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8.)
세찬 비가 내릴 것처럼 설레발 치던 어제 일기 예보와 달리 출근길은 다행히 무난했다. **가 몸살로 결석을 한다고 연락이 오니 오늘 들어찬 아이들 수가 12명으로 줄어 들었는데, 더 크게 줄어든 듯한 느낌도 들었다. 호박차를 마실 것으로 대접하고 가벼운 기지개를 펴고 옛이야기 한 편을 들려주자 웃고 난리다. 그렇게 첫 수업을 시작하려 하자 ## 가 그렇게 짧은 이야기 하나로 끝내냐 묻는다. 오늘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아침이 늘어지면서 자꾸 수업시간 첫 시간을 통째로 빼먹기 시작하자 뭔가 조금씩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원망 섞인 눈을 뒤로 하고 첫 시간 수학수업 '7'로 들어갔다.
"여러분 7 하면 뭐가 생각나요?"
"음..."
"일곱살!"
"하, 그래 맞아 일곱살도 있지."
"힌트 줄까? 하늘에 떠 있는 별..."
"맞아요. 어, 그게 뭐드라. 칠성..."
"북두칠성이죠!"
"맞아. 북두칠성."
"저, 알아요! 북두칠성이 만들어진 이야기도 알아요."
"어떻게 그걸 알아?"
"전에 어디서 들었어요."
"그거 말고... 또...."
한참 뒤에 공책에서 글과 그림으로 '7'을 채우고 있는데, ## 가 막 뭔가를 발견한 듯 소리를 지른다.
"선생님 하나 발견했어요. 무지개!!!"
"아, 무지개!!! 맞아. 무지개는 일곱빛깔이지."
"아, 그러네."
"야, 대단하네. 어떻게 그걸 찾아냈니? 하하하."
그렇게 일곱에 얽힌 것들을 찾고 글과 그림으로 나타내고 숫자를 쓰는 연습을 하고는 점으로 '7'의 개수를 나타내는 방법에 이르렀다.
"야, 이거 어떡하지?"
"뭐가요?"
"이제 주사위 6까지 점을 여섯 개 모두 해결했는데. 주사위에는 7이 없잖아요. 이건 어떻게 나타낼까?"
"음...저요!"
"어, 00이! 어떻게 하면 좋겠니?"
"그냥, 주사위 여섯개처럼 점을 찍고 가운데 점을 넣으면 되잖아요."
"어? 직접 칠판에 그려봐 줄래?"
"어, 썩 괜찮네. 다른 친구들은 어때요?"
"전 아니에요."
"뭐가 아닐까? 아닐까 하고 생각한 사람은 어떻게 나타내려고요? 음...&&이가 나와 볼래?"
일곱 개를 그냥 개수 세고 숫자 쓰기만 해서 빨리 진도를 빼면야 좋겠지만, 나는 모든 수업이 생각의 고리를 이어가며 사고하는 과정을 아이들이 즐겼으면 한다. 별 것 아닌 점의 개수 모양을 어떻게 결정할지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 결정해 보는 것. 그래서 어떻게 배치하는 게 좋을지를 생각해 보는 것. 나는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고 각자 생각한 바를 표시하도록 했다. 대강 두 세 부류로 표기 하는 걸 보고 나름 흐뭇했다. 이어지는 놀이수학시간은 점카드와 숫자 카드(1~10)를 다섯 장씩 4명이 나눠 가지고 카드놀이를 하는 수업이었다. 처음에는 매우 낯설고 카드 다섯 장 조차 손에 쥐는 게 힘든 아이들이었지만, 점차 적응을 하며 즐기기 시작했다.
중간놀이 시간을 수학놀이시간으로 써 버린 아이들에게 15분간 쉬는 시간을 주었다. 비가 와서 어차피 바깥 활동이 힘든 상태에서 우유를 먹고 쉬도록 했다. 그런데 이런 조치는 소용이 없었다. 점심놀이 시간에 비가 보슬보슬 오는 데도 밖에 나가 비를 맞아가며 노는 아이들을 보며 정말 이 아이들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재미있을 것 같으면서도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5교시가 시작되었을 때, 바깥에서 놀던 아이들은 우리 1-2학년 뿐이었다.
끝까지 남아 있던 학년은 1학년. 내가 부르러 나가자 온 몸에 머리에 비를 맞으면서도 웃고 있던 아이들을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정말 사랑스러웠다.
3-5교시는 국어시간이었다. 오늘은 'ㄴ' 글자는 만나는 시간. 앞서 배운 어금닛소리 'ㄱㅋㄲ''를 다시 확인하고 'ㄴ'으로 넘어갔다. 글자이름과 소리를 생각하며 읽게 했는데, 글자에 자신이 없던 아이도 오늘만큼은 호응을 해주었다. 가능성과 모호함의 경계를 넘너드는 아이의 모습이 오늘은 훨씬 희망적이었다. 오늘처럼만 해주길 그저 바랄 뿐이었다. 다음으로는 <첫 배움책>에 쓰고 국어공책에 표기하고 꾸미는 활동까지 해 보았다. 요즘 대충 빨리 하는 아이들이 조금씩 느는 것 같다. 꾹 참고 힘든 것을 이겨내는 과정이 있기를 바라는데,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겨울별 이야기' 선 그림 7단계를 하는 것으로 오늘 하루 수업도 마무리를 지었다.
참! 오늘 수학 수업에서 그림책 <나를 세어 봐>와 <잘잘잘>을 다루기도 했다. 멸종위기의 동물을 내세워 수와 관련지어 나간 독특한 그림책 <나를 세어 봐>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1~10까지 수로 만들어진 우리 전래동요를 부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업시간을 즐겨준 우리 반 새싹이들이 정말 고맙고 대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