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to you'

(2023.5.16.)

by 박진환

요즘 우리 아이들은 옛이야기 말고도 내가 들려주는 유은실의 동화 '~할 거야'에 유독 관심이 많다. <나는 예민해질 거야>에 재미가 든 아이들은 책을 다 읽어줬는데도 직접 읽고 싶다고 빌려가기 시작했는데, 지금 네 번째 아이로 책이 돌고 있다. 오늘은 <나는 기억할 거야>로 읽어주었는데, 난리도 아니었다. 끝말놀이로 재미를 들인 주인공 '정이'의 오빠가 장난을 쳐서 정이를 골려 먹다가 어머니의 재치로 이기고 지는 말놀이가 아닌 재미만으로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끝말잇기 놀이를 가르쳐 주었던 것. 그게 무엇이었냐면, 낱말과 낱말 사이에 '디'를 넣는 것. 이를 테면, '맑디 맑은', '조르디 조른'....있는 말도 있지만, 사전에 없는 말이어도 좋고 아무렇게나 만들어 낸 말이어도 된다는 것. 우리 아이들도 처음에는 주저하더니 기여코 장난기가 발동하면서 말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도사디 도사, 돼지디 돼지, 장난디 장난, 미안디 미안,...." 이렇게 아침을 보내다 보니 벌써 수업시간 시간이 한참 지났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입학한지 무려 두달 반만에 들어가는 수학의 도형단원. 1학년 수학수업을 하면서 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할 수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도 애매한 단원이 바로 도형단원이다. 특히 1학기. 교육과정도 딱히 어떤 툭별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성취기준에 맞춰 움직일 밖애. 우리 생활 주변에서 직육면체, 원기둥, 구의 모양을 찾아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것. 오늘은 첫 시간으로 교과서를 간단히 훑어 보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애들 중 상당수가 이미 '원기둥'라는 용어를 알고 있더라는 것.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한테, 교과서 속 입체도형에 이름붙이기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교과서를 간단히 살펴 본 다음에는 여러가지 평면도형 스티커로 수학나라 공책에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보게 했다.


"선생님, 서로 겹쳐서 붙여도 돼요?"

"그게 무슨 말이지?"

"전 엘리베이터 하려 하는데 버튼 하려고 이걸 여기에다 붙일라고요."

"어, 그거 괜찮은데?"

"선생님, 저는 여기에다 그려도 돼요?"

"응, 거기다가 사인펜으로 그려도 되고 색연필로 그려도 되고."

"이건 뭐한 거야?"

"춤추는 데 가서 사람들이 춤추는 거예요."

"아, 이게 조명이구나."

"멋있는데."


각자 자기가 상상한 그림을 여러가지 모양의 도형으로 나타내어 보게 하는 것. 성취기준에서 각기 다른 여러 가지 도형으로 각기 다른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은 평면도형으로 이렇게 스티커로 표현하는 것도 썩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았다. 잠깐 남은 시간에는 저번에 사서 나눠 준 <그려볼까? 나만의 도형>이라는 미술놀이책으로 도형의 시작인 점을 다양하게 찍어 보는 시간으로 보냈다. 여러 모양의 점을 많이 찍는 활동이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아이들은 다른 모양이나 자기가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보였다. 조금 더 지켜보고 이 교재에 대한 활용법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일단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적응해 주었고 재밌다고 햇으니 지켜 봐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4교시가 지나고 점심시간도 지나고 마지막 5교시. 오늘의 국어시간은 닿소리 'ㅉ'을 배우는 시간. 순간 컴퓨터에 틀어 놓은 음악이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카펜터스의 'close to you'였다. 피아노 반주음악으로 나오던 것에 내가 어설프게 춤을 추었더니 아이들이 웃는다. 그래서 내가 이곡이 얼마나 좋은지 알려주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목소리라고 불리었던 한 외국 가수의 노래였다고 그런데 그 분은 세상을 떠났나고. 그래서 얼마나 예쁜 목소리인지를 들려주었다. 물론 얘들은 내 감흥과는 거리가 있는 듯 조용히 듣기만 했다.


"자, 자 조용히 하고 이 노래제목이 영어로 'close to you'인데, 우리 말로 '너에게 가까이'라는 뜻이야. 선생님은 너희들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

"..."

"선생님 ㅉ 하면 생각나는 거요. 짝사랑이요."

"짝사랑을 알아?"

"그럼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거요."

"응, 맞긴한데, 짝사랑은 한 사람이 누구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 건데, 상대방이 모르는채 사랑하는 걸 짝사랑이라고 해. 선생님이 너희들을 엄청 사랑하는데, 너희들이 모르는 것처럼."

"아닌데, 우리도 선생님 사랑해요."

"맞아요. 우리도 선생님 좋아하는데."

"오, 그래. 그럼 우리 짝사랑 아니네. 하하. 다행 다행."


벌써 5월도 중순을 넘어선다. 이 아이들과 살아온지도 76일째. 어느 덧 100일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부디 앞으로도 이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아이들도 내 품 안에서 마구 뛰어놀고 배워가길 바란다. 그야말로 'close to you'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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