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24)
오늘은 색다른 날이었다. 그림책 <엄마의 선물> <친구에게><아이스크림 똥><똥자루 굴러간다>의 작가 김윤정씨를 초대한 날이기 때문이다. 작가 김윤정과 인연은 햇수로 8년이 됐다. 그도 이제 50대를 넘겼다. 그때만 해도 40대 중반이었는데... 그도 나도 같이 나이를 먹어 가고 있다. 그림책 작가가 1인 동극을 한다는 소식에 천안의 큰 학교 있을 적에 초대를 한 뒤로 그와의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의 남편이기도 한 그림책 작가 최덕규씨가 먼저 시작을 하며 배웠다는 그의 동극 솜씨는 이제 꽤 안정단계로 접어든 듯하다. 짐이 많고 차를 몰지 못하는 그를 위해 마찬가지로 인연이 있는 교무샘이 역에서 모시고 와 시작한 작가와의 만남. 3년만에 다시 만난 그는 얼굴이 훨씬 좋아보였다. 해마다 볼로냐로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에 초대받고 참석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그와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며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우리 반 아이들과는 김윤정 작가가 오기 전 교실칠판을 깨끗하게 닦고 환영문구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그동안 김윤정작가의 책을 만난 것을 다시 환기 시키며 책상을 뒤로 밀고 2학년까지 함께 초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1학년 교실에서 할 동극 준비를 할 시간을 위해 아이들에게 수요일에는 없는 중간놀이시간을 주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나가서 놀았고 그동안 교실은 공연준비를 마쳤다. 어둡게 준비한 교실로 조용히 1-2학년 23명의 아이들이 들어왔고 불을 켜자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김윤정 작가가 환하게 웃고 계셨다.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해 주었고 곧바로 공연으로 들어갔다. 이미 책을 읽은 아이들은 아는 채를 했고 작가님의 연기에 바로바로 호응을 해주었다. 나까지 불려 나가 연기(?)를 했는데,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담임의 등장에 어찌나 반가워(?)들 하던지. 그렇게 동극은 절정으로 치닫고 아이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반응에 성대(?)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작가님의 그림책을 소개하며 어떻게 책이 만들어지는지, 독특한 그림책을 만들어내는 자신의 작품도 소개하면서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재미있게 알려주셨다. 아이들도 김윤정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이미 만난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를 했고 선물로 받은 엽서에 대한 욕심을 부리며 분위기가 달구어졌다. 마침내 그의 또하나의 작품 '빛을 비추면'이라는 그림책을 보여주자 아이들은 그냥그냥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도시속 소외된 이들을 위해 빛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책이지만, 아이들은 그저 신기한 그림책으로 다가왔을 게다. 한 장 한 장 종이 뒤편으로 빛을 비추면 감춰진 그림자들이 보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림책. 아이들도 나중에 소감을 이야기 할 때, 똥자루 굴러간다의 동극 못지 않게 빛을 비추면이라는 그림책을 기억해 주었다. 끝무렵에 선물로 나눠 준 김윤정 작가의 책 <두더지 마을 모두 빵집>으로 1-2학년 모두가 사인을 받는 것으로 올해 첫 작가와의 만남행사는 화려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쳇 gpt를 시작으로 디지털의 시대, AI의 시대가 우리네 삶을 장악하는 시절에서 '책'의 역할은 점점 모호해지고 자리를 차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뇌의 가소성이 점점 디지털로 이어지면서 깊이 생각하고 깊이 읽는 능력이 퇴보하고 생각하며 사는, 비판적으로 세상을 읽는 눈을 잃어 간다고 하는 시절. 나오미 배런이 뇌 과학을 기반으로 20년간 다량의 읽기와 관련한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세상에 내 놓은 책 <다시,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에서는 디지털 읽기를 거부하기보다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라도 어릴 적 '책'을 통한 읽기전략을 반드시 제대로 익혀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제는 과학이 필요하다. 독서는 습관이어야 한다라는 막연한 경험적 논리가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왜 우리 아이들에게, 왜 인류에게 깊이 읽는 경혐이 필요한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늘은 우리 아이들에게 매우 유익한 경혐과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