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세모 네모 나라의 아이들

(2023. 5. 26)

by 박진환

애플 시모나 차를 대접하고 옛 이야기 '슬기로운 재판'을 들려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 수업일정은 다모임 참석과 수학수업의 마무리, 다음주 일정에 들살이(야영)이있어 조정이 필요했다. 첫 시간 다모임은 과학실에서 전학년이 열 개의 모둠으로 나뉘어 다음에 있을 들살이에 필요한 식단을 짜는 것이었다. 어제 중고학년이 텐트를 치는 연습을 마쳤기 때문에 오늘 식단짜기는 들살이의 마지막 준비코스가 되는 셈이다. 1학년 우리 새싹 아이들은 모둠별로 흩어져 선배들이 안내하는 바 대로 준비물을 챙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채워진 쪽지를 들고 교실로 들어온 아이들을 불러 사진도 찍어 잃어버리지 않도록 새싹 우체통에 넣게 하고 단톡방에 사진과 얀내문을 올려 다음주 들살이에 대한 정보를 드렸다. 들살이에 대한 기대를 잔뜩 품은 아이들이었지만, 곧바로 중간놀이 시간으로 안내하고 나는 다음 시간을 준비했다.


다음 시간은 도형의 마무리로 '옹기토 찰흙'으로 여러가지 모양 만들기를 해 보았다. 찰흙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흥분상태가 돼 버린 아이들. 먼저 아이들에게는 찰흙으로 구, 원기둥, 정육면체와 삼각뿔, 원뿔 모양을 만들어 보게 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기쁘게 달려 들던 몇몇 아이들은 막상 만들려 하니 생각보다 어렵다며 포기를 하는 경우가 보였다. 그래서 실패해도 좋으니 모양을 잘 떠올려 만들어 보라고 했고 친구들이 하는 모습을 따라하게도 했다. 그래도 안 되는 아이들은 내가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따라 하게 했다. 그렇게 하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조금씩 모양을 만들어 갔다. 모양만 봐도 아이들의 도형에 대한 감각과 손의 감각을 모두 읽어낼 수 있어 좋았다. 한 아이는 끝내 어느 정도 모양이 갖춰진 입체 도형의 형태를 만들지 못했다. 오늘의 모습으로 그 아이의 상태를 읽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앞으로 계속 지켜 볼 일이었다.


거듭해 가며 완성된 도형을 만들어 낸 아이들에게는 요구와 부탁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도 좋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도 된다고 했다. 00녀석은 도형 만드는 게 좋다고 어린이집 시절에 만난 다양한 도형 용어를 써가며 아는 척을 했다. 4,5학년에 가서야 배울 도형 용어를 썼는데, 특히 사다리꼴와 평행사변형에 관심이 많았다. 끝내 내 도움을 받아 사다리꼴 입체도형을 만들었을 때 너무 기뻐하기도 했고 평생사변형은 직접 만들어 보였다. 나중에는 마름모까지 만들었는데, 다른 대부분의 아이들은 거북이, 버섯, 공룡, 돌고래 따위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만든 도형은 컵 받침대로 전시도 해 보였다. 그야말로 이번 시간은 수학시간이었지만, 미술시간처럼 도형을 만들고 즐기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 자체를 즐기며 도형의 모양을 직접 만들어 보게 한 것이 이 아이들에게 매우 적절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었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우리 교실은 동그라미 세모 네모 나라였고, 아이들은 동그라미 세모 네모 나라의 국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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