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5.)
오늘은 안전체함학습관 견학하는 날.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시간 안에 갈 수 있었다. 도착하고 나서 바로 체험으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6년전에 갔을 때보다 내용이 알차고 습득하게 하는 과정도 현실에 맞았다. 가르치는 강사분들의 센스 있는 노력도 돋보였다.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모든 코스를 두 시간에 돌파하려니 조금씩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다독이며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점심식사도 실내에서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해주어 무더운 오늘 시원하게 보낼 수 있어 좋았다. 한 시간 정도 남은 시간에 가지고 간 놀이감으로 함께 놀려 했더니 이 녀석들 자기 방식대로 놀겠다고 하지 말자고 한다. 섭섭한 마음에 한 가지라도 하자고 저번에 생태놀이 시간에 했던 나뭇가지 옮기기 놀이를 제안했는데, 이것도 반응이 시원치 않아 칭찬도장 이야기를 꺼내고서야 겨우 일부 아이들의 참여도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결과는 아이들 맘대로 놀게 하는 게 답이었다. 놀 줄 아는 아이들이었데, 괜한 간섭을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았다.
돌아오기는 길에는 아침과 달리 00가 앉았다. 며칠 전 정해진 이번 체험학습 짝 00. 타기 전부터 내 손을 잡고 내가 선생님과 같이 타는 거라고 어찌나 강조를 하던지. 막상 같이 타더니 내 옆에서 재잘재잘 자기 이야기와 질문을 쏟아낸다. 50분 거리에 잠시 졸기도 했는데, 제대로 졸지도 못하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댔다.
"선생님은 몇 살이야요?"
"알잖아. 154살."
"그럼, 더 늙은 할아버지는 어디 살아요?"
"하늘에 계시지?"
"왜 하늘에 있어요?"
"음, 거기가 편하고 그래서 그렇지."
"선생님은 왜 하늘로 안 가요?"
"나 보고 하늘로 가라는 거야?"
"네!"
"늙은 할아버지는 하늘나라가 편하다고요?"
"그렇지, 땅세상은 사람도 많고 서로 다투기도 하고 미뭐하기도 하고....피곤한 일이 많지...."
00와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괜히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년 넘게 남아 있는 교직이라 물불 안 가리고 나이 생각 안 하고 그냥 움직였는데, 명퇴에다 6년이라는 기간을 정해버리자 이제 곧 교직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갑작스럽게 뭔가 쿵 하고 다가오는 게 요즘 기분이 예전 같지 않은 건 분명하다. 너무도 빨리 끝이 불쑥 다가왔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새삼 느끼고 살고 있다. 이 먹먹함을 우리 아이들이 살짝 씻어내 주고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 녀석들 잘 돕고 싶다. 4학년만 돼도 날 조금씩 잊고 살 아이들이지만, 이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 요소들을 빠뜨리지 않고 잘 챙겨 올려 보내고 싶다. 에효, 이런 날에 오늘은 집에 가지도 못하다. 오늘은 우리 학교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초등국어와 글쓰기 강의를 해야 한다. 반갑고 고마운 자리여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현장학습에서 돌아와 교무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버스에서 내 옆에 앉았던 00녀석이 자꾸 와서 오늘 일기를 보려한다. 며칠 전 자기가 한 말이 일기 제목이 된 걸 눈치 챈 녀석이 오늘 내 일기 제목을 뭐라고 할 거냐고 묻기에 네가 물었던 말, '늙은 도사님은 어디 살아요?'로 할 생각인데, 괜찮냐고 했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00은 정말 그렇게 일기 제목을 쓰는지를 보러 온 것이다. 에고, 귀여워서 못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