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31)
바쁘다. 정말 바쁘다. 일도 많다. 나보다 더 많은 동료교사도 있으니 투정도 못한다. 수업 하나 준비하기도 버거운데, 작은 학교에다 거산이 지속하던 걸 해야 하니 더 일이 많다. 중심을 잡지 못하면 고스란히 피해가 아이들에게 간다. 거산은 완성된 학교도 아니고 아직도 부족한 게 많은 학교인데, 보호자들의 기대는 크고 그 과정에서 문제들이 생기고 혹은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간다. 교사들은 지쳐 가고 뜻 없이 온 이는 소진된 채 나가기도 한다. 이 지점을 덜고자 했으나 아직은 더욱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더욱이 학교 공사까지 겹치니 교사들의 고충과 일은 자꾸 쌓이고 쌓여만 간다. 올해는 정말 교사나 아이들이나 힘들고 힘든 시절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 또 한 명의 결석한 아이를 뒤로 하고 앞으로 달려 갔다. 첫 수업은 수학. 어제에 이어 오늘도 50까지의 수 익히기. 오늘도 놀이로 시작을 했다. 아이들과 내가 서로 승부대상이 되어 바둑알이나 우드록 조각을 가진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하여 5개, 7개, 9개를 가져가는 놀이. 적절하게 조절하며 승부는 2대 2가 됐다. 문제는 칠판과 아이들 책상에 모아가는 바둑알과 우드록을 10개씩 묶어내고 낱개를 읽어내는 것.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사히 잘 해나가는 데, 걱정했던 한 아이가 책상에 정리한 수와 기록해야 할 수의 관계를 잘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따로 시간을 내어 가르치고 싶은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은 도무지 시간이 없다. 앞으로 2주 지난 뒤에 따로 지도를 해 보고 상황에 따라 가정과 협력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다음으로는 홀수와 짝수에 대한 수업을 했다. 손에 쥔 수를 홀수인지 짝수인지를 알아내는 놀이를 시작으로 해서 홀수와 짝수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게 했다. 짝수는 두 개씩 짝이 있는 거고 홀수는 짝이 없는 수. 여러 번 칠판에 바둑알 자석으로 확인하고 연습을 한 뒤에 아이들에게 맡겨 홀짝 놀이를 하고 기록하게 했는데 꽤 재미있게 하는 모습이다. 나중에 홀수와 짝수를 기록하고 다르게 색을 칠해 보는 활동까지 했는데, 한 아이가 이런 규칙적인 색의 배열이 예쁘다며 감탄을 한다. 다음으로는 숫자를 쓰고 읽고 세는 활동을 해 보았다. 1부터 50까지의 숫자를 쓰고 읽는 법과 세는 법을 익혀 10까지만 살펴보았다. 나머지는 다음에 조금씩 늘여갈 작정이었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이어지는 수업은 국어.
오늘 국어수업은 그림책 <움직이는 ㄱㄴㄷ>을 마무리 하는 수업. 이 책은 '움직씨(동사)'와 '그림씨(형용사)'가 주로 배치되어 닿소리의 창의적인 변화로 글자와 친숙해지는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치다'의 'ㅊ'을 시작으로 '흔들리다'의 'ㅎ'까지 처음에는 반응이 없던 움직씨와 그림씨의 파생어를 입으로 내뱉는 아이들이 늘어갔다. 그러면서 그림에 대한 상상력도 자유롭게 커 갔다. 다만 그림으로 표현할 때, 거침없이를 넘어 대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는 아이들이 있어 잔소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좀 아쉬웠다. 신나게 몸을 움직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국악수업에 이어 그림책 <요렇게 해봐요>으로 닿소리를 몸으로 표현하는 법을 따라하고 익혀 보는 것으로 오늘 수업을 마무리 했다.
끝나고도 북스타트 운동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숨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연수시간. 틈틈이 내일 들살이(야영) 뒤처리까지 도와 가며 꽉차게 하루를 보내니 퇴근시간이다. 돌아와서 북스타트 관련 업무를 또 처리하고 이렇게 오늘 일기를 쓰니 하루가 다 지나간다. 오늘 아이들 말 중에 재미있는 말이 있어 오늘 일기에 담아야지 했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바쁘면 이렇게 된다. 바쁠 때도 있지 하고 누군가 이야기 하겠지만, 교육은 여유가 없으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아이들을 차분히 볼 수 없고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도울 시간이 없는 데 그런 상황에서 무슨 교육이 이뤄진다는 말인가. 이런 저런 행사가 진정 아이들을 키우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31년 교직에서 아이들이 진정 성장하던 때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옵션 같은 교육행사가 주된 교육행위를 이끄는 형국일 때 교육은 실패 확률이 높다. 내가 사는 이곳도 다르지 않았다. 그 잘못을 올해는 줄이려 했건만....1학기 평가 때 다시금 거론을 해야 할 것 같다.
하, 내일은 또 들살이를 가서 밤을 지새워야 한다. 후유증이 덜 하길 바랄 뿐이다.