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22.)
"선생님, 00 개별 등교하겠습니다...."
"선생님. ** 오빠가 아픈데...**도...."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출근길에 문자가 오면 대게 이렇게 아프다는 게 많다. 오늘은 두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두 아이는 아침 일찍 왔고 한 아이만 검사를 받으로 중간에 가야 했다. 요즘 환절기에다 독감이 유행해 아이들이 심심치 않게 마스크를 다시 쓰고 수업을 받거나 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 착용이 줄어들고 활동이 빈번해지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많이 아프지 않고 학교를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침에 차를 타 주고 옛이야기로 '방귀 안 뀌는 사람 있나?'를 들려주었더니 첫 부분부터 웃기다고 난리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조선시대 여성을 하대 하던 문화를 꼬집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 아이들이야 이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방귀 뀌었다고 행실이 남성들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여성을 하대하던 문화에 대한 비판이 옛이야기에 담겨 있다는 점에서 꽤 눈여겨 볼만한 이야기이다. 어제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뚫고 가야 할 '천정'이 높다며 영화에 비춰진 여성의 모습에 대한 불평등에 대해 비판하는 뉴스를 봤었는데, 오늘 이 옛이야기가 이런 면에서 새롭게 보이기도 했다.
옛이야기 뒤로는 오랜만에 율동과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돼지임금'이라는 창작동요에 율동을 재미있게 붙인 것인데, 아이들이 노래를 더 듣고 싶다고 해서 유뷰트를 틀어 음을 들려주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 노래는 율동이 핵심이어서 이번 주 시간 날 때마다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오늘. 첫 시간은 우리 가족 소개와 가계도 간단히 설명하기 시간. 주말에 부모님들에게 부탁했고 함께 만들어 온 학습지로 발표하는 시간. 짐작한 대로 잘 발표를 해 주는 아이와 부끄러워 일상에서 말 잘 하던 아이가 제대로 말을 못하는 경우가 보였다.
몇 번의 지도가 됐지만, 그래도 부끄러움이 당장 치유가 되는 것이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일상과 발표가 큰 차이가 없는 아이들로 다시 시작을 했다. 다행히 뒤 이은 아이들은 큰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발표를 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모잘랐다. 예상은 했지만,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잠시 멈추었다. 가정에서 신경을 써서 도와주시니 정말 학교에서 수업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어 오늘은 참 좋았다. 사실 이런 가정이 일반학교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가정의 도움이 필요한 학습이 거의 되지 못하는 까닭은 현실적인 이유가 적지 않다. 그래서 되도록 보호자와 함께 하는 수업을 쉽게 기획하기 어렵다. 올 1학년은 그렇지 않아 다행스럽고, 아이들에게도 복이다 싶다.
중간놀이 시간 이후에는 닿소리의 마지막 소리 '목구성소리'를 익히며 배우는 첫 시간 'ㅇ'이었다. 'ㅇ'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첫소리와 어떤 끝소리가 나는 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나중에 'ㅇ'이 들어간 낱말을 찾기 시작했는데, 다양한 낱말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가 뒤늦게 한 마디를 했다.
"선생님, 'ㅅ' 배울 때 '세종대왕'도 했으면 좋았겠어요."
"어? 그러네. 그런데...$$아, 세종대왕에 '종'에도 'ㅇ'이 들어가고 '왕'에도 'ㅇ'이 두 개나 들어가잖아."
그러자 옆에 있던 @@가 한 마디 거든다.
"선생님, 오늘 노래 '돼지왕'도 있어요."
"오~~ 그렇네. 맞아. 그러네. 아쉽다. 수업 다 끝나니까 생각이 나네. 하하하."
그때, 저 뒤에서 &&가 큰 소리로 말한다.
"선생님, 저 오리를 혼자서 썼어요."
"오, 그래? &&가 이제 한글을 알기 시작했네. 축하해~"
"네, 저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아. &&가 한글 다 알게 되면 칭찬도장 30개 줘야겠다."
"진짜요, 와~"
1학년 아이들과 사는 게 가끔씩 어떤 걸까 생각해 본다. 오늘도 말을 하는데, 중간에 난데 없이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불쑥 꺼내 방향을 틀어 놓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천천히 예쁘게 쓰자고 했는데, 급하게 제 맘대로 해 버리는 아이가 있고, 밥을 먹기싫어 늑장을 부리는 아이에게 다가가 챙겨 먹여주면 마지 못해 먹으면서도 웃는 아이가 있고, 서로 앞장 서서 줄을 서겠다고 난리를 치는 아이, 나한테 매달려서 업히는 아이. 나한테 대들고 따지는 아이, 고자질에 고자질을 이어가고 놀림에 놀림이 이어지며 다툼이 이어지고 하는 일을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날 보고 산다. 전형적인 1학년의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2학기에 조금씩 달라질 아이들을 상상하곤 한다. 나랑 지낸 아이들이 2학기에 조금씩 달라지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지금 아이들의 모습을 겉으로야 잔소리 해가며 뭐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저러다 바뀌겠지, 바뀔 거야, 늘 바뀌었지라는 마음과 생각을 하곤 한다. 어차피 바뀔 아이들을 닥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1학년 아이들과 살면서 깨우쳤기 때문이다. 5월의 끝 자락으로 다가가는 22일 월요일. 나는 오늘도 1학년과 겨우 겨우 함께 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