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학년이 아니야

(2023. 4. 19.)

by 박진환

고작 1학년이 아니야(2023. 4. 19.)


"8 하면 생각나는 것은 뭘까?"

오늘 첫 수업은 '8'을 익히는 수학시간. 한 달째 교과서 없이 고작 1~9까지의 수에서 8까지 달려 왔다. 이 과정을 밟으면서 난 주로 아이들의 수 감각을 진단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 감각을 끌어올리려 했다. '8'을 배우고 있다고 해서 1~8까지의 수만 다루지는 않았다. 이미 아이들은 0과 10, 그리고 그 이상의 수를 알거나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른 수도 섞어가면서 아이들 상태를 점검하며 지내왔다. 어쩌면 이런 아이들 상황때문에 더욱 속도를 낼 까닭이 없기도 했다. 오늘은 '8'이라는 숫자 뿐만 아니라, 수를 비교하는 경험을 놀이로 해보는 수업이었다.


"태양계, 8행성이이요."

"어? 뭐라고?"

"태양계, 8행성."

"잉? 그걸 **가 어떻게 알아?"

"책에서 봤어요. 태양을 행성들이 막 돌아요."

"야, 맞아요. 여러분도 아는 친구가 있나요? 태양을 끼고 돌고 있는 돌고 있는 지구 같은 별이 8개가 있다는 거."

"알아요."

"아, 있구나. 1학년이라고 무시하면 안 되겠네."


놀랐다. 1학년이 뜬금없이 태양계 8행성이라니. 요즘 아이들의 정보습득 정도는 정말 내 어릴적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 반에는 곤충에 관심이 많은 아이, 공룡에 관심이 많은 아이, 차 종류에 관심이 많은 아이 등등이 있다. 어리다고 덕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아침이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8'하면 떠올리는 것들은 눈사람, 문어, 거미, 여덟살, 8월 8일 8시, 팔각형까지 이어지면서 오늘은 좀 더 풍성한 숫자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어진 수업은 수의 크기를 비교하는 놀이수업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점의 수, 점칸의 수, 숫자의 수를 어떻게 감지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그걸 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크기를 비교하는 수업을 놀이로 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얼마 전의 숫자 카드가 있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세 종류의 카드, 즉 점카드, 점칸카드, 숫자카드 1~10까지를 나눠주고 한 사람당 8장(오늘 8을 배웠으므로)을 가지고 시작을 하도록 했다. 남은 카드는 가운데 모아 두고 먼저 카드를 한 학생이 뒤집으면 그 수를 보고 '클 거야' 혹은 '작을 거야'를 외친다. 그리고는 가운데 모아둔 수카드를 뒤집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수와 비교를 하여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을 하는 과정이었다. 교재에서 제공하는 사례는 '크다' '작다'였는데, 아이들이 이 과정에서 이 말의 의미를 파악해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그냥 자연스럽게 '클 거야, 작을 거야'하니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따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재밌다며 신나게 참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짝활동에서 짝이 없는 00랑 하였는데, 하면서 00의 수를 순간적으로 파악해 읽는 눈이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을 6개를 한 번에 읽지 못하고 하나하나 세는 것이 계속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도 승부를 가리는 놀이였지만, 어제보다는 오늘이 좀 더 승부여부에 집착하는 강도가 줄어들었다. 시간이 해결애 주리라 믿었다. 카드를 정리하고 아이들에게는 쉬는 시간을 주었다. 오늘 중간놀이 시간이 없는 날이라 중간에 15분 정도는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도 먹고 수다도 떨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3-5교시 국어시간을 준비하였다.


오늘 국어는 'ㄷ'을 배우는 시간. 우리 반에서 한글을 모르는 아이를 빼고는 모든 과정은 매우 수월했다. 'ㄷ'으로 만들 수 있는 낱말을 떠올려 말하기도 하고 써보기도 하고 했다. 이번에 만난 아이들은 유독 그림에 자신 없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 5월부터는 오카리나도 그렇고 그림도 따로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칠까 생각 중이다. 내가 존경하는 화가이자 교육자인 부산에 계신 심수환선생은 그림도 글쓰기처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분명 있지만, 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릴 수 있는데, 어릴 때 가정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 평생 그림에 주눅들어 살게 하는 게 우리나라 미술교육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고민 중이다. 오늘 국어수업에서 희망은 한글을 모르는 두 아이가 닿소리의 글자이름과 소리를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게 어딘가 싶다. 조급해 하지 말자. 다그치지도 말자. 하지만 단호하고도 과학적인 지도를 하자. 아이를 돕는다는 자세를 잃지 말자. 오늘은 선 그림 '겨울 별 이야기'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달팽이 두 개를 그리는 수업이었는데, 곧잘 따라한다. 정말 제대로 가르치면 그림에 자신감을 가지지 않을까? 오늘 수업의 끝은 자기 사물함과 책상 속을 정리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2-3주에 한 번씩은 이렇게 자기 물건을 잘 정리하고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과정을 하려 한다. 정리를 다 해 놓고 뿌듯해 하는 아이들이 귀엽기만 하다. 고작 1학년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다.


하~ 내일은 현장체험학습을 떠난다. 1학년 아이들과 떠나는 첫 나들이다.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라고 기대한다. 갑작스럽게 한때 비라는 소식에 괜히 신경이 쓰인다. 내일만큼은 잠시 비켜 가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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