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11.)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우리 반 아이들도 통합교과 '여름'을 시작했다. 교육과정의 들머리는 '가족'이 자리하고 있다. '가족'이 일본식 한자어로 '식구'라는 말을 쓰자던 이오덕선생님의 말씀이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오늘날 '가족'은 '식구'라는 개념과 확연히 구분이 되고 있다. '식구'는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밥을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가족은 같은 집에서 끼니를 함께 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어려워지고만 있다. 식구의 개념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혈연의 뜻이 강한 가족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식구의 개념을 가르치기엔 오늘날 우리네 삶이 녹록치 않고 너무도 빠르게 달라지고만 있다.
그런데, 가족이라니. 그것도 1학년을 앞에 두고. 어쩌면 우리 반 아이들은 식구들과 살고 있다. 사회경제적 형편이 식구생활을 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만나온 다른 학교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층위도 다양했고 격차도 크게 나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에게 식구라는 개념은 시골에서나 그나마 가능했다. 오늘 난 이번 한주 동안 식구들 사진으로 자신을 소개했던 수업에 이어 보호자들이 보내온 사진을 편집해 도화지 그림에 붙일 수 있게 인쇄를 해 놓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 작업 속도를 아는 관계로 서둘러 본론으로 들어갔다. 중간에 여러 번 질문을 하지 않도록 친절하고도 자세하고도 여러번 반복해서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상상가족전시회. 바다와 산, 공원과 카페 등 가족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곳을 정해 자기 가족 뿐만이 아니라, 친구 가족의 얼굴도 붙여가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시간. 다들 너무도 귀엽고 소박한 상상을 해 주었다. 저마다 사진을 뿥이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식구들과 마치 지금 노는 듯한 분위기와 표정들을 보니 이 수업이 아이들에게 꽤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는 신문에 있는 광고나 기사 사진으로 이 수업을 진행하도록 안내하였지만, 나는 실제 사진을 가지고 해 보았다. 오히려 이 작업이 조금 더 진지하게 상상을 하고 꿈을 꾸고 기대를 하는 수업이 되지 않았나 싶다. 가족 사진을 붙이고 내용을 말하고 듣고 교실 한 편에 널어 전시를 하는 데까지 종일 4시간이 꼬박 걸렸다. 이번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가족 사진을 붙일 때 말들이 우습기도 하고 너무도 뿌듯하기도 했다.
"우리 아빠를 버릴 수 없어."
"우리 엄마가 넘 예쁘다."
"00야, 내가 너희 가족 붙였어."
"정말, 고마워. 그럼 나도 붙일래."
"선생님, 종이가 모자라요. 좀 더 붙이고 싶어요."
이 수업의 끝자락에 저번에 읽어주고 싶고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책 <가족백과사전>(신애라 역)을 보여주었다. 다들 뭔가 싶어 달려 온 아이들이 본 것은 세상 소중한 다양한 가족이었다.
"뭐가 보여요?"
"가족 백과 사전이요."
"맞아. 00가 글을 읽을 줄 아니 읽네."
"가족이란 뜻은 알죠? 그러면 백과는 무얼까?"
"모든 게 다 들어 있는 거."
"맞아. 맞아. 잘 아네. 맞아요. 이 책은 가족과 이어진 이야기는 다 들어 있어요?"
"와, 정말요?"
"그럼, 자 한 번 보자. 여기 표지에 보이는 사람들이 어때 보여요."
"가족 같아요."
"맞아요. 가족."
"음... 좀 더 자세히 봐요."
"사람들이 같은 나라 사람 같지 않아요."
"맞아, 다 다른 나라 사람들, 다른 나라 가족들이지요."
"피부색이 달라요."
"맞아. 피부색도 발견했네. 세상 모든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건 비슷하기도 하지만 어떤 건 다른지. 가족에 대해 공부해 보는 시간이니까 잘 보도록 해요."
오래 전 배우 신애라씨가 아들과 번역을 해 내 놓았다는 그림책, 이 그림책에서 가정 눈에 띄는 건 가족의 구성원이 꼭 엄마, 아빠이지는 않다는 것. 가족은 둘, 셋만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이혼 가족도 가족이고 입양을 한 아이도 가족이라는 것. 가족이라는 것은 이렇게 달라지고 있고 다르다는 것.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먹고 입고 타고 사는 곳까지 다르다는 것.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는 것. 1학년이 수용하기에는 좀 더 큰 내용이 담겨 있지만, 우리 반 13가정의 가족이 서로 비슷한 거 같지만, 다르다는 것. 그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환기 시켰다. 왜냐하면, 어떤 가정이든 그 가운데에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 같기 때문이라는 것. 다분히 현실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내용을 1학년에게 전했다. 얼마나 수용했을지는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그렇게 오늘 수업도 마무리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