 쏠리기 시작했다. 예빈이가 소리친다.
"선생님은 선생님이 마카롱 먹을 거예요?"
"그럼 내가 먹어야지."
"잉~"
"그럼, 이거 누구 줄까?"
"저요? 저요!"
"아, 제일 먼저 손든 예*이 줘야지. 이리 와~"
"주세요."
"아니, 그냥 줄 수는 없어. 이거 받으면 에*이 선생님이랑 사귀는 거다?"
"네, 좋아요."
"와~ 에*이랑 선생님이랑 사귄대."
"맞아. 그런데, 난 선생님이랑 결혼을 할 수는 없어."
"왜?"
"나중에 내가 크면 선생님은 할아버지니까요."
"지금도 할아버지거든?"
"그럼 그때는 왕할아버지겠죠. 아무튼 결혼은 안돼요."
"흥."
애들 하고 이런 대화를 나눌 때면 나도 뭘 하는 건가 싶지만, 이렇게 아이들이랑 친해지는 게 참 좋다. 사귀자니 그러자고 해 놓고 결혼은 안 된다고 하는 이런 대화가 1학년이 아니고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니까. 출장을 다녀와서 이번 한 주를 돌아본다. 이번 한 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마도 3년 전 아산초등학교 1학년 담임일적 한 아이의 어머님의 갑작스럽고도 반가운 전화통화였다. 요즘 이런 저런 일로 교사생활을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불쑥불쑥 했는데, 지난 아이들이나 부모님이로부터 힘내라는 연락이 올 때면 정말 이 교사라는 직업이 참 몹쓸 직업이라는 생각만 든다.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 못 두게 하는.... 얼마 전 페북에 실었던 글을 이곳에도 기록으로 옮기는 것으로 이번 한 주도 마무리 한다. 부디 다음주도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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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힘들고 지치고 맘에 안 드는 것들이 쌓여서 정말 때려 치우고 싶은데, 이럴 때마다 꼭 지난 애들과 부모가 일 년에 한 번은 연락을 해 내 맘을 흔든다. 참 몸쓸 직업이다. 교사라는 직업. 에잇!!!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3년 전 00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셨지요. 저 **이라는 학생 엄마인데요."
"아, **이 어머니. 안녕하세요. 그런데 어쩐 일로..."
"다름이 아니라, 그때 우리 **이 상태 알고 계시잖아요."
"네...알죠...그런데..."
"**이가 그때 선생님 도움으로 지금 4학년이 됐는데...엄청 좋아져서요. 그 시절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오래 전부터 생각했는데, 이제야 연락을 드리네요. 죄송합니다."
"아, **이가 좋아졌다고요. 정말 다행이네요.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3년이 지났는데도 기억하시고 연락을 해주시니..."
"그때 사실 선생님이 **이가 글을 익히지 못하고 학습장애가 있다고 연락주셨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그때 선생님이 용기를 내주지 않으셨으면 아마 제가 지금까지도 아이를 방치할 수도 있었겠다 싶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었더라구요. 그렇게 안 하셨어도 상관없는데, 꼼꼼히 봐주시고 불편해할 부모 마음 아실텐데 그때 용기내주셔서 제 때 치료를 받아 정말 좋아졌어요."
"안 그래도 저 그때 말씀 드렸던 것 같은데.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제가 오히려 공격 받고 상처받아서 용기내기가 어려웠다고 하지만 일찍 치료받지 않으면 **이에게 안 좋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맞아요. 선생님...기억이 나요.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면 할수록 저희도 그때 다른 감정으로 선생님 호의를 거부하고 공격할 수 있었는데...돌이켜 보면 그저 감사한 일이더라구요."
"정말 다행입니다. 기쁘고 고맙고...안 그래도 새로 1학년 맡고 난 뒤 글을 모르는 아이들 보면서 **이 생각이 솔직히 났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시니...정말 고맙습니다. 우울한 날씨에 퇴근할 것 같았는데, 어머님 덕분에 힘이 나네요. **이 잘 키우시고요. 언제 인연이 닿으면 **이 한 번 보고 싶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 **이어머님이 또 이런 문자를 보내주셨다.
"아직도 아이를 키우기 서툴고 어렵고 힘든 상황인데 선생님께서 그 시절 용기를 내주시어 저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시고 바로잡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 또한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이커서 저에게 나누어주신거라 생각해요 저에게는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선생님께서 힘든 선택이라는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어요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선생님께서 나누어준 관심과 걱정에 저는 또한번 성장하고 **이 또 한 한단계 성장해서 또한번 감사함을 드리고싶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