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첫사랑이 있었어요

(2023.5.17.)

by 박진환

좌절이었다. 출근길 학교 뒤편 아카시 나무 잎이 거의 다 지고 색깔로 바래지고 있었다. 설마 이번주까지는 잘 버티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날씨가 너무 갑자기 무더워진 탓이었을까. 지난주 시간표에 했던 예고에 미처 이번주에 생태놀이가 있다는 걸 담지 못해 오늘 그냥 아카시 나뭇잎으로 파마와 아카시나무로 놀이를 하려 했었다. 거기다 아카시 나뭇잎으로 튀김을 해 먹는 것도 해보려 했는데, 너무도 아쉽게 다 지고 말았던 것. 요즘에는 날씨가 빨리 더워져 적어더 4월 말에서 5월초에는 했어야 했다는 걸 지금에야 알았다. 정말 아쉬웠는데, 그럼에도 아카시 파마 활동이라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첫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오늘은 옛이야기가 아닌 유은실의 '~~거야'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나는 기억할 거야>를 들려주었다. 어제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 주인공 정이가 10살짜리 오빠의 연애를 부러워 하며 자신의 첫 사랑 기억을 떠올렸는데, 길에서 우연이 다시 만난 첫사랑이 자기를 기억하지 못해 무척 상심하지만, 그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과 행복을 잊지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첫 사랑을 꺼내 슬며시 물어보니 남자 두 녀석이 첫사랑이 있었단다. 그 중에 한 아이와 나눈 대화는 이랬다.


"오빠가 부러웠다. 나도 휴대폰을 갖고 싶다. 연애하고 싶다. '나는 언제 첫 사랑을 만나지?' 첫 사랑과 놀이터에서 노는 장면을 떠올렸다. 갑자리 누군가가 떠올랐다."

"나도 첫사랑이 있었어요."

"누구지 첫 사랑이 있었다는..."

"쟤요...***요."

"와, **이가 첫 사랑이 있었어? 아, 유치원에서?"

"네, 00이라고 있었는데, 걔가 내 첫 사랑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왜?"

"지금은 헤어졌어요."

"하하하. 정말?"


하지만 **이는 00이를 아직도 기억하고 그리워 하는 듯했다. 나중에 '아카시아 파마' 그림책을 읽고 나서 아카시 나뭇잎으로 놀이를 하는데, 잎을 떼어 내는 소원을 빌때, '맞다 아니다' 로 했는데, 그때 **가 00랑 다시 만나길 바라는다는 걸 했다는 걸 보니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아카시는 **의 소원을 들어지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처럼 **는 그 시절을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좋아했고 행복했으니까.


"그래도 잊기는 싫다. 나는 기억할 거다. 오하를 좋아했으니까. 내 마음은 행복했으니까."(동화책, 나는 기억할 거야, 유은살, p. 57)


첫 수업은 어제 했던 도형공부와 이어지는 활동으로 수학익힘책을 간단히 풀고 확인하는 작업으로 시간을 보냈다. 역시나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고 푸는 아이들이 많다. 차근차근 풀면 될 거라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벌써부터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고 그림만 보고 이해가 안 가면 모르겠다고 알려 달라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차근차근 다시 읽어보고 하니 그제야 또 이해를 한다. 앞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었다.


두번째 시간에는 그림책 <아카시아 파마>을 읽어주는 시간. 이 그림책을 사서 읽어는 봤지만, 실제로 이것을 수업으로 할 생각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일단 이전 24명의 아이들에게 혼자 아카시 파마를 할 엄두가나지 않았고 실제로 해 봤을 때도 아이들 머리카락을 돌돌마는 일이 수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다행히 생태지원한 보호자들 두 분이 익혀 오시는 터라 용기를 해서 할 수가 있었다. 그 전에 아이들과 그림책을 보며 아카시 파마의 유래도 알아보고 하는 방법도 살펴보았다. 나중에는 유튜브로도 확인을 하며 오늘 수업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렇게 10시 반이 되었고 지원단분들과 만난 아이들은 학교 뒷마당으로 가서 아카시 나무를 살폈다. 살피고는 곧바로 아카시 나뭇잎이 붙은 줄기를 따기 시작했다. 이미 지원단 분들이 상당부분 미리 챙겨 오신 게 있어서 아이들은 체험을 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교실로 들어와 수업을 했다. 첫 작업은 아카시 나뭇잎 떼기 놀이 세 가지. 하나는 가위 바위 보를 달라하여 개수를 정해 먼저 떼는 놀이, 두번째 놀이는 있다 없다 놀이였는데, 세번째 놀이는 가위바위 보를 둘이서 하여 이긴 아이가 잎을 떼어 상대방 얼굴에 붙이는 놀이였다. 붙일 때 잘 붙게 하기 위해 핸드 크림을 짜 주었는데, 이걸 아이들은 제일 재미있어 하였다.


다음으로 이어진 오늘의 본 활동. 대부분의 아이들은 파마를 하겠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할 수준은 애당초 아니었다. 보호자 두 분은 여자 아이들 중심으로 머리를 파마하기 시작했고 나는 아카시 나뭇잎 줄기로 왕관을 만들어 보았다. 나도 몇번 연습했지만,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아이들이 자기도 해달라고 기다리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걸 다 감수하고 어른 셋은 파마와 왕관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체험해 보게 했다. 머리에 한 파마는 돌봄시간에 풀기로 했고 왕관은 그때마다 씌웠다.


그런데 어찌나 멋지고 귀엽던지. 자기들 사는 곳에 아까시 나무가 있다는 것과 그것으로 이렇게 놀이도 할 수 있다는 것. 자연은 이렇게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는 게 많다는 것을 새롭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랐다. 돌봄시간에 풀어낸 여자아이들 파마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예뻤다. 교무실 가서 자랑하게도 해주고 유치원 교실 가서 뽐내보게도 하면서 오늘 생태놀이시간을 기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원단분들의 도움과 자연이 준 혜택으로 하루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ㅊ'을 배우고 오늘 6교시도 숨 돌릴 수 없이 바빴던 하루였다. 그러고 보니 **첫 살아이 누군지 다음에 옆학교 1학년 교실을 기웃거려 보고 알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또 무슨 심산인지. ㅋㅋㅋ 나의 첫 사랑은 누구였을까. 진짜 첫 사랑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때는 참 원망스러웠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아름다운 기억과 행복한 추억을 남겨 준 이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부디 잘 살고 있길 바란다. 아이들 수업을 하면서 내 첫 사랑도 떠올렸던 오늘은 색다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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