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번째 어린이날에 생긴 일

(2023.5.4)

by 박진환

잔뜩 찌푸린 아침인데, 이글을 쓰는 오후 1시 반은 해가 나고 정말 내가 비가 오려나 싶을 정도다. 어제 오늘은 좀 바빴다. 어제 퇴근하면서 꽃집에 가서 101번째 어린이날을 맞는 아이들에게 전할 꽃을 받아 왔다. 오늘 아침에는 맛난 꿀떡을 떡집에서 받아 챙겼다. 학교에 주차가 힘든 터라 일찍 오신 선생님들엑 부탁하여 짐을 학교 앞에 내려놓고는 다시 멀리 주차를 하고 걸어 교실로 왔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난리였다. 오늘이 어린이날이고 학교에서 무슨 준비를 한다는 것을 다 알아 챈 것. 공간혁신 사업으로 올해 내내 학교 공사를 하는 터라 비좁은 놀이터와 텃밭 밖에는 놀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이런 행사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을 게다.


등교 버스를 타고 들어온 아이들을 진정 시키고 나가서 종이로 아치로 만들어 놓은 곳에서 사진 한 장씩을 찍었다. 그런데 무척 아쉬웠던 것은 **가 폐렴초기 증상으로 학교를 못 온 것이었다. 오늘 같은 날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이 담임으로서는 무척 아쉽고 우리 아이들도 섭섭해 했다. 그렇게 시간을 잠시 보내고 현관 앞에 늘어 선 아이들은 준비 해 온 꽃을 한 송이 받고 선생님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로 들어가서는 떡 선물을 받고 우유랑 같이 먹었다. 먹게 하면서 어제 미처 읽어주지 못한 'ㅃ'이 들어간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삐약이 엄마>를 보여주었다. 험상궂게 생긴 뚱뚱한 고양이가 날 계란을 먹고 나서 병아리를 낳는다는 황당한 이야기.


하지만 이 황당한 이야기에는 험상궂은 '니약이' 고양이가 새 생명을 만나면서 완전히 성격이 바뀐다는 것이다. 병아리를 품에 안고 돌보고 새로운 고양이 삶을 시작하게 된 '삐약이 엄마' 고양이를 보면서 새삼 우리 아이들을 다시 보게 된다. 2학년도 몇 번 해 보았지만, 전혀 다른 세계인 1학년이라는 외계생명체를 만나면서 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처음 만났던 아이들을 중고학년 아이들 대하듯 하다 그렇게 해서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몸을 낮추고 또 낮추었던 시절. 이제야 조금은 1학년 이 아이들과 사는 법을 알게 됐지만, 여전히 나는 이 아이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 단언은 할 수 있다. 나도 이제 '삐약이 엄마'가 되었다는 거다. 오늘도 6학년 여학생 4~5명이 우리 교실을 찾아왔다. 그러더니 아이들을 대하는 내 목소리를 듣더니 한 녀석이 나한테 묻는다.


"선생님, 1학년을 맡으시더니 왜 이렇게 착해지셨어요?"

"선생님이 뭘, 원래 샘은 착했는데."

"아니에요. 작년과 달라요."

"그건 너희들이 하도 말을 안 들어서 그렇지."

"아니에요. 우리는 말 잘 들었어요."

"하긴, 남학생이 안 들었지."

"맞아요. 그런데 걔들은 지금도 그래요."

"하여간, 선생은 착해. 하하하."

"그러면 우리랑도 놀아주세요."

"뭐? 헐? 너희 선생님한테 가서 놀아달라고 해."


그림책 한 권을 읽어주고 나서는 어린이날의 유래와 방정환 선생님 이야기, 그리고 세계 어린이가 어린이라는 대접을 받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0년 전 서양과 100전 우리나라 어린이는 노동을 해야 했고 착취를 당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아이들이 보고는 꽤 놀라워 했다. 그렇게 다음으로는 방정환 선생님이 만든 잡지 '어린이'에 소개된 말판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세계 발명말판은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들의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직접 만들었다고도 한다. 그걸 가지고 아이들과 한 번 잠시 놀아 보았다. 그리고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가 쓴 그림책 <어린이>로 어린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1학년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다분히 어른이 봐야 할 그림책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각자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 하고 다른 부분이 있어 더 좋았다.


"어린이는 무척 어른이 되고 싶어해요.... 여러분도 그렇나요?"

"아니요? 난 어린이가 좋은데."

"나는 하고 싶어요."

"왜요?"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여기 책에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맘대로 할 수 있다고."

"나는 그래도 어린이가 좋아요."

"누구나 알듯이 어린이는 학교를 가기 싫어해요....여러분도 그렇나?"

"아니요? 난 학교 좋은데."

"맞아요. 난 결석하고 싶지 않아요."

"하하. 맞아 00는 그렇다고 했지."

"난 학교에 와서 선생님 하고 공부하고 6학년 언니들 하고 노는 게 좋은데."

"그럼, 이 책이 틀렸네. 어린이들 중에는 학교를 가기 좋아하기도 한다고."


그렇게 어린이날 이야기를 마치고 잠시 중간놀이 시간에는 학생자치회에서 후배들에게 전하는 어린이날을 자축하는 사탕 선물을 전하는 시간이 있었다. 신나게 중간놀이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다시 교실로 와서 마지막 선물인 학급티 선물을 받았다. 우리 1학년은 노랑색이다. 아이들마다 다 갈아 입고 나도 갈아 입고 다시 학교 현관 종이꽃 아치로 나가 사진을 찍었다. 맑은 햇살이 비치면서 모든 게 이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가 빠진 게 아쉽기만 했다. 학교 오지 못해서 울고 싶다는 소식을 **어머님으로부터 문자를 받고는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노랑색 티로 갈아입은 아이들은 5월 8일 어버이날 준비로 분위기를 바꾸었다. 팝업 카드에 아이들 캐리커처 사진을 붙여 어버이날을 축하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내용으로 꽃을 붙여 가는 활동이었다. 아이들마다 부모님에게 전한다는 생각인지 꽤나 진지하고 정성을 들인 모습이었다. 내가 안내 해준 것 이상으로 꾸미는 아이들도 있었고 언제 이 카드를 줄지 묻고 고민에 빠진 아이들도 있었다. 아무려나 다음주 월요일 아침에 몰래 부모님에게 전해 줄 아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저 이 과정이 즐겁고 부모님에게 무언가를 전한다는 아이들 마음이면 전부가 아닐까 싶다. 연휴를 앞두고 참으로 바쁘고 많은 일들을 했던 하루였던 것 같다. 어린이날인 내일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고 하니 쉬면서 지난 두 달을 돌아보려 한다. 그러고 보니 앞으로 이렇게 살면 곧 여름방학이다. 시간 참 빨리 간다. 아이들과 만난지 64번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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