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9.)
"이제 못 가요?"
"산에도 못 가요?"
"아, 내 나무 못 보겠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어요?"
"언제 다시 갈 수 있어요?"
갈수록 학교환경이 안 좋아지고 있다. 물론 학교공사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경우가 자꾸 생겨 난감할 때가 생기는데, 이번에는 교실동 뒤편 새롭게 정화조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해서 텃밭으로 가는 길과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막히게 된 것이다. 이제 좁디 좁은 놀이터에서 우리 아이들은 방학이 빠지고도 5개월 정도를 보내야 한다. 이 악조건을 무사히 빨리 보내기를 바라는데, 아이들은 그나마 놀 수 있었던 텃밭에서조차 놀기 어렵다는 사실에 실망을 하게 된 것. 나는 실망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첫 시간을 텃밭으로 향했다. 어제 내가 봤던 우리 밭 감자꽃을 아이들도 봤단다. 오늘 그 감자꽃을 만나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려 나갔다. 그 전에 백창우의 곡 '감자꽃을 보려면 감자 밭에 가야해'라는 노래를 세 번 정도 부르고 나갔다.
마치 아장아장 걸어가듯 옹기종기 텃밭 길을 따라오는 아이들을 데리고 감자밭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시끌벅적했다. 친구 감자잎에는 꽃이 피었는데, 내 감자잎에는 꽃이 피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이 감가꽃은 내 거라며 서로 다투는 아이들. 에고....이런 다툼을 가라앉혀 감자꽃을 갖이 관찰하고 꽃을 자세히 그리도록 해 보았다. 대충 빨리 그리지 않도록 했지만, 아이들의 그리는 속도는 매우 빨랐고 어느새 다 그렸다며 달려왔다. 그런 아이들은 미처 그리지 못한 부분을 다시 보고 그리게 하고 천천히 꽃잎을 중심으로 그리라 했다. 그렇게 다 그린 아이들은 산책을 하게 했는데, 어느덧 아이들은 텃밭에 한 자리 하고 있는 딸기를 가져와 따먹었다. 텃밭이 아이들에게 주는 여러가지 좋은 점이 많은데, 오늘 우리 아이들이 그 장점을 한껏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곧바로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나는 산쪽으로 가는 길에 한 달 전 자기 나무를 별칭을 만들어 놀이를 즐겼던 곳으로 안내했다. 저마다 자기 나무로 가서 별칭을 부르며 이런 저런 한 마디씩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00야, 잘 있어. 나중에 다시 올 때까지 잘 있어야 해."
"00야, 잘 자라. 다음에 꼭 다시 찾아올 게."
산쪽으로 올라가던 길에 교실동 뒤편 가까이에 있던 큰 나무가 잘라져 그루터기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떻게 보면 막 잘려진 나무. 흐릿하게 보이는 나이테를 보아도 적어도 60년은 넘었을 수령인 나무가 이렇게 별 다른 조치없이 잘려진 것은 너무도 안타까웠고 아쉬웠다. 불과 학기 초만 해도 그 자리에서 꿋꿋이 학교를 바라보던 나무가 크게 잘려진채 있는 모습이 이글을 지금도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로 돌아와 텃밭에서 공책에 스케치 했던 감자꽃을 색연필로 칠하게 했다. 아이들 그림은 언제나 귀엽고 생각하지 못한 곳을 그려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중간놀이 시간이 이어지고 다시 3-4교시가 이어졌다.
오늘은 조금은 늦은 듯한 수학시간으로 시간표를 변경했다. 오늘은 여러 가지 입체도형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게 해 보았다. 교과서에 실린 그림은 너무도 단순하여 아이들의 상상력을 보여주기에는 한없이 부족해 보였다. 두 명당 한 세트로 입체도형세트를 나눠 만들게 했더니 자기들 나름의 이유와 형태를 구상하여 자유롭게 모양을 만들어 갔다. 2인 1모둠에서 4인 1모둠으로 넓혀 좀 더 크고 멋진 상상의 건물과 풍경을 만들게 했다. 어떤 아이들은 지하동굴을 만들었다고 하고 어떤 아이들은 궁전을 어떤 아이들은 심지어 감옥을 만들기도 하고 거북선까지 다양한 상상을 해 보였다. 더 해보겠다는 아이들을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중단하게 했던 게 미안할 정도였다. 오늘은 이렇게 4교시로 수업을 마쳤다.
내일은 거산한마당이라고 우리 학교 전체 구성원 전체가 서로 화목을 다지는 날이다. 토요일 오전에 걷기와 미션으로 반나절을 즐기는 날이다. 그러고 보면 아직 이번 한주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내일 우리 반 식구들이랑 아이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사뭇 기대가 되기도 한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은 상처 입은 그루터기 곁에서 살지만, 우리 아이들이 그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새로운 학교의 역사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던 날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