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 괜찮은 월요일

(2023.5.8)

by 박진환

"**이 아침 미션 성공이요~ 어제 잠든 척 했더니 머리 맡에 편지랑 카네이션 놓고 잠들더라구요. ㅎㅎ 편지, 카네이션, 캐리커처 선물 감사합니다. 선생님~"


오늘이 5월 8일. 어버이날. 부산에 계신 어머님은 날마다 통화를 하며 인사를 드린 걸로 대신하고 아침 일찍 아이들의 개성을 담아 그린 캐리커쳐를 파일로 단톡방에 올렸다. 100일 잔치 준비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건넬 선물을 생각하다 지난 겨울 해외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젋은 화가가 떠올랐다. 그가 캐리커처도 그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납품하고 있다는 말이 생각난 것. 그렇게 인연을 맺은 이와 한 번 더 이어지면서 서로에게 감사했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서 개인사업을 하고도 있는 그에게 의뢰한 작업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 컴퓨터 파일로도 만들어 오늘 아침 어버이날에 선물로 대신했다. 사실 이미 인쇄해 아이들이 쓰는 어버이날 편지에 붙여 보냈긴 했지만, 파일로 드리는 선물도 남다를 것 같았다.


오늘 아침은 아파서 못 온 아이들과 먼 여행으로 늦은 아이가 있어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가 추천한 레몬차를 한 잔 마시면서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늘 제목은 '천냥과 거짓말'. 옛날 한 재상이 장난삼아 세 번의 거짓말을 해서 자신이 못 받아들이게 하면 천냥을 주겠다는 방을 써 붙였다. 그러자 온 나라 가난한 백성들이 와서 거짓말을 했지만, 다 그렇겠다며 천냥을 주지 않은 재상에 농락을 당하고 있었다. 그때 한 총각이 나타나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재상을 못 살게 해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게 했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총각은 재상이면 재상답게 백성을 위하는 일을 하지 주지도 않을 천냥으로 장난을 쳐서 백성을 힘들게 하지 말라는 충고도 하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너희들은 어떤 거짓말을 할 수 있겠냐며 말을 던지니 정말 어찌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엉터리로 하던지. 녀석들의 거짓말 수다를 들으며 난 첫 시간을 준비했다. 오늘 첫 시간은 지난 주말부터 보호자들에게 부탁한 가족 사진으로 자기 가족을 이야기 하는 시간. 그런데. 오늘 둘째 시간에 교통관련 교육이 있어서 부득이 한 시간 밖에는 하지 못해 두 아이만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남자 아이 두 아이는 부모님이 보내주신 사진으로 너무도 신나게 어디서 누구랑 무엇을 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시간이 없어 단 두 명만 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말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내일부터 시간 나는 대로 한 명씩 이야기 해 보게 하려 한다.


두 번째 시간은 교통안전교육으로 관련 기관에서 나오셔서 횡단 보도를 건널 때 주의할 상항을 반복해서 알려주시고 가르쳐 주셨다. 끝나갈 즈음... 늦게 온 아이들 셋이 모두 들어와 비로소 완전체가 되고 중간놀이 시간이 곧바로 이어졌다. 중간놀이 시간에는 지난 주 내린 비로 도랑이 만들어진 곳에서 시간도 가는 줄 모르고 양말이 젖는 줄도 신발이 젖는 줄도 모르고 노는 아이들로 가득찼다. 1학년 아이들에게 뭐라고 해도 괜찮단다. 자기들은 괜찮겠지...ㅎㅎㅎ 얼마나 신이 날까. 나도 예전에는 저렇게 놀았겠다 싶어 내버려 두었다. 중간놀이 시간이 끝나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손은 흙으로 가득찼고 양말을 버린 아이들은 씻어서 햇볕에 말리기 바빴다. 이런 놀이는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는데, 점심시간에는 더욱 더 심해졌다. 그래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게 이 아이들 또래에 당연히 겪을 경험이기 때문이었다.


오늘 3-4교시는 계획한 대로 'ㅍ'을 배우는 시간. 아직도 두 아이는 더딘 학습상태를 보이지만, 자꾸 까먹지만, 그래도 한 달 전보다는 기억을 하고 있고 이름과 소리를 이제는 거의 구분할 줄 알게 됐다. 지금부터는 연습이 더 필요하고 자주 책을 만나서 누군가가 들려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두 아이의 보호자 분들께 한 달 뒤부터는 조금씩 더 애를 써주시라 부탁을 드릴 생각이다. 조금 더 기대해하고 조금 더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오늘로 입술소리는 모두 마쳤다. 그리고 68번째 돌을 유리통에 넣는 것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으려 나가려는데, 앞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렸다. 그때였다. 올 2월에 졸업을 시킨 00이. 전북의 한 대안학교로 입학을 한 아이.


"어, 00아! 너 어떻게 왔어?"

"학교에서 대체휴일로 따로 만들어 오늘을 쉬게 됐어요."

"그래서 찾아온 거야?"

"네, 다음주에는 못 찾아 올 거 같아서요."

"와, 반갑다. 00아. 잠깐만 너 점심 먹었니?"

"네, 엄마랑 먹고 왔어요. "

"샘, 잠깐만 밥 좀 받고 올게."

......

"너 정말 도움이 된 거야?"

"네, 그럼요."

"다행이네. 선생님이 다 뿌듯하다. 공부는 재밌고? 친구는 사귀었어? ...."


곧 기차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아이를 붙잡고 반갑고 아쉬운 마음에 이런 저런 걸 물었다. 수줍음이 더 많았던 아이가 자신감이 붙은 얼굴로 나를 대하는 모습이 살짝 낯설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꽃과 함께 00가 쓴 편지 한 장을 읽다 괜히 뿌듯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스승의 날이 다가왔다. 딱히 반갑지 않은 날. 내일은 또 이전 학년 아이들이 퇴근을 앞둔 시간에 찾아온다고 어디 가지 말고 있으란다. 아이들과 지내는 게 점점 힘들어지지만, 떠나 보맨 아이들을 다시 만날 때면 없던 힘도 살아난다. 오늘 같은 월요일은 꽤 괜찮은 월요일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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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환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 00이에요. 5월 15일 스승의 날 미리 축하드려요. 당일에 뵙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네요. ㅎㅎ 올해 중학교 가니까 정말로 할 게 많아졌어요. 공부할 것도 많고 숙제도 많고 특히 저희 학교는 수행평가가 진~짜 많거든요. 근데 저는 작년, 재작년에 이미 그런 많은 양의 과제를 경험해 봐서 그런지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 그리고 노트 정리가 진짜 유용해요. 노트 정리 숙제가 있는데, 그거 할 때마다 계속 A나 A+만 받았어요! 그리고 PPT 만들기, 한글 파일 편집 같은 걸 할 때도 작년에 했던 것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작년에 과제를 할 때는 그저 귀찮기만 했고 너무 어려웠는데, 선생님 말씀대로 중학교 때 그 실력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졸업할 때 받은 상자를 열어볼 때마다 '내가 이걸 어떻게 했지?'라고 감탄하게 돼요. 정말 너무 뿌듯해요. 저를 이만큼 성장시켜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연락하고 스승의 날때마다 꼭 찾아올게요! 2023년 5월 8일 월요일. 김00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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