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
오늘 들려 준 옛이야기는 '밥보자기와 볼기'였다. 'ㅂ'을 배우는 날이어서 들려주었는데, 별로 재미없다는 잔소리만 잔뜩 들었다. 사실 나도 재미는 없었는데, 그럼에도 아이들의 평가는 냉혹하고 냉정하다. 오늘 옛이야기를 들려 줄 때, 대접한 차는 00어머님이 보내주신 과일차였다. 아침 일찍 온 **가 정해준 복숭아 차였다. 향이 진한 게 오늘 이 차는 아이들이 큰 호응을 해주며 더 달라는 차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수업은 '수학' 오늘은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수의 크기 비교와 수를 세는 법을 수직선에서 공부하는 시간으로 수의 크기 비교는 놀이수학으로 두 개의 봉투에 각기 다른 수의 자석바둑알을 넣어 놓고 앞에 나온 아이에게 선택하게 하여 아이편과 교사편으로 나눠 수의 크기를 비교하는 방법이었다. 여섯 개의 꾸러미를 놔두고 자세가 바른 아이들 위주로 나오게 해서 아이편에서 자석바둑알을 꺼내 보게 했다. 다행히도 많은 수를 골라낼 수 있어서 교사인 나를 이길 수 있었다. 문제는 수의 비교였는데, 나온 아이들이 나온 수를 견주어 보고 누가 몇 개 많은 지 누가 몇 개 적은지를 말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생각 밖으로 누가 많은 수인지를 단번에 알면서도 차이를 설명하라고 했을 때는 주저하고 시간을 좀 끌었다. 연습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아직 수 세기가 원활하지 않은 아이들이 보여 수 세기 전략을 공부할 수 있는 것 중 수직선을 가져와 해 보았다. 수세기에서는 앞으로 세기만큼이나 거꾸로 세기가 중요하다는 걸 작년에 새롭게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여기에 어울리는 방법이 바로 수직선 을 가져와서 하는 것이다. 수직선은 앞으로 세기와 거꾸로 세기를 학습하는데 적절한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식선을 이용하면 앞으로 세기가 덧셈의 모델이 되고 거꾸로 세기가 뺄셈의 모델이 되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여 잘 이해시키면 덧셈과 뺄셈을 가르치는데도 도움이 될 듯했다. 그래서 공책을 꺼내게 해서 수직선 그리는 연습을 하면서 이것이 '수직선'이라는 걸 알게 했다.
"이렇게 쭉 선을 이어서 끝이 없이 곧게 나가는 걸 뭐라고 하는 지 알아요?"
"아니요?"
"아무도 몰라, 들어 본적이 없어요? 수직선이라고."
"..."
그렇게 많이 안다고 자랑하던 녀석들이 수직선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니 좀 이해가 안 갔지만, 뭐 모른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1학년 이 아이들이 배운 '수직선'의 개념이 바로 나였던 걸 잊지 않기를 바랐다.
"몰랐다고 하니 그럼 너희들에게 수직선을 가르쳐 준 첫 사람은 바로 선생님이네. 이거 잊지 마세요~"
이렇게 우격다짐으로 아이들에게 말을 하고는 수직선에 표기를 하면서 차이를 이해를 시켰다. 앞으로 세는 것은 수가 올라가고 뒤로 가는 것은 내려 가는 것. 앞으로 가는 것 더하는 느낌인데, 내려가는 것은 빼는 느낌이라는 것. 두 수의 차이는 이렇게 더하는 것과 뺀 것의 차이를 말한다고. 아직은 단번에 이해하는 것 같지 않아 개별로 다 나와서 한 명씩 확인을 해 보았다. 아직 그림이 서툰 흔적도 보이고 방금 다룬 개념을 이해 못해 헷갈려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일대일로 접근하니 이해 속도는 빨라지는 듯했다. 시간이 없어 다 못해 내일 또 하기로 했다.
중간놀이 시간이 지난 뒤에는 오늘의 한글 닿소리 'ㅂ'을 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방식과 접근으로 <첫 배움책>을 활용해서 수업을 했다. 계속 주목하고 있는 두 아이가 어제와 달리 오늘은 글자의 이름과 소리를 잘 맞히지 못한다. 정말 시간이 필요하고 가정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5월 중순부터는 좀 더 시간을 배정하고 가정의 협조를 거쳐야 조금 더 속도를 내지 않을까 싶다. 공교육이 이럴 땐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다른 교과에서 한글의 문장과 어휘 수는 점차 늘어나는데, 한글을 익히지 못한 아이들은 그 지점에서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이 자꾸 늘어나니 말이다. 끝으로 'ㅂ'자가 들어간 <밥 안 먹는 색시>라는 그림책을 보여주었다. 신비하고도 살짝 무섭기도 한 이야기에 담긴 '밥'에 대한 옛이야기로 오늘 수업을 마무리 했다.
오늘은 담주에 있을 신체검사를 당겨 하는 바람에 중간에 보건샘의 도움을 얻어 간단히 시행하는 시간도 있었다. 날이 참 맑은 데, 어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지, 춘곤증 때문인지 수업을 하는 도중에 잠이 와서 죽을 뻔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겨우 겨우 아이들과 놀이를 간단히 하면서 이겨내려 했는데... 내일은 깜빡하고 시간표에 마을교사와 와서 허브 화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이것도 알리지 못했다. 뭐, 깜짝 쇼를 하듯 알리면 더 반가워 할지도 모르니... 더구나 내일은 6교시. 마의 수요일이 성큼 다가왔다. 오늘 집에 가서는 좀 일찍 자야할 것 같다. 하~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졸리다 졸려. 이제 봄은 가고 여름이 온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