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힘들었지만, 했어요

(2023.4.27.)

by 박진환

아침부터 물이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이 문제여서 아이들에게 차를 대접하기가 어려웠다. 몸을 간단히 풀고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00이가 너무 짧은 거 아니냔다. 하나 더 들려달라고 한다. 그래서 그럴 수 없다고 하니, 어제 오늘 너무도 생활을 잘 하고 있는 @@이가 나섰다.


"선생님, 이야기 하나 더 들려주세요."

"으잉? @@가 나서니 내가 어쩔 수가 없네. 어제 오늘 너무 학교 생활을 잘 해줘서."

"그러면 해 주세요."

"좋아. 여러분. 오늘 이야기 또 하나 하는 이유는 순전히 @@때문이니까 고마워 해야 해요."

"@@아, 고마워."


어깨 으쓱해진 @@의 모습을 보니 괜히 흐뭇하고 기특했다. 얼마 전부터 조금씩 교실 생활과 수업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시작한 오늘의 첫 수업은 수학. 오늘은 어제 배운 '0'을 놀이수학으로 복습하는 것에서 시작을 했다. 수학나라 공책에 실려 있는 조성실선생님의 이야기와 놀이가 살아있는 놀이수학의 '0'을 해결하는 학습지를 실었는데, 그것을 함께 해결해 가려 했다. 다람쥐가 겨울 잠을 자다 자꾸 도토리를 배고프다고 먹는 바람에 나중에는 아홉개 밖에 안 남았는데, 그걸 하나씩 먹었을 때, 몇개가 되고 숫자로어떻게 쓰는 지를 놀이방식으로 해 보았다. 다들 재밌어들 했다. 숫자 '0'을 쓰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고 이제 흥부이야기를 꺼냈다.


"얘들아, 흥부에게 아홉의 자식이 있었는데, 흥부가 자꾸 까먹어서 첫째를 셋째로 부르고 다섯 째를 둘째로 부르기도 하고 그랬어. 그래서 자식들이 아버지 흥부의 건망증 해결을 돕기 위해서 어떻게 했는지 알아?"

"저요! 음...자식들에게 별명을 지어줬어요."

"그럼, 별명도 외워야 하는데 더 힘들지 않았을까?"

"저요! 자식들에게 이름표를 붙여 줬어요."

"와, 맞아! **가 잘 대답해 주었네. 음...사실은 이름보다는 각자 숫자가 적힌 종이를 가슴에 붙이고 첫째, 둘째, 이렇게 읽어주었대. 그러니까 까먹지 않았다네. 우리도 한 번 해볼까?"

"어떻게요?"


종이에 1~9까지의 수를 붙인 종이를 아이들에게 주고 오늘은 수를 세는 순서에도 이름이 따로 있다는 걸 같이 확인하고 배우는 시간으로 보냈다. 각자 종이 한 장 가지고 있는 것 뿐인데도 어찌나 장난을 치고 수줍어 하던지. 여러 번 반복하며 우리는 오늘 첫째, 둘째, 아홉째까지 차례를 세는 방법을 익혔다. 나중에는 공책에 있는 문제를 함께 풀며 놀았다.


그렇게 수학시간을 보내고 중간놀이 시간 뒤, 예정했던 교과서로 수학복습을 하려던 계획은 취소했다. 이미 숙제로 일부가 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너무 교실에만 있어 답답해 하는 것 같아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가고자 했다. 일단 밭을 둘러 봐야 했다. 감자를 심은지도 어느덧 4주가 돼 가기 때문이었다. 아이들과 우리 텃밭으로 가서 본 감자는 잎이 제법 올라와 있었다. 그것도 아주 골고루 예쁘게 올라 와 있었고 아이들도 신기해 했다. 다른 학년 텃밭과 견주어보아도 제일 잘 자라주고 있었다. 이어서 아이들과 나는 되박산 등반에 나섰다. 학교 뒤편 산인 되박산은 지난 번 아이들이 올라가다 말아 아쉬워 하고 나중에 꼭 한 번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자 했는데, 오늘을 바로 그 날로 잡았다. 아이들은 되게 신나라 했다.


