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덤비는 아이들

(2023.5.30.)

by 박진환

벌써 오월의 마지막 날이다. 9일 뒤면 100일 째다. 시간 참 빠르다. 그만큼 아이들도 조금 자랐고 말도 많아지고 말대답도 꼬박꼬박 하고 내 말에 조금도 지지 않으려 한다. 오늘은 두 번째로 내가 지각한 날이었다. 학교 들살이 행사 준비로 교무선생님이 카풀을 부탁해 짐을 실어 날았는데, 그만 오늘도 늦게 된 것. 저번 처음 지각은 내가 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며 즐기던 녀석들이 오늘은 어떨까 사뭇 궁금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들어가자 마자, 혼잡한 상태로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마구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칠판에는 1학년이 쓴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선생님한번만 더하면천벌이습니다.'

'선생님! 지각쟁이!'

'진짜 분노!'

'아아! 완전 분노아!'


"선생님, 또 늦었어요. 이게 뭐예요."

"뭐라니, 학교 일때문에 늦었어. 그리고 꼴랑 두 번째인데..."

"뭐야, 뭐, 저기 **이도 이제 들어오네."

"**이랑 선생님은 다르죠."


웃으며 매달리며 때리며 아침부터 지각 한 번 했다고 어찌나 덤비던지. 이제 아이들이 나한테 덤비기 시작하는 날이 시작된 건가? 오늘 늦은 탓에 아침에 차를 타 주고 곧바로 수학수업으로 들어가야 했다. 연휴 때 있었던 일은 오늘 학교를 빠진 00가 오면 내일 함께 할 작정이었다. 오늘 첫수업인 수학은 마지막 단원을 앞당겨 '50까지의 수'를 미리 익히는 것으로 했다. 10까지 수를 익힌 터라 도형으로 숨고르기를 한 탓에 바로 50으로 내달려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진도가 좀 늦기도 해서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단원으로 시간을 확보하고 조금은 여유 있게 덧셈과 뺄셈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었다.


첫 시작은 그림책 <1부터 100까지 숫자책>으로 했다. 영국의 그림책 작가와 글의 작품인데, 1부터 100까지의 수를 너무도 재미있게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접근을 해서 아이들의 몰입을 높여 주었다. 복습겸 1부터 20까지의 수를 둘러 본 뒤에는 30, 40을 거쳐 50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수학나라' 공책을 펴게 해서 조성실선생님의 50까지의 수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먼저 아이들에게는 우드록 조각과 바둑알을 나눠주었다. 그리고는 선생님과 아이들 편을 칠판에 표시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이가 10개씩 수를 모아 가는 놀이를 해 보았다. 교사는 칠판에 자석으로 표시를 하고 아이들은 자기 책상에 우드록이나 바둑알로 상황을 같이 공유했다.


10개씩 모아가는 지점을 계속 확인시켜 주어야 했던 것이 조금 힘이 들었고 그 지점에서 우드록이나 바둑알을 정리해 가는 것에 신경을 써야 했다. 바둑알을 10개씩 놓은 방법도 가르쳐 주어야 했고(하나씩 놓는 아이들이 절반이었다), 예쁘게 정리해야 알아보기 편하다는 것도 주지시켜 주었다. 그렇게 가르쳐가며 가는 놀이에서 한 번은 내가 한 번은 아이들이 이기며 공평히(?) 게임을 즐겼다. 이 과정에서 평소에 속도가 늦은 아이들도 함께 참여하고 속도를 맞출 수 있어서 좋았다. 이후로는 10에서 20까지의 수를 읽는 법을 가르쳐 연습도 하였고 거기에 맞춰 부르는 대로 10개씩 묶어 수를 배열하고 읽는 연습을 놀이로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순서로는 앞서 했던 그림책 <1부터 100까지 숫자책>에서 50이 나오는 꼭지를 칼라로 크게 복사를 해서(복사가 안 되는 큰 크기라 사진을 찍어 A3 크기에 맞춰 줄여 인쇄를 했다)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바깥에 50까지의 물건과 동물을 가운데 지도에서 찾아내는 것인데, 바깥에 동그라미를 치고 숫자를 쳐서 지도 안에 있는 같은 그림을 찾아 동그라미를 치고 숫자를 적게 하는 방법으로 찾게 했다. 별 것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그림에 담긴 50가지의 그림을 찾아 가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신이 났다. 찾으면서 숫자도 쓰고 숫자도 읽게 하는 과정을 거쳤던 지라 자연스럽게 50까지의 수를 공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다음 시간은 국어. 한 달 넘게 닿소리 배운 것을 손놀이로 익혀 가며 다시 복습을 하는 시간이었다. 유튜브에도 공개 된 통전교육 김희동선생님의 손놀이를 훈민정음 제자원리를 따라 솔바우선생님이 각색 재구성한 내용을 따라 하게 했다. 전에도 한 번 봤지만, 1학년 아이들이 따라하기에는 쉬운 동작은 아니었다. 똑 같이 안 되고 어렵다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그럼에도 1단계에서부터 5단계까지 쭉 이어가 보았다. 어느 정도 흉내를 내며 그동안 배운 글자를 다시 확인하는 작업에 속도가 늦은 두 아이가 참여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다. 이제 한 녀석은 제법 소리 값을 알고 읽어나가고 있다. 나중에 점심을 먹다가 이런 저런 말을 섞어 배운 손놀이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아이들이 있어 재밌었다. 그래 이렇게 응용하며 쓰면 되는 것이다.


나중에는 그림책 <움직이는 ㄱㄴㄷ>으로 저번에 못 다한 '움직씨'를 바탕으로 글자 그림을 그리는 수업을 이어갔다. 제법 이제는 자기 방식대로 상상하여 그리는 모습이 대견하고 귀엽다. 오늘은 늘 '실수했어요'를 반복하는 녀석이 또 그런 말을 하길래, 놀리는 말을 했더니 나한테 또 대들었다.


"너 만날 실수한다고 해, 그럴 수도 있는 건데, 이제 그런 말 하지 마. 자꾸 또 실수했다고 나한테 말하면 너 이름을 0실수, 0성공이라고 할 거야."

"그러면 우리 엄마한테 선생님 이를 거예요."

"그래, 그래라. 너희 어머니는 선생님을 믿어서 너가 그런 말 하면 너가 잔소리 들을 걸?"

"아닌데, 우리 엄마는 내 편인데."

"그럴 때도 있지만, 선생님 이야기할 때는 선생님일 걸?"


이 녀석은 그래도 뭐가 좋은지 점심놀이 시간에는 끝나고 나한테 와서는 자기 다리 한 쪽에 묻은 흙탕물 자국을 내 다리에 막 비비기 시작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요?"

"선생님 다리에 묻일 거예요."

"뭘?"

"이 구정물이요."

"뭔데?"

"바깥 웅덩이에서 묻힌 구정물이요. 선생님에게 묻힐 거예요."

"에고, 에고...내가 못 살아."


오늘도 이렇게 덤비고 또 덤비는 녀석들과 겨우 하루를 살았다. 수업을 다 마치고 아이들 방과후 수업으로 돌려 보내고 난 한숨을 크게 내 쉬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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