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날마다 신나게 사는 너희들이

(2023.4.20.)

by 박진환

첫 현장체험학습날. 아침부터 예기치 않은 비때문에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사실 어제 밤 늦게 '한때 비'라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인산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거의 그쳤다는 것. 문제는 내려서 20분 넘는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 거기다 도시락과 간식을 잔뜩 넣어둔 가방을 들고 가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어제 좀 더 단호히 도시락과 약간의 간식, 최소한의 간식을 말씀드렸어야 했나 싶었다. 작은 에코백에 꾸역꾸역 먹고 싶은 걸 잔뜩 담은 데다 약하다지만 비가 내려 우산이나 우비를 입은 아이들의 품새는 쉬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함께 길을 나선 지원단 어머님 두 분과 나는 아이들 짐을 나눠들며 길을 걸어야 했다. 아이들은 어깨에 짊어진 짐을 벗어내자 날개 단 듯 안개가 자욱하게 낀 길을 가볍게 뛰고 걸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영인산 산림박물관. 녹초가 된 아이들을 현관 앞 마당에 앉게 하자 여기저기서 난리다.


"선생님, 물 먹어도 돼요?"

"그럼, 물 먹으세요."

"선생님, 과자 좀 먹어도 돼요?"

"안돼요. 이제 곧 들어가야 해요?"

"선생님, 배고파요."

"잉, 벌써."

"선생님, 밥 먹으면 안 돼요?"

"너희들 밥 먹으러 여기 왔어?"

"네~~~~~"

"헐~~~~~"


에효, 우리 아이들에게 첫 현장체험학습은 그저 소풍이었다. 그래, 맞다. 나도 오늘 소풍이라는 기분으로 나온 건 사실이다. 그렇게 잠시 쉬는 동안 2학년이 뒤늦게 도착했다. 2학년은 1학년과 달리 쌩쌩했다. 한 살 차이가 이렇게 다른가 싶었다. 우리는 곧바로 활동하는 교실로 들어갔다. 들어간 교실에서 시작한 첫 이야기는 오늘의 주제 '씨앗'. 그러나 사실 설명이 어린 아이들 눈높이...특히 1-2학년의 눈높이에 맞는 피피티나 내용은 아니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면 좀 더 쉽고 간단한 내용이어야 하는데, 아직 그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점점 딴 짓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어진 활동이 꽃씨가 날아가는 이치를 실제로 체험하는 경기 방식의 놀이였는데, 이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꽃씨 대신 솜을 가지고 하늘로 뛰워 부채로 멀리 가게 하는 경기였는데, 솜 자체가 습기를 먹어 날아가지를 않은 것. 이것도 그들에게는 큰 경험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는 잠시 박물관 1층을 둘러보며 씨앗의 특징과 씨앗의 종류, 씨앗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물론 아이들의 관심은 거기에 없었다. 플라스틱이나 다른 재료로 만든 나무와 잎, 작은 동물 모형에 더 관심을 보였다. 뭐 이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다시 교육실로 들어선 아이들은 강사들의 안내로 부엽토에 찰흑, 씨앗을 섞어 뭉쳐 일종의 수류탄 같은 폭탄을 만들어 보는 활동을 안내했다. 그래서 하나는 박물관 앞 화단에 던져 보게 하고 나머지 두 개는 가져가 학교에 혹은 가정의 화분이나 마당에 던져 씨앗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게 하는 활동인데, 씨앗은 금잔화, 페퍼민트, 나팔꽃이었다. 신나게 만들어 본 아이들은 하나를 들고 박물관 앞 화단에 나가 신나게 던져 보았다. 그렇게 돌아와 손을 씻고 난뒤 오늘의 수업은 마무리가 되었다. 두 번째 활동이 오늘 활동의 주제에 가장 어울리는 활동이었다. 아이들도 재밌고 신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신나는 신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바로 점심시간.


"야, 도시락 먹자."

"얘들아, 나는 유부초밥 가져왔어."

"소풍에는 역시 김밥이지."

"맞아. 나는 아이셔 가져 왔는데."

"나는 뿌셔뿌셔 가져왔어. 선생님 나중에 뿌셔뿌셔 줄 게요."

"난 많이 먹을 거야. 배 고파."


점심시간과 관련된 아이들의 수다는 끊이 없었다. 정말 이 녀석들 먹는 것에 진심이었다. 1학년 첫 현장체험학습은 아이들에게는 그저 소풍이었던 것. 그렇게 점심 먹을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각자 펼치는데, 정말 화려해 보였다. 가정마다 정성껏 싸 주신 음식들이 펼쳐 지는데, 지난 2년 6학년을 하면서 김밥 업체에 맡겨 아이들 점심을 대신했던 풍경과 사뭇 달랐다. 1학년인 탓일까?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아무튼 아이들은 무려 50분간 도시락과 간식으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신나게 점심시간을 즐겼다. 이후 다시 박물관으로 들어가 안내를 받아 3D 영화를 관람하고 2-3층으로 올라가 각종 전시물을 체험하며 숲놀이터라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풀피리는 할 수가 없었다. 시간도 없었고 비가 내린 뒤라 적당한 풀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5월로 또 미뤄야 할 것 같았다.


내려오는 길에서도 아이들은 나와 지원단 분들에게 가방을 맡기고는 신나게 뛰어 내려갔다. 가다가 사진을 찍는 곳에 이르러서는 서로 찍겠다고 난리였다. 지나가는 어른들이 쟤들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며 귀여워들 하셨다. 그렇게 신나게 놀면서 내려와 차를 타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은 돌봄교실로 직행했다. 어찌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하루 6시간 활동을 했는데도 힘이 넘치는 걸 보니 그 청춘(?)이 마냥 부럽기도 했다. 내일은 오늘 봄나들이 했던 기운을 받아 손바닥으로 봄 풍경을 꾸미는 활동을 하려한다. 특히 내일은 세계 책의 날 (4월 23일) 기념으로 짝학년인 6학년인 1학년 교실을 찾아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마련했다. 내일도 오늘처럼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날이 될 것이다. 참 부럽다. 우리 아이들은 날마다 신나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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