그렇게해서 올라간 되박산 등반. 오래전 우리 학교 학부모님들이 줄을 이어놔 그리 어렵지 않게 가파른 산을 오를 수 있었다. 올라가면서 힘이 들고 어렵다는 아이도 있었지만, 다들 힘을 내자 했다. 앞을 나선 아이들이 빠르게 올라가고 나는 중간 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갔다. 처음에는 의기 양양했던 아이들이 조금씩 힘들어 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끝까지 올라가자는데는 한 마음이었다. 끝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침내 정상(?...줄의 끝지점)에 오르자 아이들은 환호를 해댔다. 그리고는 잠시 쉬면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정상 주변에 있는 떡갈나무 잎도 보면서 숨을 돌렸다. 그렇게 해서 다시 내려오는 길. 다들 보람이 큰 얼굴 모습이었다. 미끄러지면서도 줄을 잡고 엉덩방아를 찧어 울 뻔 했다가도 이겨내가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한 시간 동안의 등반은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는 다들 모여 한 마디씩 소감을 물었다.


아이1

산에서 동물보고 올라가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올라갈 때 꼭대기가 어딘지 궁금했어요. 산에 갔다오는 게 재밌었어요.


아이2

돌에 어디에 무슨 굴이 있었어요. 내가 올라가다 친구 발에 눌려서 넘어졌어요. 등산하는 게 재밌었고 뭐지? 바위 자꾸 올라가는 거랑 나무 아래에 뭐 버섯 같은 게 있는 거랑 본 것도 많았어요. 다 예뼜고 산에 꼭대기가 궁금했는데 가니까 너무 좋고 예뻤어요.


아이3

산에 올라갈 때 힘들었지만 힘내서 올라갔고 그 다음에 재밌었고 그 다음에 엄청 힘들었지만 했어요. 땀이 엄청 많아서 머리에 땀이 엄청 많이 났어요.


아이4

돌부리에 넘어지고 넘어져서 좀 힘들었고 산꼭대기에 뭐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떡갈나무가 있어 예뻤어요.


아이5

올라갈 때는 (밧줄을 잡고 오르느라) 팔목이 떨어질 것 같았고 내려갈 때는 손에 불 날 것 같았는데 방향 바꿀 때 좀 힘들었어요.


아이6

산 꼭대기에 줄을 잡고 올라가다가 계속 방향을 바꾸고 또 방향을 바꾸고 해서 너무 힘들었고 오르다가 딴 친구에게 양보하다가 그냥 죽는 줄 알았어요.


아이7

산에 올라가는 게 힘들고 지그재그로 올라가니까 다리도 아프고 00가 돌에 구멍도 파고 해서 제가 봤떠니 막혀 있었어요. 정상에 있는 나무와 나뭇잎도 예뻤어요.


아이8

너무 힘들고 방향 바꾸는 게 힘들었어요. 떡갈나무 본 것도 되게 예뻤어요.


아이9

뱀 구멍도 봤어요. 정상에 가니까 기분도 좋았어요.


아이10

올라갈 때 정상에 도착하니까 뭔가 뿌듯했고 내려갈 때는 계속 방향을 바꾸니까 다리가 그때마다 미끄러졌어요. 밟고 올라가는 다리가 계속 돌아가서 계속 미끄러져가지고 그게 좀 힘들었지만 뭔가 정상에 갔다가 내려오니까 내려가는게 더 쉬웠어요.


아이11

(올라가면서 줄을 잡다가) 팔이 꺾였는데 자꾸 친구들이 출렁출렁해서 진짜로 팔이 빠질 것 같았어요. 그런데 자꾸 왔다갔다 하는게 힘들었고 내려가는 게 더 힘들었어요. 뱀 딸기 꽃이 있었는데 예뻤어요.


아이12

너무 힘들었지만 계속 올라가서 떡깔나무도 보고 그래서 예뻤어요. 떡깔나무도 좋았고 그런데 여기 돌에 부딪혀서 좀 피가 났어요.


아이13

너무 재밌어서 버섯도 보고 재밌어서 열심히 올라갔어요. 올라갈 때 너무 힘들었지만 정상에 올라가서 기분이 좋았어요.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지 몰라 가르쳐주며 했다. 아이들은 보통 그냥 재밌었다고 좋았다고 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서로 보면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따라 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나름 생각하다 미처 다른 친구들이 하지 못한 말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13명 아이들이 말한 가운데 입학식 이후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아이의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매사 부정적인 말과 행동이 있던 아이가 한 말은 "엄청 힘들어지만, 했어요."였다. 해보니까 좋았다는 아이의 말이 가슴에 가장 와 닿았다. 뭔가를 해 보려 하고 할 때 힘들지만 끝까지 마무리 해 보려는 것. 오늘 뜬금없는 산행에서 우리 아이들이 몸으로 깨닫기를 바라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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