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9)
오늘 중간놀이 시간을 마치고 우유 하나를 들고 교실로 들어오는 **가 이 한 마디를 했다.
"선생님, 저 좀 더워가지고 시원한 우유 속에서 살고 싶어요."
오늘은 살아 있는 이 말을 기록하고 싶어서 작정하고 교사 컴퓨터 한글프로그램을 열어 저장을 해 놨다. 가만히 들어보면 1학년 아이들의 말은 살아있다. 거침이 없고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때로는 어른들의 잘못된 말 버릇이나 흉내낸 말이나 주목을 받고 싶어서 지나친 장난말을 하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내뱉는 말은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른들이 시원한 우유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는 못하지 않는가.
오늘 첫 수업은 수학이었다. 일반학교에서는 벌써 2단원이 끝나고 3단원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난 여전히 1단원 끝에 머물고 있다. 흔히 아이들 중심교육, 학생중심교육이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가교육과정과 공교육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하는 말이기도 하고 관행적인 진도빼기 수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기본적인 공교육 교육과정의 진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형식적으로라도 내용을 이수하지 못하여 그 다음 학년에서 곤란을 겪는게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하지 않고 진도만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일부 잘 하는, 제 속도를 내는 아이들에 맞춰 진도를 나가다보면 결국 격차가 생기는 아이들이 생기고 나머지 교육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를 다 아우를 수 있는 교육과 수업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인데, 30년을 넘게 공교육 교사생활을 했지만, 이것이 늘 딜레마로 자리 잡고 있다.
속도를 못내는 아이들과 속도를 이미 낸 아이들 사이를 포괄할 수 있는 수업을 유지한다는 전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나머지 학습에서 좀 더 속도를 함께 낼 수 있다는 전제로 수업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것. 어쩔 수 없는 공교육의 숙명을 슬기롭게 넘어서는 길이 아닐까 싶다. 이것을 찾아내는 게 올해 내게 주어진 과제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수학시간에 하는 주요 내용은 두 수 사이의 차이를 알고 크기를 비교하는 것을 말로 하는 수업이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수직선을 사용하여 수업을 해 보았다. 수 세기 수업에서 앞으로 세기 뿐만 아니라, 거꾸로 세기 연습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수직선은 이 두 세기를 학습하는데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을 적용해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앞으로 세기가 덧셈의 모델이 되고 뒤로 세기가 뺄셈의 모델이 도어 줄 수 있어 다음에 이어질 연산 수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오늘 수업은 지난주에 한 것처럼 공책에 수직선을 그려 보게 하고 표기하게 하였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과정이 이제는 익숙해지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수직선에서 두 수의 크기를 비교를 이해하여 말로 표현할 수 있느냐는 것. 아이들은 지난주보다 익숙하게 '00의 수가 00의 수보다 2 큽니다. 2 작습니다'로 말로 표현을 잘 해주었다. 나중에는 수직선이 다른 활동보다 두 수의 크기 비교를 하는데 어떤 차이와 도움을 주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하나는 동그라미를 그려 차이가 나는 그림을 보고 단번에 몇 개의 차이가 나는 지를 알아보게 하고 숫자만 가지고 알아보게 했는데, 모든 아이들이 수직선이 좀 더 쉽게 비교를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오늘은 00가 잘 이해를 하지 못해 계속 설명했는데, 긴장을 한 탓인지, 아님 정말 모르는 것인지 헷갈려 해서 쉬는 시간에 잠시 남겨 다시 지도를 해 보았다. 다행히 두 수의 크기를 비교할 줄 아는 아이였다.
중간놀이 시간에 이은 수업은 국어시간. 오늘은 잇소리 'ㅅ'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낱자의 이름과 소리값을 안 다음에는 홀소리와 이어붙이기를 했는데, 이제 웬만큼 이해를 하게 된 것 같았다.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과 한글을 모르는 아이가 이제 함께 수업에 동참할 수 있는 상태는 되었다. 오늘은 예전에 하던 방식인 낱자와 관계된 낱말을 칠판에 가득 써보며 글자를 신나게 만나보는 수업을 해 보았다. 칠판이 낡은 화이트 보드인데 거기를 틀어막고 다른 이동식 칠판을 갖다 붙여 놓아 이 수업을 하기가 애매해서 지나쳤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ㅅ'과 관계된 낱말을 서슴없이 이야기 하는 모습이 재미나 보여 오랜만에 해 보았는데, 끝도 없이 나오는 낱말에 나도 덩달아 재미있었다. 한글을 아직 제대로 모르는 00를 나오게 하여 아는 글자도 읽어보게 하고 스스로 찾아 읽어보게도 하며 오늘의 'ㅅ' 글자는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오후에 한 시간 남아 어제 못 읽어 준 'ㅍ'이 들어간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를 읽어준 다음에는 어제에 이어 사진을 보며 식구들 소개를 하는 수업을 해 보았다. 다들 저마다 수줍게 혹은 신나게, 혹은 재미있게 자기 식구를 소개하고 그 시절 추억을 이야기 해 주었다. %%녀석은 얼굴을 재밌게 표현한 가족 사진을 보며 어찌나 웃던지 다른 친구들도 함께 웃으며 한동안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사진 속 우리 반 가족은 정말 화목해 보였다. 나도 20년 전에는 우리 아들 녀석과 가족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절. 그때는 일도 더 많이 하면서 정작 우리 아들에게는 소홀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늘 아들녀석에게 미안한데, 그럼에도 잘 자라 주어 고맙고 대견하고... 아이들과 가족사진을 함께 보며 별의 별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보기 좋다는 이야기다. 부럽다는 이야기이고. 오늘은 이렇게 마냥 우리 반 아이들과 식구들이 부러운 걸로 마무리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