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바쁨, 고민...

(2023.05.19.)

by 박진환

오늘 잔뜩 흐리다는 예보와 달리 비가 날리는 아침 출근길이었다. 학교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면 아무렇지도 않는 비였지만, 500미터를 걸어야 하는 출근길에는 우산을 쓸 수 밖에 없는 출근길. 살다살다 이렇게 출근을 하게 될 줄이야. 교직경력 30년 동안 집 근처 학교에 걸어서 출근하는게 한 때 꿈이기도 했는데, 이런 식으로 걸어서 출근할 줄은 정말 몰랐다. 교실로 들어서서 맨 먼저 할 일은 아이들 수업에 쓰일 물건을 살 물품을 구입하는 업무였다. 급한 터라 빨리 처리를 한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들어오고서도 한동안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부득이 오늘은 업무로 10분 늦게 시작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아이들에게 차 한 잔씩을 따라 주었는데, 어찌나 수다를 떨면서 차를 마시던지.


그렇게 시작한 첫 수업은 지난 번에 자세하게 못한 자신이 태어난 이야기였다. 하지만 준비상황에 따라 아이들 모습이 달랐다. 단톡방으로 보호자들에게 부탁은 했지만, 역시나 받아들이는 분들의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의도도 정확히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아이들이 그 말을 전해주길 바랐지만, 어떤 분은 적어서 아이가 읽게 했고 어떤 분은 탯줄이나 아기적 사진을 가져 가게 해서 다 같이 보도록 했다. 아이들은 물론 이런 걸 좋아했지만, 난 생각이 달랐던 것. 아이가 듣고 떠 올린 것, 기억하는 것을 가능한 선에서 발표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을 동시에 하려 했건만, 이번의 경우는 예전과 달랐다. 예전에는 되던 것이 이번에는 잘 되지 않았던 것. 안내와 부탁 말씀을 좀 더 정확히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도 발표보다는 태어날 적 사진과 뱃속 사진 등과 간단한 이야깃거리로 녀석들의 태어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각종 사진과 아이들이 가져온 탯줄로 다들 신기해 하고 즐거워 하기도 하며 자신들의 태어난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보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00가 어머니 뱃속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뱃속에 있을 때 자기가 탯줄을 목에 감고 있어서 엄마가 힘들었는데, 그때 똥까지 싸서 뱃속을 더럽혔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에 아이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애들은 이런 똥이야기에 늘 난리이긴 하지만, 이렇게 어머님에게 들은 말을 전해주니 훨씬 분위기가 살아나고 태어난 과정에 아이들의 관심도 높아져 갔다. 이런 이야기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으로는 친척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생각 밖으로 '친척'이라는 말을 모르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어쨌거나 나는 채인선작가의 <가족의 가족을 뭐라고 부르지?>라는 책으로 시작을 했다. 부모님과 나와 동생으로 시작한 어머니쪽 가계와 아버지쪽 가계의 흐름을 아이들과 확인하면서 하나 하나 따져 나갔다. 그리고 책 속 양식을 복사해서 아이들에게 나눠 주며 가정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을 안내했다.


해마다 학년에 관계없이 수업을 하다 '가족'과 '가계'를 생각하게 되면 무심코 지나치거나 불편한 지점이 있어 늘 고민하게 된다. 오늘 1학년 하고는 '외가'라는 칭호가 가장 불편했다. 채인선 작가도 사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한편 이해는 하지만, 그래서 사전적 의미로 접근은 했겠지만, 아버지쪽의 부모는 할아버지, 할머니이고 어머니쪽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로 칭할 수밖에 없는 이 지점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시대가 이제는 된 것 같다. 오늘 아이들에게도 살짝 그런 언급은 했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이고 또 이해시키기도 어려울 것 같아 지나가는 이야기로 간단히 언급만 했다. 하여간 다음주에도 이어질 가계도에서 어떤 모습이 일어날지도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오늘날의 각 가정의 가계도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시간이 짧게 남아 있어 예정했던 우리 집 문패 만들기는 간단히 해야했다. 일단 삼나무를 아이들에게 주고 글씨를 새기기 위한 이름 틀을 종이에 써 보게 했다. 생각보다는 잘 해준다. 예전 아이들은 힘들어 했는데...지난 두 달 부지런히 글을 쓴 덕분일까? 아직 완성할 단계는 아니어서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한데...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이 어렵지만 재밌다고 더 하고 싶다 하는 야도 있었다. 여전히 실패를 두려워 하는 아이들이 많다...올해 잘 극복하길 바란다.


아, 오늘은 여러 모로 바쁘다, 연수다, 회식이다... 에효~ 오늘은 여기까지다.


참, 요즘 우리 아이들 본색들을 너무도 잘 드러내고 있다. 이걸 내가 어떻게 중재를 하고 바라보아야 할 지 깊이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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