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28.)
오늘 아침 차는 '누룽지'차였다. 차가 떨어져 교무실로 가서 차를 구하는데, 아침지기 삼총사가 재잘거리며 나를 따라왔다. 그렇게 다시 교실로 들어가 차를 끓이고 아이들을 맞고 옛이야기로 아침 시작을 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라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니 배꼽을 잡고 웃는다. 또 한편 들려주면 안되냐는 말을 뒤로 하고 곧바로 첫 수업을 들어갔다. 오늘 수업은 봄의 마지막 수업으로 '봄풍경'을 지문도장을 찍어 그려 보는 것이다. 각양 각색의 잉크패드를 준비하고 도화지를 나눠주며 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더니 다들 제법한다. 나름의 봄풍경을 그리는 과정과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세상이 이렇게 평화로웠으면 할 정도여서 수업영상을 찍어 우리반 보호자 단톡방에 올리며 무사한 하루 보내시라 했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에 우드록으로 만든 작은 이름도장을 찍어주며 게시판에 붙여 나갔다. 시간이 모자라 중간놀이 시간에도 남은 뒷작업은 내 몫이었다. 그때 6학년 아이들이 들어와 1학년과 놀더니 내가 하는 작업에 관심을 보이며 도와주어 고마웠다. 그렇게 모든 작업을 마치니 중간놀이 시간은 이미 끝났고 나는 다시 3-4교시 수업으로 들어가야 했다. 교실로 들어온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작품이 예쁘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못난다고 하는 것보다 나으니 그냥 인정해줬다. 하하하. 수업을 마치고 나서 게시판에 붙인 오늘 작품을 보니 모두 그 아이답다는 생각이 든다. 4월 말일이 되어서야 겨우 뒤 게시판은 모두 채워졌다.
3-4교시는 '나무야, 사랑해~'라는 봄 교육과정의 마지막꼭지. 어린이날이 지난 그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족'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오늘 수업은 어제 생태연수로 진행된 프로그램 중 하나를 써 보았다. 교육과정에는 내 나무의 이름도 알고 가꾸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인데, 생태전문가는 조금은 결을 달리 접근했다. 저학년은 굳이 나무이름을 외워 알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나무와 친숙해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라벨지에 학교 주변에 내 나무로 정하고 싶은 곳에 가서 어울리는 이름을 쓰게 하여 붙여 놓고 서로 그 이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을 먼저 하자는 것.
그렇게 된 뒤에 친구들의 나무이름과 위치를 각자 외우다가 붙인 라벨지는 떼어와 교사에게 가져온다든 것. 교사는 바닥에 쫙 펼쳐놓고 다시 위치와 이름을 확인하게 하고 마침내 아무 이름을 불러 아이들로 하여금 불린 이름의 나름을 찾아 빨리 가게 한다는 것. 그러게 해서 제일 먼저 간 아이는 2점, 나머지는 1점으로 매기며 놀이를 즐기게 하자는 것. 이런 과정을 아이들은 무척이나 재미있게 즐겼다. 그리고는 자기 나무를 일 년 내내 지켜보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알뜰살뜰 챙길거라는 다짐도 해 보았다. 조금은 경사가 있는 곳에서 한 놀이여서 아이들이 살짝 넘어지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찔리기도 했는데, 여기서 이야기 하나가 만들어졌다. 우리 반에서 제법 인기가 있는 한 아이가 나뭇가지에 찔려 울음을 터뜨리며 주목을 끌 즈음이었다.
"선생님 00이 다쳤어요."
"어디, 왜?"
"나뭇가지에 찔렸대요."
"뭐 그 정도는 괜찮아. 울지 말고."
막 더 울려는 찰나에 내가 엄하게 말하자, 꾹 참는 모습이었다. 그때 아이들이 한 마디씩 건네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도 찔렸는데, 안 울었어요.'
"선생님, 저는 이렇게 돼서 피가 났는데 안 울었어요."
"나도, 이제 안 울어요."
"맞아, 그 정도는 다들 참을 수 있는 거지. 정말 잘 했어요."
이번에 만난 아이들이 도시에서 만난 아이들보다 의외로 더 응석이 심하고 잘 우는 경향이 있다. 응석을 부릴 수록 주위로부터 관심을 받고 위로를 받다 보니 문제 상황에 대처하기 보다 즐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아주아주 가벼운 상처에도 몇 명의 아이들이 들려들어 함께 보건실로 가는 모습까지 보면서 이제 조금씩 응석은 받지 않고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자기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조금씩 이 방식에 적응해 주었다. 피부가 조금 긁히거나 무엇에 찔려 찔끔 피가 나도 곧바로 나와 밴드를 발라달라는 아이들의 수가 이제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작정 부리는 응석과 위로는 이제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한 번 응석을 받아주자 다른 아이들도 그래도 되는 줄 따라 하는 경향마저 보였는데, 이제는상당히 줄었다. 언젠가 프랑스의 중산층의 자녀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이제 겨우 숟가락을 쥘 줄 아는 아이에게 스스로 떠먹게 하는 프랑스의 부모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오늘 한 녀석은 이제 스스로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자기는 집에서 설거지와 빨래 등 엄마가 하는 건 다한다며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칭찬해 주었다. 그렇게 일찍 시켜 연습 시키는 어머니가 훌륭한 분이라고 너희 어머니 대단히 훌륭한 분이라고 했더니 멋적게 웃는다.
그렇게 멋적게 웃는 녀석이 나무놀이를 한다음에 내려오는 길에 이제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됐다 하자 한 마디 한다.
"선생님,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계속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게 참 시간이 빨리 간다 그지."
벌써 금요일이다. 4월 평일의 마지막 날이다. 다음주에 학교에 오면 5월을 시작한다. 참 시간 빠르다. 빨라. 주말은 시간이 빨리 흐르지 않길 바라며 오늘 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